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김천의 수도산으로 이동하던 반달가슴곰이 교통사고를 당한데 이어 지난 해 7월, 지리산에서 백운산으로 옮겨 온 5년 생 반달가슴곰 KM55가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되자 광양지역 환경단체들이 책임 있는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을 벗어나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하기 시작하면서 서식환경보존을 위한 대책마련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5월 4일, 정부기관, 전문가, 지자체,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과 함께 ‘반달가슴곰공존협의체’를 구성했다. 또, 백운산 반달가슴곰이 양봉장을 습격하는 등 민가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현장조사와 인근 거주 주민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본 결과 더 이상 방치하면 서로가 위험한 것으로 판단됐다.
수도산으로 이동하던 반달가슴곰의 교통사고 이후 지난 달 23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지리산을 벗어난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보존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에서 환경부는 백운산반달가슴곰 안전을 위해 영산강유역환경청, 광양시, 광양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별도의 ‘백운산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 구성을 제의했는데, 협의체가 구성되기 이전에 KM55가 희생된 것.
광양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KM55의 희생으로) “백운산을 서울대학교 사유화로부터 지켜내고 지리산, 섬진강을 연계한 백운산국립공원지정을 위한 매우 중요한 명분 하나를 잃었다”고 지적하고, “KM55의 활동범위가 넓은데다 각종 올무 등 위험요소 제거와 인근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가 시급한 실정이라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함에도 종복원기술원은 물론 환경청과 광양시는 예산타령만 하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질타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반달가슴곰은 이미 서식환경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KM55처럼 새로운 곰이 다시 백운산으로 거처를 옮겨올 것”이라며, “지리산에는 수신기가 없는 반달가슴곰이 전체 수(약 56마리)의 절반에 이르고, 이 중 일부는 백운산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KM55를 따라 함께 이동한 암컷이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 가족이 함께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양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 종복원기술원에 대해 “위치추적기가 없는 반달가슴곰의 서식환경 조성을 위한 현장조사 등 관리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할 것”을 간곡히 주문했다.
같은 날 광양만녹색연합도 성명을 통해 “관리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광양 백운산은 끝내 지리산반달가슴곰을 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 사건을 “환경부가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행 계획이 소홀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현재의 종복원사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하고, “멸종위기 종복원사업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백운산은 법인서울대학교에서 학술림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관리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백운산 학술림 내 불법 올무가 얼마나 설치되었는지, 또한 정기적으로 불법 올무 등을 제거할 수 있는지, 그동안 멸종위기동물들의 서식지 관리 매뉴얼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에 대해 ▲난립한 복원관련 기관 통폐합과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수립, ▲백운산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반달가슴곰 인공증식, 도입, 방사를 중단하고 서식지 안정화 방안 우선 수립을 촉구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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