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롯폰기힐스, 개발에만 17년 소요…와테라스, 학생을 커뮤니티 주인공으로 참여시켜

▲ 학생들을 지역자원으로 간주해 커뮤니티 활성화의 주역으로 동참시킨 와테라스의 하부 모습.(사진 위) 왼쪽 타워동은 아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오른 쪽 부대동은 상가와 학생숙소 등이 설치되어 있다.
▲ 일본 도시재생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롯폰기 힐스 모습.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있다. 흔히, 도시계획을 이야기할 때 종종 이런 말을 쓰곤 한다.
도시계획은 100년 후를 내다보고 해야 하는 중차대한 계획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신도시를 조성해도 불과 수십년만 지나면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쉬운(?) 방법으로 도시 재개발을 해왔다. 기존의 도시나 마을의 흔적을 말끔하게 없애고 하는 도시개발, 혹은 기존 도시 재개발은 지역의 역사와 지역민의 추억까지 고스란히 지워지는 방식이 된다. 지역의 역사성을 살리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차원에서 도시재개발은 추진된다. 거주민들이 불편없이 삶을 영위하도록 하면서 옛 도시의 흔적은 남겨두는 방식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도시계획이나 개발을 장기간에 걸쳐 추진한다.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계획과 개발은 개발 과정의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합니다. 그러다 보니 낡은 건물을 하나 철거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현대화된 건물 바로 옆에 다 쓰러져가는 집이 있어도 그 집 주인이 사망해 자식들이 상속을 받거나 하기 전에는 철거하는 것을 거의 못보았어요. 집주인이 사망해 오래된 건물을 자식들이 상속받게 되면 부동산업자들이 접근을 합니다. ‘당신 상속세도 내야 하는데 이 건물을 우리에게 팔아라’ 하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건물의 소유권이 넘어가면 부동산개발업자들이 그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도쿄 도심의 현대화된 건물 바로 인근에 있는 낡은 건물을 가르키면서 한 현지 안내인의 말이다.
우리보다 도시개발의 역사가 더 긴 일본이 도심재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라고 한다. 산업발전과 도심확장에만 주력하던 도쿄의 경우 이미 오래전 개발돼 도심의 흉물로 전락해 가고있는 낡은 건물들을 보면서 도심재생을 주목하게 됐다는 것, 
일본의 도시재생사례 중 국내에도 잘 알려진 것 중의 하나가 롯폰기힐스 개발이다.
롯폰기의 명소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복합 문화 공간인 롯폰기힐스는 2003년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된 8개의 건물이 모여 있는 주상 복합 단지이다. 롯폰기 힐스가 들어서면서 롯폰기는 고급스러운 신흥 부촌으로 발돋움했는데 흔히 미국의 비벌리힐스에 비견되기도 한다.
롯폰기 힐스는 고층빌딩인 모리 타워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모리 타워는 지하 6층, 지상 54층의 초고층 건물이다.
모리 빌딩 앞에는 아사히TV의 본사 사옥인 테레비아사히 건물이 있으며, 그랜드하얏트호텔, 복합영화상영관, 야외이벤트공간(롯폰기힐스 아레나), 주거공간(롯폰기힐스 레지던스, 게이트타워 레지던스 등) 등 건물이 들어서 있다.
 
개발에만 17년 걸린 롯폰기힐스
 
▲ 롯폰기힐스
도쿄의 대표적 명소가 된 이곳은 개발에만 무려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1986년 도쿄도가 롯폰기 6번지 지구를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한 것을 계기로 복합개발을 하고 싶어했던 모리빌딩과 TV아사히는 지역사회 설득작업을 펼쳤다고 한다. 지역설명회 개최와 연락사무소 개설를 개설하고, 매월 두 차례씩 '롯폰기 6번지 지구 소식'이라는 소식지를 발간해 개발의 청사진을 지역사회에 제시했다. 밀어붙이기식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의 동의와 설득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 지 12년 후인 1998년에야 결국 재개발조합을 설립하고, 2000년 착공해 2003년 개장했다.
도심이다 보니 녹지 공간이 부족했는데, 이는 모리 타워 동쪽의 옛 정원인 모리 정원을 보존하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이 정원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원래 모리 타워가 들어선 지역은 에도 시대의다이묘인 모리가(毛利家)의 저택이 있던 곳인데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저택은 없어졌다. 그렇지만 정원은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롯폰기는 도쿄의 변두리 지역이어서 정원에는 늪과 우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늪과 우물 등의 역사적 유적을 보존해 정원으로 조성하면서 도심에 녹지공간까지 갖춘 롯폰기힐스가 탄생한 것이다.
 
