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居暮春(촌거모춘)[2]
/ 매천 황현

어느 새 나비 무리 떼 지어 날아들고
세간의 전쟁들이 이와도 어찌 달라
지팡이 한가히 짚고 지켜보는 시종은.
一蝶西來一蝶東    偶然群蝶鬪成叢
일접서래일접동    우연군접투성총
世間戰伐何曾異    倚杖閒看閱始終
세간전벌하증이    의장한간열시종
 
한 마리의 나비 날고 나비 무리 이뤘구나, 
세간 전쟁 다르랴만 한가로이 결말보네
 
고려후기의 시인 미수(眉叟) 이인로(李仁老: 1152∼1220)는 작품 [모춘(暮春)]을 두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늘그막의 심사가 봄에 게을러(老來心事向春慵) / 자다 일어나 바람결에 떨어진 버들개지에 놀라네(睡起空驚落絮風) // 발을 걷는 곳에 붉은 비 쏟아지고(紅雨濛濛簾捲處) / 우는 새소리 푸른 그늘이 어둑하네(靑陰漠漠鳥啼中)]라고 했다. 이 작품 또한 읽고 있으면 매천 시인의 작품과 첨예하게 비교된다. 시인은 나비 한 마리 서쪽에서 또 동쪽에서 또 날고, 어느새 나비 무리 떼들이 이뤄 다툰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결말을 지켜보네(村居暮春2)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배율이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나비 한 마리는 서쪽에서 또 동쪽에서 또 날고 / 어느새 나비 무리 떼들이 이뤄 다투는구나 // 세간의 전쟁들이 어찌 이와 다르랴마는 /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시종을 지켜보네]라고 번역된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한 마리의 나비 날고 나비 무리 이뤘구나, 세간 전쟁 다르랴만 한가로이 결말보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늦봄을 시골에서 보내면서2]로 번역된다. 조선시대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 모춘(暮春) 작품도 있어 시적 대비성에 의한 늦봄을 시샘하는 듯함을 인지하면서 작품성을 대비해 본다. 시적 대비의 자리에 놓았던 미수 이인로의 작품에서는 봄이 되면 늘그막의 심사가 봄에 게을러져 자다가 일어나 바람결에 떨어진 버들개지에 놀란다는 선경의 시상을 그려 놓았다. 발을 디뎌 걷는 곳에서 붉은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면서 새가 구슬프게 울고 있는데 그 소리에 푸른 그늘이 어둑하기만 하다는 후정 한 줌이다.
시인은 대비하는 회제의 작품을 미리 탐독이나 하는 것처럼 놓아야 할 시어 자리에 잘 놓아 둔 시적인 시향에 머물게 한다. 나비 한 마리가 서쪽에서 또 동쪽에서 또 날고 있는데, 어느새 나비 무리 떼들이 이뤄 다투고 있다는 선경의 시상에 우쭐해진다. 초춘에 꿈적도 않던 나비가 모춘이 되어 벙실벙실 춤을 추고 날아다닌다는 시향이 도톰해 보인다.
화자는 살기 위한 인류의 전쟁들이 일어나듯이 나비도 나와서 피투성이의 전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하는 시상을 만난다. 세간의 모든 전쟁들이 어찌 이와 다르랴만,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처음과 끝을 가만히 지켜본다는 후정을 담이 두었다. 나비 한 마리가 삶의 전쟁을 하기위해 한 몸부림을 생각해 보인다.
 
【한자와 어구】
一蝶: 나비 한 마리. 西來: 서쪽에서 오다. 一蝶東: 한 마리는 동에서. 偶然: 우연히. 群蝶: 여러 나비. 鬪成叢: 떼를 지어 다투다. // 世間戰伐: 세간의 싸움. 何曾異: 어찌 이와 다르리. 倚杖: 지팡이 짚다. 閒看: 한가하게 보다. 閱始終: 싸운 결말 지켜보다.
 
 
장 희 구 (필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시조시인 / 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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