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외투 깃을 여미게 하던 지난 20일,
광영동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감기 증세가 있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평소 전라남도광양평생교육관의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던 A씨는 병원에 가기에 앞서 도서관에서 대여한 20여권의 책을 반납하기 위해 평생교육관을 찾았다.
평생교육관의 민원인 주차장은 건물 아래에 위치해 있어 평상시에도 주차장에서 건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비탈길을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무거운 책을 들고, 어린 아이까지 업고 비탈진 길을 올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늘은 아기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A씨는 부득이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까지 가 주차를 하고 도서반납을 시작했다.
도서관 업무가 시작된 직후였다.
그런데, 직원이 다가오더니 “관장님 차를 주차해야 하니 차를 빼라”고 다그쳤다.
A씨는 “책만 반납하고, 바로 차를 빼겠다”고 했지만 직원은 막무가내로 “지금 관장님 차가 올라오고 있으니 당장 빼라”고 종용했다.
직원의 말에 은근히 화가 난 A씨가 “시민에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항변했지만 이 직원은 “무조건 차부터 빼라”고 다그쳤다.
결국 A씨는 도서반납업무를 중단하고, 비탈진 길에 가까스로 차를 세우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비탈진 골목길에 주차된 A씨의 차를 보면서 직원은 “그렇게 주차를 하니까 얼마나 보기가 좋냐?”고 말했다.
직원의 말을 들으며 A씨는 기가 막혔다고 한다.
 
 
일반 시민들이 찾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주차장을 이용할 때 겪는 불쾌함은 A씨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시설을 이용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의 주차장은 기관장의 전용주차장으로 지정되어 있거나 직원용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고객이 왕이라는 통념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나라 말이다.
차양이 설치되어 있어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는 주차장도 의레 기관장이나 직원전용 주차장이지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권위주의 정권의 잔재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고객이 아니라 우리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일 뿐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이런 식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없을 것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비탈진 길을 걸어올라가야 하는 곳에 주차를 강요하면서 관장은 건물 바로 앞에 전용주차장까지 갖추고, 용무가 급한 민원인이 잠시 주차를 하면 득달같이 차를 빼라고 호통치는 직원들의 의식 속에는 “우리는 당신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고, 당신들은 그냥 수혜자일 뿐”이라는 의식만 있을 뿐 납세자에 대한 존경이나 존중은 애초부터 없었을 터다. 
A씨는 하소연했다.
“아이를 업고, 20권이나 되는 무거운 책을 들고 가도 직원들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아이가 어려서 반납업무를 하는 동안 혹 울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스스로 하세요라는 답만 돌아옵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건립된 도서관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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