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요코하마시 항만 인근에 소재한 아카렌가 창고의 모습. 보세창고로 활용되던 100년 이상된 이 창고는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쇼핑몰로 재탄생했고, 창고 앞 광장을 문화이벤트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 일본 요코하마 코가네쵸의 모습. 매춘업소 밀집지역인 이곳은 도시재생을 통해 예술인촌으로 변신했다.
▲ 코가네쵸에 소재한 헌책방에 전시된 수공예품들. 이곳에는 많은 갤러리와 스튜디오들이 입점해 있는데, 전시 판매되는 작품들은 이곳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주민 스스로 만든 NPO단체 주도로 마을 재생 추진해 집창촌을 예술인촌으로 탈바꿈 시켜

제주 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2016년 7월, 제주도로부터 민간위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의식교육과 의견수렴에 공을 들였다.
센터는 주만과의 소통과 주민참여사업을 지원해 오고 있는데, 민간위탁대상자 선정 이후 도시재생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원도심 도시재생주민협의체, 원도심 도시재생기자단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또,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는 한편, 주민공모사업을 적극 지원해 오고 있다.
원도심 도시재생에 있어 순천시의 경우에서 보았던 것처럼 빈집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빈집의 활용은 소유자 등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 뒷받침될 때 극대화될 수 있다.
제주도는 빈집을 활용한 공유공간 조성사업에 주목했다.
제주의 옛 모습을 간직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 원도심내 방치된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주민들의 도시재생 활동거점을 조성하고, 옛 골목 및 인접 소공원을 활용하여 지역 커뮤니티공간으로 활성화 시키는 한편, 이러한 공간을 활용해 주민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 것.
이 사업은 협업기관으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마을만들기 종합지원센터가 참여하고, 제주대 건축학부가 공간활용계획 수립을 지원했으며,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들에 대한 교육과 역량강화를 지원했다.
그리고, 삼도2동 새마을부녀회가 참여해 천연염색공방을 조성해 체험과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발언대, 공감 마이크 오븐사업이라는 주제로 주민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오븐에서 빵을 구어내듯 주민들의 생각을 맛있게 구어낸다는 컨셉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식의 주민토론회로 선정된 주제에 대해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발언을 먼저 듣고, 주민들이 초청한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지난 해 7월부터 12월까지 기간 중 4회에 걸쳐 진행됐다.
토론의 주제는 ‘구 제주시청부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길의 기억찾기’, ‘이 동네에 살고 싶어요’, ‘2017. 오븐 돌아보기’로 진행됐다.
또, 로컬푸드에 인문학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는 취지로 ‘제주 음식 인문학, 푸드 스튜디오’를 4회에 걸쳐 운영해 제주 음식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들은 주민교육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것으로 제주도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하드웨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매춘굴은 어떻게 예술인촌이 되었나?
 
