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책임질 인재를 뽑는 선거가 채 8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4년마다 찾아오는 중대한 민주주의의 실험장입니다.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자치단체의 일꾼을 뽑는 것입니다. 높은 나랏일도 중요하지만 자치행정과 주민의 일상적 삶도 그 무게만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4년 동안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꾼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와 행정의 핵심은 공공성입니다. 동아시아는 아주 옛날부터 공공성을 강조했습니다.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대도(大道)가 행해질 적에 천하는 공기(公器)였고, 현인과 능력자는 선출해 썼고, 신의를 다지고 친목을 닦았다”라고 천명했습니다. 국가는 공공의 것이었고, 공유(共有)‧공용(共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국가의 근본은 백성에게 있다는 ‘민유방본(民唯邦本)’ 철학에 입각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들이 공유‧공용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거에서 당선된 일꾼들은 주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지방자치단체를 공공성에 입각해 행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것이 상식이고 원칙입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 일꾼들은 지방행정의 리더로서 자질과 소명의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가의 세 가지 자질로 열정(passion), 책임감(sense of responsibility), 균형 감각(judgement)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지방자치 일꾼들은 열정을 가지고 주민에게 헌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유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책임의식을 갖고 추진하는 열정은 동시에 헌신을 요구합니다. 당연히 이 헌신적 행동은 그에 따른 균형 감각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그래서 막스 베버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강조했습니다. 선출직 지방자치일꾼들은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의무를 실천하겠다는 도덕적‧윤리적 신념을 갖추어야 합니다. 동시에 지역에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유권자가 요청한 것을 실행하겠다는 책임윤리도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많은 지방자치 일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은 사라지고 나태해집니다. 책임윤리는 점점 희박해지고, 그 자리를 허영심이 대신합니다. 자기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은 ‘인정 욕구’가 발동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방기하고, 오히려 자신의 이익에 혈안이 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자치의원이라는 자리를 공공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으므로 근절되어야 합니다.
 
이미 이명박 전대통령의 구속을 통해 우리는 헌신 없는 열정, 책임감과 균형감각 없는 권력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충격과 배신감을 주는지 확인했습니다. 지방행정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가 없고, 열정과 헌신을 통해 책임윤리를 실천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이참에 출마를 포기하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치를 파괴하는 행위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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