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민동락공동체에서 사회적경제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은경씨는 공동체의 후원자에서 구성원이 된 경우이다. 이씨 역시 귀촌자로 어엿한 농부의 일원이다.
▲ 여민동락공동체 사무실 앞에 위치한 자동판매기의 커피 값은 11년전부터 10원이다. 자판기 옆에 적힌 “농부가 예술가이자 문화재입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소재한 여민동락공동체는 농촌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해 보자는 의욕으로 넘친 세 부부가 귀촌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농촌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였다. 사진은 여민동락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
▲ 여민동락공동체가 운영하는 마을점빵인 ‘동락점빵’은 생필품 판매점이 없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생활불편 해소를 위해 조직된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동락점빵은 전남 제1호 사회적협동조합이기도 하다.

학생운동으로 맺어진 3부부, “농촌위한 의미있는 일 하겠다” 귀촌해 지역공동체 살리기에 전념

 

 

사회적농업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정부가 정의하는 사회적농업은 ‘농업활동을 통해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 돌봄‧교육서비스 및 일자리를 제공하는 영농활동’이다. 이를 통해 농촌에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수단이자, 관련 일자리를 만들고, 농촌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를 육성한다는 것.
 
사회적 농장은 교육·돌봄·고용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촌지역 사회적 경제조직 수는 약 5천개소로 추정되는데, 이 중 농업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약 1,400여 곳이 사회적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농업은 지역 여건‧수요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나타날 수 있는데, 올해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유형은 교육과 돌봄, 고용 3가지이다.
교육은 장애인, 아동, 학생,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건강 증진, 사회성 향상, 자립 등을 위해 농업을 체험하거나 교육하는 것을 말하며, 돌봄은 장애인, 아동,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농업활동을 통한 건강관리, 요양, 재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이다.
고용은 장애인, 고령자, 귀농귀촌 희망자 등이 농장에 고용될 수 있도록 농업 실습 등을 제공하는 유형으로 농식품부는 올해 사회적농업 실천조직 9개소를 선정‧지원하기로 하고 공모를 거쳐 지난 4월 말 9개소의 시범농장을 선정했다.
 
사회적 농업 시범농장 9개소 선정
 
시범농장에는 농업을 통한 장애인 재활, 직업훈련, 고령자 돌봄 등 사회적농업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강사비, 자재비, 교통비 등을 개소당 최대 5천만원을 지원하고, 사회적농업 농가가 인근 읍‧면 농가 또는 지역의 학교‧보건소‧복지관 등 다양한 주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구축비로 개소당 최대 1천만원을 지원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시범사업과 병행하여 올해 사회적농업 실태조사를 통한 ‘한국형 사회적농업 모델’을 구축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학계‧국회‧언론 등을 포함한 사회적농업 포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아직 국내에서는 초기단계인 사회적농업에 관한 논의를 활성화하고 국민과 농업계의 인식을 제고하여 연말에는 사회적농업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에는 전국에서 총 65개 농장이 신청했는데, 정부는 서면심사와 현장심사, 대면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9개소를 선정했다.
이들 9개소의 시범농장에는 전남지역 농장 2개소가 포함되어 있다. 해남의 야호해남영농조합법인과 영광의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이다. 이들 2개의 영농조합법인은 모두 귀촌자가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성격은 많이 다르다.
 
노인일자리와 귀농인 정착이 목표 
 
영광 여민동락은 ‘노인 일자리와 귀농인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민동락이 위치한 전남 영광군 묘량면은 인구 1,944명 중 65세 이상이 39%이고, 이 중 독거노인이 250명에 달한다. 영광의 여민동락은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선후배 사이인 3쌍의 부부가 농촌에 정착해 살면서 농촌지역에서 뜻있는 일들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로 12년차를 맞는 여민동락의 초기 멤버들 중 초대 대표를 지낸 강위원씨만 지역 출신이고, 현 대표를 맡고 있는 권혁범씨와 다른 부부는 영광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대학에서의 전공도 사범대, 신학대, 사회복지학과 등 각기 달랐다고 한다. 이들은 농촌에 정착하면서 농촌복지문제에 관심을 갖고 1년여동안 지역 실태조사를 실시하면서 공동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들이 추구한 것은 “일터 공동체”였다고 강위원씨는 말한다. (강위원 저 ‘기적 아닌 날은 없다’ 중)
여민동락공동체의 초기 지역조사 결과 가장 필요한 것은 농촌사회복지였다. 초기 멤버들은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노인복지사업을 시작한다. 노인복지 사업을 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구상하게 되는데, 돌봄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돌봄을 제공하고, 일자리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한달 수입 30만원이면 자립 가능”
 