우리의 경우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오다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도시개발에 도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렇지만, 오래 된 도시에서 도시의 역사를 살리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역대 정부는 도시 재개발이나 뉴타운형성 등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러나 기존의 도시의 흔적을 깡그리 없애고, 새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도시재개발은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상화시켰고, 많은 사회적 갈등요인을 만들었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개념이 도시재생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오래 전부터 도시재생사업을 펼쳐왔고, 이러한 사업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광양만신문은 우리보다 앞서 도시재생사업을 펼쳐 온 일본 현지취재를 통해 일본의 도시재생 사례들을 알아보았다.
일본 현지취재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도쿄 인근의 항구도시 요코하마였다. 도쿄와 인접한 요코하마는 일본의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1859년 미·일(美日) 수호통상조약에 따라 개항한 도시로 비교적 일본 내에서도 근대화가 빨리 이뤄진 도시이다.
요코하마의 도시재생 사례 중 국내에도 더러 소개된 지역이 코가네쵸(黃金町)이다. 이 지역은 고가테쵸역과 히노데역 사이 고가철도 하부 역과 역사이 약 400m 구간에 조성된 상가이다. 일본의 경우 전철이 지나는 고가도로의 하부는 주차장이나 상가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상가의 옥상으로 열차가 다니는 격이다.
이 지역은 2000년 초반까지도 전철 케이큐선의 고가다리 밑을 중심으로 한 매춘 영업소 밀집 지역으로 생활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한다.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코가네쵸의 도시재생사업은 지역 이미지 개선을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시작됐다.
2003년 11월, 이 지역 주민들은 ‘코가네·히노데마을 환경정화 추진 협의회’를 설립한데 이어 2005년부터 카나가와현 경찰본부와의 협업을 통해 성매매 점포 철거사업과 함께 예술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성매매점포를 철거한다고 했지만, 무조건적인 철거가 아니라 점포 리모델링 방식을 통해 도시의 얼굴을 바꾸어 나갔다.
집창촌을 상점이나 벤처 창업을 위한 사무실 등으로 개조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임대해 줌으로써 지역을 활성화시킨 것. 젊은 사업가들의 아이디어는 마을과 예술을 접목시켰다. 빈 점포와 아티스트를 연계한 마을 만들기가 시작된 것이다. 비어 있는 소규모 점포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활성화되면서 2008년에는 ‘코가네마을장터 2008’이 개최됐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4월에는 특정비영리활동법인인 ‘코가네마을 지역 관리센터’가 설립되었으며, 센터는 매년 예술인 페스티벌인 ‘코가네쵸 바자’와 함께, ‘코가네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진전, 영화제, 주민교류회, 연극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재탄생했는데, 이러한 갤러리와 스튜디오에는 일본 전역에서 모여 든 예술가 30여명이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매음굴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예술인거리로 변신한 것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헌책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가철도 아래에 위치한 헌책방에는 오래된 책과 잡지는 물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책방을 지키는 40대 전후의 주인은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이곳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매춘업소 밀집지역이 예술가들의 활동거점으로 변신하면서 이 지역의 도시재생사례는 널리 알려졌고, 이를 견학하려 오는 사람들이 다른 도시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줄을 이으면서 또 다른 지역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고가철도 아래 상가들에 대한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고, 좁은 뒷골목은 예전의 열악한 환경을 짐작하게 해주고 있었다. 기존의 시설물을 철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가네쵸의 사례는 우리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 주도가 아닌 주민주도의 사업 추진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의 존재는 눈여겨 볼 만 하다.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이러한 비영리법인은 일본의 마을만들기나 지역 활성화 사업 추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빈 쪽방촌, 호스텔로 변신
 
요코하마시 고토부키쵸에 소재한 호스텔빌리지의 사례도 이러한 NPO 법인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호스텔빌리지는 요코하마 항만 배후지역에 소재한 선박 노동자 숙소를 게스트하우스로 재생한 사례이다. 이곳은 2004년까지 인구 6,500명 중 50%가 65세 이상의 독거 노인촌이었다고 한다. 이곳에 소재한 8,000개의 쪽방 중2,000개가 빈방일 정도로 주거여건을 열악했다.
이 지역 재생의 주체는 노숙자 지원을 주로 하던 특정비영리법인인 ‘코토랩’이다.
일종의 사회적 기업인 코토랩은 지역에 있는 빈방을 이용해 지역 전체를 호스텔빌리지로 재생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코토랩은 건물 소유주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는데, 지역주민과 수익을 50 : 50으로 나누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빈 방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호스텔로 재탄생했고, 마을 곳곳에는 1평짜리 평상을 설치해 공동체 놀이의 기반을 만들었다.
호스텔을 시작으로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일자리·환경개선사업에 청년과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면서 음산하게 방치되던 쪽방들은 근처 서민노동자의 주거지로 재탄생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NPO단체를 지원하고 있는데, 코토랩은 인건비, 사무실운영비 등을 지원받고 있으며, 사회보호대상자를 우선입주하는 조건으로 임대료의 일부를 직접 지원 받기도 한다.
 
낡은 창고가 문화상업시설로 재탄생
 
코가네쵸와 고토부키쵸의 도시재생이 민간 주도로 진행된 것이라면 아카렌가 창고의 경우는 관 주도로 진행된 도시재생사례로 꼽을 수 있다. 요코하마항 인근에 소재한 아카렌카 창고는 원래 세관의 보세창고로 사용되던 창고를 리모델링해 쇼핑몰로 재탄생한 시킨 경우이다. 아카렌가 창고는 일본 최초의 근대적 항만시설이라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창고는 메이지, 다이쇼 시대에는 정부의 보세창고로 일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1989년 창고로서의 임무를 마친 아카렌가 창고는 이후 9년여에 걸친 보존 및 복원공사를 거쳐 2002년 문화상업시설로 재탄생했다.
건물 내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숍 등이 입점해 있고, 1동과 2동 사이의 광장에서는 각종 문화 이벤트행사들이 열리면서 요코하마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밤이 되면 해안의 낡은 건물들은 경관조명과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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