穌齋-讀國朝諸家詩[소재-독국조제가시](5)
/ 매천 황현

장강의 우레 속에 일어난 용은 더뎌
북두성 같은 문장 그 한 때 뿐이었네
당년에 봉덕이 쇠해 살필 것도 없어라.
瘴江雷雨起龍遲   星斗文章此一時
장강뇌우기용지   성두문장차일시
不須細檢鹽梅業   詩已當年鳳德衰
불수세검염매업   시이당년봉덕쇠
 
우레 속에 용이 더디 북두 문장 한 때였네, 
염매 문장 잘 살핀 듯 당년 봉덕 쇠하였네
 
시제(詩題)로 채택한 시적상관자인 소재(穌齋)는 노수신(盧守愼, 1515~1590)의 아호다. 1543년 식년 문과에 장원을 하고, 사가독서했다. 인종이 즉위한 후 정언으로 있으면서 이기를 논핵하여 파직시켰다. 을사사화 때 순천으로 유배되었으며, 양재역벽서사건으로 진도로 이배되어 19년 동안 귀양살이했다. 1567년 선조가 즉위하자 풀려나 좌의정과 영의정을 역임했다. 기축옥사 때 정여립을 천거한 죄로 파직되기도 했다. 시인 장강 우뢰 속에 용이 더디 일어나니, 북두성 같은 문장도 그 한 때뿐이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염매의 사업을 자세히 살필 것도 없었나니(穌齋 盧守愼[5]:1515~1590)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장강 우레 속에 용이 더디 일어나니 / 북두성 같은 문장도 그 한 때뿐이었네 / 염매의 사업을 자세히 살필 것도 없었나니 / 시는 이미 당년에 봉덕이 쇠하였다네]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우레 속에 용이 더디 북두 문장 한 때였네, 염매 문장 잘 살핀 듯 당년 봉덕 쇠하였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소재 노수신의 시를 읽고]로 의역해 본다. 시어로 쓰인 ‘장강(瘴江)’은 독기 서린 강가라는 뜻으로, 주로 유배지의 습한 풍토를 가리키는 용어다. ‘염매(鹽梅)의 사업’은 임금을 잘 보필하는 정승의 역할을 가리킨다. 염매는 음식의 양념이 되는 소금과 매실로, 은나라 고종이 재상 부열에게, “내가 국을 끓이려고 하거든 그대가 소금과 매실이 되어 주오(若作和羹 爾惟鹽梅)”라고 했던 고사가 보인다. ‘봉덕(鳳德)이 쇠하였다’는 것은 이미 시문의 격조가 떨어졌음을 뜻한다. 춘추 시대 초나라의 은자 접여가 공자의 수레 앞을 지나면서 노래하기를 “봉새여, 봉새여! 어찌 그리 덕이 쇠한고(鳳兮鳳兮 何德之衰)”했던 부분에서 보였다.
시인은 이와 같은 시어의 쓰임들을 감안하여 용과 북두성의 요란한 점을 간추려 선경의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독기서린 강가인 장강의 우레 속에서 잠룡이 더디게 일어 났었나니, 북두성 같은 문장도 오직 그 한 때 뿐이었다고 했다. 훌륭한 문장도 한 때의 영화를 누릴 수 있는 시적 상관자인 소재를 두고 한 말임을 알게 한다.
화자는 임금을 잘 보살피는 염매 사업에 관심을 갖는 후정을 담는 시상은 도톰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래서 염매의 사업을 자세하게 살필 것도 없었나니, 시상(詩想)은 이미 당년에 봉새를 부르다가 그만 쇠하고 말았다는 시상의 문을 닫고 만다.
 
【한자와 어구】
瘴江: 장강. 雷雨: 우레. 起龍遲: 용이 더디게 일어나다. 星斗: 북두성. 文章: 문장. 此一時: 이번의 때다. // 不須: 모름지기 ~이 아니다. 細檢: 자세하기 살피다. 鹽梅業: 염매의 사업. 詩已: 시상은 이미. 當年: 당년. 鳳德衰: 봉덕이 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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