학생도 커뮤니티의 주역 - 와테라스
 
▲ 와테라스의 타워동 전경
롯폰기힐스와 달리 도쿄 칸다지구 와테라스(Waterras)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사회의 문제점 및 노후한 주택 등 물리 환경적 개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거지 재생 사업을 추진한 경우이다.
도심의 주거지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학생전용 임대아파트 건설해 저가로 입주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이벤트 봉사나 청소 등 지역 활동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2013년 문을 연 와테라스 주변에는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거리와 오차노미즈역의 학생거리, 칸다오가와마치의 스포츠 용품거리, 칸다스다쵸의 노포거리 등이 위치하고 있어 방문객이 많은 지역이다.
원래 이 지역은 초등학교가 있다가 1993년 학교가 이전하자 1997년부터 ‘아와지역 지역만들기 계획 추진 협의회’를 중심으로 개발계획을 검토했다고 한다.
개발방식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2001년 4월 아와지쵸 2쵸메지구 재개발 준비 조합이 발족되었으며, 2002년 6월에는 이 지역이 도시재생특별지구(도시재생 긴급 정비지역)로 지정됐다.
이후 2007년 4월 도시계획결정을 받은데 이어 2008년 6월에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2010년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공했다.
2012년 12월에는 일반사단법인으로 아와지 에리어 매니지먼트가 발족했으며, 2013년 4월 와테라스(waterras)가 오픈했다.
와테라스의 타워동에는 333호의 분양아파트와 함께 저층부는 오피스와 커뮤니티 시설이 입주해 있다.
부대동에는 상업시설과 오피스, 학생기숙사 등이 입주해 있는데, 학생기숙사는 부대동의 상층부 2개층에 36호의 원룸형 학생임대주택을 설치해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주고, 입주한 학생들에게는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활동 참여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
와테라스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활동무대를 정비하여 지역주민의 휴식 장소 역할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 활동의 당사자인 원주민 및 새 입주민, 오피스 취업자, 학생들이 상호 교류하고 학습해 가며 표현하는 장소를 목표로 지역에 열려있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시설로의 정비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했다고 한다.
야스다 부동산이 소유・운영하는 와테라스는 광장 및 공원이 일체화된 이용 가능한 시설로 조성했으며, 여러가지 활동이나 이용의 형태를 고려한 이벤트 스페이스와 점포로 구성하여 항상 사람들로 활기찬 지역 커뮤니티 거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와테라스는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지역 커뮤니티의 육성을 위한 마을만들기 법인을 설립해 지역과의 의사소통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건물 준공 6년 전부터 현지 주민이나 주변 대학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마을 만들기 법인의 목적, 조직 구성, 활동 내용에 대해 의견교환을 통해 ‘칸다 지역 자원을 살린 커뮤니티 만들기’로 개발방향을 설정하고, 지역 자원의 하나인 ‘학생’을 주민으로 편입시켜 마을만들기를 진행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 지역 교류 활동을 건물 완성의2년 전부터 실시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지역 정보지를 발행해 새로운 주민이 되는 아파트 분양자도 마을만들기에 참여하도록 적극 유도했다.
와테라스의 관리를 맡고 있는 아와지 애리어 매니지먼트는 지역의 정서가 남아있는 지역 커뮤니티를 유지하며, 안심하고 쾌적한 거리를 실현하기 위해서기존의 지역단체와 연계해 지역활동에 대한 지원을 실시했다. 시설의 소유주인 야스다 부동산은 마을 만들기의 일부를 담당하게 되는 학생들에게 지역 교류활동에 참가를 조건으로 주변시세보다 20~30%정도의 집세할인을 통해 방을 제공하고 있다.
또, 소유자로부터 운영을 위탁 받은 마을 만들기 법인은 학생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지역 교류 활동에 적극 참가하는 구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자원으로 학생을 생각하고, 젊은 학생들에게 지역 커뮤니티 참여를 의무화 한 것은 지역에 대한 참여의식의 고취는 물론 학생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대규모 타워형 아파트의 저층에 위치한 각종 상가나 커피숍 등이 젊은이들로 넘쳐나면 자연스레 지역을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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