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네텃밭도서관을 운영하며 인생의 반려자로, 든든한 친구로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서재환(61), 장귀순(54) 부부.

부부가 함께 그리는 농부네 텃밭 도서관으로 삶의 여유 찾아

“옷깃 한번 스치는 것도 500겁의 인연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의 만남도 인연으로 언급한 것인데, 이렇게 짧은 만남도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부부의 인연은 어떨까? 이 또한 같은 이치인데, 부부는 7000겁의 인연으로 맺어 진다고 한다. 여기서 ‘겁’은 천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만 한 바위를 뚫어 없애는 시간을 의미하기에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가늠 할 수 있다. 
이렇듯 부부의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무수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어온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 부부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날은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늘 옆에 있으면서도 표현하기 힘들었다면 이날만큼은 용기를 내보여야 하겠다. 
부부의 날을 맞아 인생의 반려자로, 든든한 친구로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서재환(61), 장귀순(54) 부부를 소개한다.
 
█ 운명 같은 인연
 
이들 부부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만인의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로 불린다. 현재 이들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친근감 있는 표현으로 이들 부부를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로 부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이곳 도서관의 특별함에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이 도서관은 ‘농부네 텃밭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은 책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도서관 전체를 놀이터화 시켰다. 
서재환 씨는 “이곳을 시골 외갓집처럼 꾸며 아이들이 언제든지 올 수 있어 뛰어 놀며, 체험하는 기억의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도서관이 없었다면 이들 부부의 인연도 연결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것.
서재환 씨가 군대를 제대한 후 고향에 다시 온 1981년. 그 시절의 농촌은 책이 무척이나 귀한 시기였다. 그래서 책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지금 도서관의 시초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모으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농촌 책 보내기 운동으로 책을 받았다. 한번은 ‘샘터’라는 월간지에 광고를 낸 적이 있는데, 책은 오지 않고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바로 아내 장귀순 씨가 보낸 편지었다. 이를 계기로 펜팔을 주고받다가 사랑에 빠지게 됐고, 2년간의 열애 끝에 1983년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된다.
 
█ 어떤 일이든 함께해 문제없어
 
이들이 사랑을 키운 만큼 도서관도 발전의 발전을 거듭했다. 동네 마을 회관에서 시작했던 도서관이 이제는 독립 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부지도 2천 평을 넘었고, 한 때 보유도서도 3만권이 넘어섰다.
하지만 도서관이 커졌다고 해서 이들 부부가 마냥 행복하지는 못했다. 이들 부부에게도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존재했는데, 도서관이 커진 만큼 도서관을 운영비용도 같이 상승한 것. 때문에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서재환 씨는 “지금껏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농사일에서부터 도서관 운영, 우유대리점, 서당까지, 저를 믿고 묵묵히 따라와 준 아내가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지금도 농사와 도서관을 병행하며 생계를 꾸리긴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그전과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도서관의 도서는 어린이 도서 5천여 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2만5천여 권은 모두 다른 시설에 보냈는데, 여기보다 더 필요한 곳에 가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 장귀순 씨는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해야 할 일들이 보이고, 굳이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아등바등 하지 않는 여유도 생긴 것 같아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에 서재환 씨는 “끝없는 욕심을 부리다 보면 실망이 앞서게 되고, 세상을 원망하게 돼 잘 진행되고 있는 일들도 그르치게 된다”며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고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우리도서관에는 항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점이 최고의 장점인데, 이점이 우리 부부가 유쾌하게 살 수 있는 비법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항시 같은 자리에서 한결 같은 따뜻함을 가지며, 도서관을 찾는 모든 이에게 예쁜 추억을 나눠주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아끼며 배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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