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竹(혈죽)[6] 
/ 매천 황현

선명한 푸른 피를 마르기전 뿜어내듯
점점이 뿌리 내려 푸른 낭간 되었네
운문산 환생하여서 오랑캐글 섬멸하리.
分明碧血噴未乾    點點灑作靑琅玕
분명벽혈분미건    점점쇄작청랑간
爲厲殺賊張睢陽    復生剿胡文文山
위려살적장휴양    복생초호문문산
 
푸른 피가 마르기전 푸른 낭간 되었었고,
귀신으로 적 죽이고 환생해서 적을 섬멸
 
앞 절에 이어진 매천 혈죽명(血竹銘) 13구~20구를 여기에 놓는다. [그 피가 변해 흙이 되었고(血化爲土) / 그 기가 맺혀 뿌리 되었네(氣結爲根) / 그때 그 원통함과 격한 울분이(分明冤憤) / 잎새마다 혈흔으로 선명하여라(葉葉刀痕) // 이 땅의 수많은 남녀노소가(都人士女) / 공이 다시 살아남을 와서 보는데(來見公生) / 생전의 공의 모습 볼 수 없고(公不可見) / 오로지 대나무 청청하구나(惟竹靑靑)]]라고 했다. 시인은 선명한 푸른 피를 뿜어 마르기 전에, 점점이 뿌려져서 푸른 낭간이 되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점점이 뿌려져서 푸른 낭간이 되었었다네(血竹6)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배율이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선명한 푸른 피를 뿜어 마르기 전에 / 점점이 뿌려져서 푸른 낭간이 되었다네 // 장수양이란 자는 귀신이 되어 적을 죽이려 하였고 / 문문산은 환생하여 오랑캐를 섬멸하려 했네]라고 번역된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푸른 피가 마르기전 푸른 낭간 되었었고. 귀신으로 적 죽이고 환생해서 적을 섬멸’ 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피로 얼룩진 대나무를 보고6]로 번역된다. 위 서문구에 이은 혈죽명(血竹銘) 20행~24행을 지면 사정을 감안하여 여기에 놓는다. [오적들 이 소식 듣게 되면은(賊臣聞之) / 날이 춥지 않아도 벌벌 떨리라(不寒而粟) / 내 문을 닫아걸고 깊이 누우니(鎖戶深臥) / 계속해서 대나무 눈에 선하네(竹常在目)]라고 했다. 매천의 혈죽명은 모두 24행으로 되어 있는데 그 신묘함을 충정공 보국이란 커다란 뜻을 담아 부활이란 명제 앞에 무게를 두는 형국이었음을 알게 한다. 혈죽과 연관성을 갖고 있기에 앞 연(聯)에 이어 24행을 여기에 놓았다.
시인은 혈죽을 부여안고 노래에 취했던 그 정성의 문을 닫으려는 선경의 시상은 완만해 보인다. 선명한 푸른 피를 뿜어내어 아직 마르기도 전에, 점점이 뿌려져서 푸른 낭간이 되었다고 했다. 시어로 쓰인 낭간(琅玕)은 ‘푸른 대나무’를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고 보는 것이 좋은 듯하다.
이와 같은 점을 감안한 화자는 중국고사를 다시 인용하여 장수양이란 자가 귀신이 되어 적을 죽이려고 하였다고 하면서 문문산이 환생하여 오랑캐를 섬멸하려고 했다고 했다. 혈죽의 끝 연은 [저절로 대나무 솟아났으니 흔히 있는 일 아니어라(空然化竹不濟事), 그대 품고 가신 커다란 한이 천지간에 가득했소이다(此恨空留天地間)]라고 하는 혈죽의 마지막 결구로 끝맺는다.
【한자와 어구】
分明: 분명. 碧血: 푸른 피. 噴未乾: 뿜어 마르지 않다. 點點灑: 점점 뿌리다. 作靑琅玕: 푸른 낭간을 만들다. 곧 푸른 대나무 뜻함. // 爲厲: 귀신이 되다. 殺賊: 적을 죽이다. 張睢陽: 장수양(당나라 장수). 復生: 다시 살다. 剿胡: 오랑캐를 피곤하게 하다. 文文山: 문문산(송나라 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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