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해남영농법인, 농업과 문화예술 접목 시도… 사회적농업시범사업, 지속성 유지가 관건 될 것

▲ 서울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가 귀촌한 전병오 야호해남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귀촌 후 농촌문화운동에 종사했다. 전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이주민과 원주민이 멘토와 멘티로 만나는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농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 실천 조직으로 최종 선정된 해남의 야호해남영농조합법인(대표 전병오)은 시범사업을 통해 ‘다문화여성의 농촌 정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해남군 현산면 만안리는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아랫미세와 윗미세라는 2개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마을이지만, 아랫미세는 원주민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고, 윗미세는 귀농인과 귀촌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야호영농조합의 전병오 대표 부부 역시 귀농인이다. 이들 귀농인들은 미세마을영농조합법인과 ‘야호콩콩’이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귀촌후 농촌문화운동에 종사
 
사회적농업시범농장으로 선정된 야호영농조합법인은 야호콩콩이 운영하던 ‘야호해남 해남꾸러미’와 장류체험마을을 운영하는 인근 삼산면의 ‘해남에 다녀왔습니다’를 운영하는 이승희씨, 그리고 전병오대표가 귀촌하면서 운영하던 ‘야호문화나눔센터’가 연합해 결성됐다.
서울에서 문화기획자 등으로 활동하던 전병오 정수연씨 부부는 2007년 귀촌을 결심하고, 평상시 자주 남도여행장소로 찾았던 해남을 선택했다고 한다. 물론 해남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농촌에 정착한 후 이들 부부는 서울에서의 특기를 살려 ‘야호문화나눔센터’를 설립하고, 농촌에 문화를 접목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문화운동을 하면서 마을과 단절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역과의 융화를 위해 시작한 것이 농사였다. 귀촌이 귀농이 된 셈이다.
“도시 생활에서는 항상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시골에서 사람과 자연 속에서 생활해 보자, 길게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해남에 정착한 후 전씨는 문화원에서 일을 하게 됐고, 아내 정씨는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문화활동을 하면서 만난 농사 멘토가 ‘해남에 다녀왔습니다’를 운영하는 이승희씨였다고 한다.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며, 도시민을 상대로 꾸러미사업 등을 해오던 전병오 대표가 사회적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승희씨의 권유가 있었다고 한다.
 
귀촌·귀농인도 이주민
 
“문화활동을 하면서 이주여성들과 같이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농촌지역의 경우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50% 이상이 다문화가정 자녀입니다. 많은 곳은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 100%가 다문화가정 자녀들인 경우도 있습니다. 2016년 통계를 보면 결혼 이주여성의 25%가 농촌지역에 거주한다고 합니다. 귀촌이나 귀농을 위해 농촌에 정착한 사람들도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이주민입니다. 문화의 차이로 대화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지요. 현대인은 전부 소외자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다양성의 문제인데, 한 지역에 살면서도 소통이 안되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맥락에서 모두가 타자(他者)라는 의식을 벗어나 이웃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전병오 대표는 “이주여성들의 경우 원주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이웃이 되는 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주민들 중에도 성공적인 케이스가 있지만, 그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언어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러한 문제는 가정의 불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주민과 이주민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멘티와 멘토의 선순환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호영농조합이 소재한 해남군 현산면에서는 귀촌인들이 도시민을 위한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다.
야호영농조합은 700평규모의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천평의 논농자 체험장과 30평 규모의 교육장 30평, 가공 공장과 식당 시설, 90평 규모의 숙박시설, 사무실과 6차 산업 인증 농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야호영농조합법인은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으로 공통 브랜드로 ‘멘토와 멘티들의 살림’이라는 주제로 ‘일곱 빛깔 부뚜막’을 내걸고 있다.
 
‘일곱 빛깔 부뚜막’이 대표브랜드
 
▲ 문화와 예술은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 전병오 대표가 운영하는 야호문화나눔센터는 농촌의 평범한 창고를 문화와 예술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전씨의 시골 집 한켠에 위치한 농가의 창고는 ‘베짱이농부네 예술창고’라는 간판을 달고 각종 전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일곱 빛깔 부뚜막’은 다문화장터와 다문화갤러리를 운영해 제3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다양성의 장으로 만들고, 문화예술 교육과 축제, 공연으로 연계시켜 나가겠다는 것. 또, ‘일곱 색깔 부뚜막 농장’ 운영을 통해 농사와 문화전문인력을 양상하고, 생산과 가공, 유통으로 이어지는 조직을 구성하며, 문화다양성에 기반을 둔 치유농장을 운영해 소수자와 현대인의 정체성 회복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지역 특화상품을 개발하고, 사회적농업을 해남의 브랜드로 가꿔나간다는 구상이다.
또,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다문화와 한국문화를 접목한 제3의 특별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농가체험형 문화공간을 구축해 나간다는 것.
그렇지만, 야호영농조합법인의 이러한 구상이 실제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당장 오는 8월부터 구체적인 실천에 돌입해야 하지만, 사업참여자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전병오 대표는 “이주민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사업참여자들을 모집 중”이라며, “지역의 문화자원과 사람들을 활용하고 연극과 공연, 축제, 교육 등을 통해 현장과 관계맺기, 공간과 관계맺기, 지역과 관계맺기 등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원 끊겨도 지속 가능할까?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그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낮설다. 전남도에서 사회적 농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관 주무관은 “사실상 막연하다”고 토로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농업을 한다는데 이런 농업이 소득과 연계되느냐가 관건입니다. 현재는 시범사업이고, 선정된 단체에 1년동안 6천만원을 지원한다는데, 1년 후 지원이 끊기면 내년에는 어떻게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우리 도에서도 사회적 농업의 지속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 주무관은 “시범농장에 대해 1년만 지원한다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가?”를 반문하고, “사회적농업에 대한 지원 자체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과 달리 교육과 네트워크 구축 등에만 지원하고, 인건비성 경비 등은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사회적 농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가가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농업 자체가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전남도는 이의 활성화를 위해 광주전남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추진 중이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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