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만화박물관 정문의 모습

▲ 부천에 소재한 한국만화박물관내 만화영화 상영관 모습.
부천시, 아기공룡 둘리에 주민번호 부여하며 선점했지만… 한국만화박물관 건립해 다양한 계층 유인

전 세계적으로 캐릭터의 발달은 만화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은 많은 아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그 우상을 활용한 상품은 캐릭터 산업으로 발전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됐다. 특히 유년시절에 접한 캐릭터는 잠재의식 속에서 깊게 남아 있게 돼 소비자의 기억요소를 활성화시킨 결과를 낳게 했다.
캐릭터가 단지 친근감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제품의 부가가치 창출 등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더욱이 캐릭터 마케팅은 그 활용범위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게 됐다.
 
▲ 한국만화영상진흥관 내 꿈보캐릭터가 화살표로 길 안내를 하고 있다.
 
▲부천시와 서울 도봉구, 서로 둘리를 탐하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만화 캐릭터가 이미 존재한다. 그중 한국의 대표 캐릭터를 꼽으라면 ‘아기공룡 둘리’를 빼놓을 수 없다. 둘리는 한국 만화계에서 매우 상징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되면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둘리는 빙하에서 깨어난, 초능력을 지닌 아기 공룡이 한 가정으로 들어와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만화인데, 이후 영화로도 제작됐다.
김수정 화백은 당시 자유롭지 못한 정부의 심의로부터 고민하다 공룡을 의인화한 캐릭터 ‘둘리’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둘리는 때로는 까칠하며 말썽을 피우는 면모를 보여주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아이들의 실제 모습 그 자체라는 평가가 있어 더욱 사랑을 받게 된다.
이런 둘리를 다른 도시보다 먼저 발 빠르게 선점 하려고 한 도시가 부천시다. 
부천시는 2003년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선정해 주민등록증을 발급했다. 둘리가 보물섬에 처음 연재되던 1983년 4월22일을 둘리의 생일로 정해 ‘830422-’라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또 부천시 원미구 상동을 둘리의 주민등록상 주소로 정하고, 지하철 송내역 인근에 ‘둘리의 거리’를 조성해 매년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도 열어왔다.
하지만 실제 둘리의 주소지는 경기도 부천시가 아니라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에 소재한 고길동 명의의 집으로 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서울 도봉구와 부천시는 둘리의 명예시민 문제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2월 2일 도봉구는 둘리에게 명예 가족 관계 등록부를 발급했다. 도봉구는 둘리가 2007년 1월 31일 도봉구 쌍문동 2-2번지에서 고길동과 박정자의 양자로 입양됐고, 2008년 호적부가 폐지되고 가족 관계 등록부로 바뀌게 되면서 새롭게 가족 관계 등록부를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앞 다퉈 둘리를 내고장의 캐릭터임을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만화산업의 아이콘으로서 상품가치가 높은 둘리를 내세워 캐릭터·관광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한국만화박물관
 
부천시는 그동안 만화, 영화 등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도시성장을 이루기를 기대했다.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다수의 박물관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 중에서 한국만화박물관은 우리나라 만화 역사를 아우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세대에게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만화박물관은 만화박물관, 만화도서관, 애니메이션 상영관 등이 다함께 공존하는 초대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전시 공간은 크게 1, 2층의 무료 전시와 3, 4층의 유료 전시로 나뉘는데, 1층은 ‘제2기획전시실’, ‘만화영화상영관’, ‘체험마당’, ‘카페테리아’, ‘수유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2층은 ‘만화도서관’과 ‘교육실’ 등이 있는데, 특히 2층 만화도서관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만화도서관은 ‘일반열람실’, ‘영상열람실’, ‘아동열람실’, ‘오픈 라이브러리 꿈바라’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오픈 라이브러리 꿈바라에서는 전문가 100명이 엄선한 ‘한국 만화명작 100선’과 이 달의 추천 만화 등이 선을 보이고 있다.
전시 뿐 아니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상설체험교육, 방학·특별편성교육 등 체험교육과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행사를 운영하고 있어 만화박물관은 주말이 되면 많은 손님들이 오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천시는 국제적인 규모의 영화제를 꾸준히 개최함으로써 영화 마니아들의 지속적인 성원도 받고 있다. 
부천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소개하고, 극장에서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회고전을 개최하며, 세계 유수 판타스틱 영화제와의 교류 활동을 통해 국제 영화제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부천시가 만화, 영화 등 문화콘텐츠로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 시키는 이유는 부천시만의 별다른 특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지리적으로 서울과 인천 사이에 있는 8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지만, 시민들의 소속감이나 긍지가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강도 높은 문화 지원 정책과 부천시의 문화 도시 이미지 건설을 위한 노력이 맞아떨어지면서 정기적인 국제 영화제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문화콘텐츠에 지역의 캐릭터를 입히다
 
부천시는 이제 문화콘테츠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도시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여기에 지역의 캐릭터와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캐릭터와 문화콘텐츠의 동반 성장을 꿈꾸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의뢰로 개발한 부천시 캐릭터 꿈보와 쏭은 한국만화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부천시는 과거에 복사골로 불렸을 만큼 복숭아나무가 많았다. 이에 복숭아나무를 부천시 상징물로 지정했는데, 꿈보는 복숭아 꽃을, 쏭은 복숭아 잎을 모티브로 탄생한 부천시 프로모션용 캐릭터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기반조성팀 배은영 주임은 “총 24개의 이모티콘을 개발하여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했는데, 현재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배 주임은 “이 꿈보와 쏭 이외에도 부천시 SNS에서 사용되는 용어 '부천핸썹'이 있다”며, “손 동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부천핸썹'은 액티브하고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젊은 부천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천시의 캐릭터 사랑과 문화콘텐츠 개발 노력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듯하다. 
 
양재생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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