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竹(혈죽)[3] 
/ 매천 황현

목 찔러 보국한 일 옛날도 많았지만
공처럼 열렬한 이 또 어디 있다던가
온 몸을 의분에 찔러 세 번씩을 가르며.
刎頸報國古多有    亦有烈烈如公否
문경보국고다유    역유열열여공부
全身義憤剌不痛    一連三割如鉅杇
전신의분랄불통    일련삼할여거오
 
목을 찔러 보국한 일 공의 열렬 또 있을까, 
의분 찔러 아픈 줄도 세 번 씩을 갈랐었네
 
 
민충정공이 자결을 결심하고 1905년 11월 4일에 절명사(絶命辭: 필자가 붙인 이름)의 번역문은 다음과 같다. ‘오호라! 나라와 백성의 치욕이 이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 경쟁 가운데서 진멸하리라. 무릇 살기를 바라는 자 반드시 죽고, 죽기를 각오하는 자 삶을 얻나니 제공은 어찌 이를 알지 못하는가. 나 영환은 한번 죽음으로써 우러러 황은에 보답하고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하려 하노라…’ 시인은 목을 찔러 보국한 일 옛날에도 많았지만, 공처럼 열렬한 이 또 어디 있었던가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온몸 가득 의분이라 찔러도 아픈 줄 몰랐으니(血竹3)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배율이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목을 찔러 보국한 일 옛날에도 많았지만 / 공처럼 열렬한 이 또 어디 있었던가 // 온몸 가득 의분이라 찔러도 아픈 줄 몰랐으니 / 썩은 나무 톱질하듯 연달아 세 번 갈랐네]라고 번역된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목을 찔러 보국한 일 공의 열렬 또 있을까, 의분 찔러 아픈 줄도 세 번 씩을 갈랐었네’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피로 얼룩진 대나무를 보고3]로 번역된다. ‘(앞에서 이어짐) 나 영환은 죽어도 죽지 않고 저승에서라도 여러분을 기어이 도우리니, 다행히 동포 형제들이 천만 배 더 발분하여 뜻을 다잡고 학문에 힘쓰며 결연한 마음으로 힘을 합해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어서라도 마땅히 저 세상에서 기뻐 웃으리라. 오호라! 조금도 실망하지 말지어다.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영결을 고하노라’라고 했다.
시인은 목을 찔러도 보국한 일은 옛날에도 많았지만, 공처럼 열렬한 이 또 어디 있었던가하면서 자신의 일과 미래 국민들을 위하는 일을 생각해 보인다. 혈죽의 부활만 보아도 저승에서 도왔고, 오늘날 발전된 우리 문화와 경제력만 보아도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
화자는 온몸 가득하게 의분이라 찔러도 아픈 줄 몰랐다고 하면서 충정공은 칼을 들고 썩은 나무 톱질하듯 연달아 세 번을 갈랐었다고 했다.
위 서언구 번역문 원문은 다음과 같다. “嗚呼! 國恥民辱乃至於此,我人民將且殄滅於生存競爭之中矣. 夫要生者必死,期死者得生,諸公豈不諒只, 泳煥徒以一死仰報皇恩,以謝我二千萬同胞兄弟. 泳煥死而不死,期助諸君於九泉之下 幸我同胞兄弟千萬億加奮勵,堅乃志氣,勉其學問,決心戮力,復我自由獨立,卽死子當喜笑於冥冥之中矣. 鳴呼!勿少失望!訣告我大韓帝國二千萬同胞.
【한자와 어구】
刎頸報國: 목을 찔러 보국하다. 古多有: 옛날에도 많았다. 亦有烈烈: 또한 열렬함이 있다. 如公否: 공과 같음이 있었던가 어떤가. // 全身義憤: 전신이 의분이다. 剌不痛: 찔러도 아픈 줄 모르다. 一連三割:  연달아 세 번을 베다. 如鉅杇: 썩은 나무 톱질하듯이.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