“정착 초기부터 복지공동체 지역공동체 관련 일을 하다 보니 고령의 노인들, 돌봄이 필요한 분들과 달리 혼자 사는 노인들 중에는 자신이 자기 농사를 짓지는 못해도 텃밭 일은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1년여동안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지역조사 결과 한 달에 3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으면 노인들이 자식들의 도움 없이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민동락공동체의 공동체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이은경씨의 말이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집이 있다. 그렇지만, 일정부분 노동력이 있는 노인들이라도 시골에서 돈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여민동락공동체는 시골 노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모색했다.
 
노동력 있는 어르신들 일자리 구상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할머니들의 솜씨를 이용한 떡 공장이었다. 영광의 특산품 중 하나는 모시떡이다. 어른들에게 떡 만들기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잘하는 일이었다. 여민동락은 떡공장을 만들어 시골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마련했다. 떡의 재료가 되는 모싯 잎은 공동으로 농사를 지어 조달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농사,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농업인 셈이다. ‘더불어삶 사회적협동조합’이 여민동락이 운영하는 떡 공장의 공식 명침이다.
2007년 이후 여민동락공동체는 열악한 시골마을 주민들과 그 이름처럼 동고동락을 해오고 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떡공장을 운영하면서 여민동락은 지역 주민들과 공동으로 농사를 짓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시작한 것이 지역사회에 생필품을 공급하는 일이었다.
 
농촌마을 생필품 공급도 공동체 역할
 
“농촌지역의 경우 어르신들만 남다 보니 간단한 생필품을 구입하려고 해도 지역내에 이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게가 없습니다. 농촌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인 ‘동락점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민동락공동체는 초기부터 개인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여민동락을 후원하다가 귀촌해 여민동락공동체의 공동체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이은경씨의 설명이다.
동락점빵은 이동점빵이다. 지역내 구석구석을 소형 탑차로 이동하면서 농촌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들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10여년이 넘는 동안 지역학교 살리기 운동,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문화센터 운영 등의 활동을 하면서 일자리 나누기 공동체 활동을 해 온 여민동락은 그 동안 수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일자리복지 형태로 해왔다.
그렇지만, 농사는 힘든 일이고, 농업 자체가 기계화, 대규모화되고 특수작물 재배가 일반화 되는 등 농사 자체가 변하고 있다.
농업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노지농사이고, 이러한 관행농업은 너무 힘들다.
“새로운 농업, 농법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비닐하우스 등 농업보조금을 적극 활용해 기반시설을 갖추고자 합니다. 어른들이 힘들지 않고,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자 합니다. 어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 찾아보고 있지만, 참여하는 어른들 연세가 대부분 75세에서 80세가 넘는 분들입니다.”
여민동락공동체는 비닐하우스 2동을 운영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2동을 관리하는 인원은 40여명의 어르신이다. 젊은 사람 한 사람이 최대 5동까지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농사인 셈이다.
여민동락 공동체에는 귀촌, 귀농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들은 어르신들과 같이 공동으로 농사를 짓기도 하면서 농촌생활을 익히지만, 대부분이 1~2년안에 떠난다고 한다.
 
사회적농장, 노인 일자리 해결 목적
 
올해 사회적농업 시범농장으로 선정된 ‘여민동락’은 우선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논 7,992㎡․밭 25,996㎡를 활용해 노인들이 참여하기 수월한 야생화를 재배하여 판매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령농의 텃밭농사 수확물을 방문 수매하여 동락점빵․농협 등과 연계해 판매를 도울 계획이다. 또한, 귀농인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고령농의 생산활동에 귀농인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령농과 귀농인간의 관계망을 구축하고, 이 관계망을 통해 지역에서 농지를 구입하는 등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여민동락은 지역내 성지고등학교 학생들이 봉사활동으로서 고령노인들과 함께 영농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학생에게는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고령노인에게는 삶의 활력을 제공할 계획이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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