繂曳(율예)[4] ]
/ 매천 황현

살아온 어언 백년 지나간 태평세월
민속의 즐긴 놀이 인지상정 아니던가
안목이 부족함이여! 탐욕스런 고래보게.
生老太平今百年    此等俗戱皆人情
생노태평금백년    차등속희개인정
嗟哉汝曹眼力短    試向東海看饞鯨
차재여조안력단    시향동해간참경
 
 
태평세월 어언 백년 민속놀이 인지상정, 
너희 안목 부족함이여! 동해 고래 한번 봐
 
이 줄다리기 놀이는 예로부터 대보름날에 행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는데, 동래지방에서는 단옷날에, 제주도에서는 한가위에, 그리고 전라도 서해안지방에서는 2월 초하룻날(하리다리날)에 동네의 큰 잔치로 생각하면서 놀기도 했다. 이 놀이는 대보름날에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하는 단체놀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놀이로서, 작은 마을에서는 하루 동안에 놀기도 하지만 큰 고을에서는 며칠에 걸쳐 놀기도 했다. 시인은 태평세월 살아온 지가 어언 백여 년이니, 민속놀이 이렇게 즐김은 모두 인지상정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동해의 저 탐욕스러운 고래들을 한번 보게(繂曳4)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배율이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태평세월 살아온 지가 어언 백여 년이니 / 민속놀이 이렇게 즐김은 인지상정일지니 // 아아, 너희들의 안목이 참으로 부족함이여! / 동해의 저 탐욕스러운 고래들을 한번 보게]라고 번역된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태평세월 어언 백년 민속놀이 인지상정, 너희 안목 부족함이여! 동해 고래 한번 봐’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줄다리기4]로 번역된다. 오랜 옛날에는 줄다리기를 통하여 풍흉을 점치고 풍년을 기원하였으니, 지금의 단순한 오락의 차원이 아닌 생존의 차원에서 행해 졌으며, 따라서 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신앙성까지 지니게 되었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줄다리기가 다른 나라의 줄다리기와 다른 점은 짧아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동안, 길면 수일에 걸쳐 이루어지는 여유로움이라 하겠다. 줄다리기는 마지막 승부를 겨루는 시간을 빼놓고는 줄을 당기던 사람들이 나와서 쉬기도 하고 시간을 내서 볼 일을 보기도 하였던 것으로 알려진 즐거운 놀이였다.
시인은 이제 시상을 거두면서 아름다운 미풍으로 여겨 왔음을 시상으로 떠올리면서 태평세월의 인지상정임을 떠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태평세월 살아온 지가 어언 백여 년이었으니, 민속놀이 이렇게 즐김은 모두 인지상정이라는 후정을 가득 담아 회고한다. 이러한 민속이 더 오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화자가 부르짖는 너희들은 나이가 적은 부정칭의 후진들을 가리키겠고, 동해의 고래를 보라는 뜻은 자기만 먹겠다는 탐욕에 욕심내지 말고 협동과 단결이 매진하기를 기원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아아, 너희들의 안목이 참으로 부족함이여! 동해의 저 탐욕스러운 고래들을 한번 보시게들]이라는 정중한 교훈성 한 마디를 토한다.
【한자와 어구】
生老: 태어나고 늙다. 곧 평생. 太平: 태평세월. 今百年: 이제 백년이다. 此等: 이와 같은. 俗戱: 민속놀이. 皆人情: 다 인지상정이다. // 嗟哉: 아아(감탄사). 汝曹眼: 너희들. 力短: 부족하다. 試向東海: 시험 삼아 동해를 항하다. 看饞鯨: 고래들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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