入京師(입경사)[2]
/ 매천 황현

바다 밖 서양인들 새로운 외교 맺고
나라님 황제 칭호 비로소 가졌구나
물질이 풍족한 기국 어찌 그리 망했나.
梯航萬里皆新禮    屋纛千秋始大名
제항만리개신례    옥독천추시대명
却笑杞入痴滿腹    彼天安有驀然傾
각소기입치만복    피천안유맥연경
 
서양사람 외교 맺고 나라님은 황제 이름, 
기국 사람 배부르게 어찌 빨리 기울인가
 
서울은 한강을 중심한 강북과 강남이 분리되고, 강북은 한북정맥의 끝자락인 도봉산과 삼각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와 계곡에 도시가 발달했다. ‘북고남저’의 지형으로 청계천과 중랑천, 한강이 만난 지역에 충적평야가 발달했다. 강남은 한남정맥의 끝자락인 청량산과 관악산 북쪽 기슭에 주거지가 발달했으며 남고북저의 지형으로 여러 하천들이 한강이 만나는 지역에 충적평야가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도리어 기(杞)나라 사람들 배불리 먹었으니, 저 하늘 어찌 그리도 빨리 기울어지랴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바다 만리 밖 서양 사람들 새로운 외교 맺고(入京師)로 제목을 붙여본 율의 후구다. 작가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바다 만 리 밖 서양 사람들 새 외교 맺고 / 나라님은 황제란 이름 처음으로 가지셨네 // 도리어 기(杞)나라 사람들 배불리 먹었으니 / 저 하늘 어찌 그리 빨리 기울어지랴]라고 번역된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서양사람 외교 맺고 나라님은 황제 이름, 기국 사람 배부르게 어찌 빨리 기울인가’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서울에 들어와서2]로 번역된다. 시인의 표현의 의하면 10년만이 전남 구례에서 서울로 올라온 서울은 ‘북고남저(北高南低)’의 형태를 잘 갖춘 곳이다. 이렇게 서울에 도착한 시인의 행적을 알 수는 없지만, 주로 나라의 명운이 일본 침략으로 인한 국가의 방어를 위해 운동하는 독립투사들을 만나 그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택영, 민영환, 등을 만나 국내의 활약상과 해외의 활약상을 보고 듣는 애국정신을 기르는 한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기나라 사람의 어리석음을 비웃지만 사실 현대인들도 불필요한 걱정근심으로 낭비하는 것은 기나라 사람에 못지않다. 
시인은 임오군란을 계기로 문호가 개방되면서 서서히 새로운 외교를 맺는 부산한 움직임은 서울을 강타했다. 바다 만 리 밖에는 서양 사람들은 새로운 외교를 맺는가 하면, 나라님께서는 황제란 이름을 처음으로 가지셨다는 선경의 시상을 놓고 있다. 외교라는 새로운 용어는 물론 고종이 황제란 칭호를 붙였음을 알게 한다.
화자는 기우((杞憂)란 쓸데없는 걱정을 생각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배불리 먹었던 역사를 통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리어 기(杞)나라 사람들 배불리 먹었거늘 저 하늘 어찌 그리도 빨리 기울어지랴 라는 후정이다.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만난 시상이다.
 
【한자와 어구】
梯航萬里: 바다 만 리 서양 사람들(梯:층계제). 皆新禮: 다 새 관계. 屋纛千秋: 나라님은 처음으로. 始大名: ‘황제’란 이름. // 却笑: 문득 웃다. 杞入: ‘기’ 땅에 들다. 痴滿腹: 배불리 먹다. 彼天安有: 저 하늘 어찌 ∼이 있다. 驀然傾: 빨리 기울다(驀:갑자기맥)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