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농업시범 단체로 지정된 전북 임실의 선거웰빙푸드영농조합법인의 박미 대표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범죄피해 여성들을 위한 원예치료와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임실 선거웰빙푸드영농조합, 원예치료 도입해 범죄피해여성 돌보고, 보존화 제작으로 일거리 마련

올해 정부가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회적농업 시범농장으로 선정된 단체들은 대부분 이미 사회적농업을 실천해 온 단체들이다. 
충남 홍성에 소재한 행복농장이 대표적이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권역에는 젊은협업농장과 행복농장이 작은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운영되고 있다. 
젊은협업농장은 농업학교 졸업생, 귀농 희망자, 농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는 농장으로 씨를 뿌리는 것에서부터 최종적으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농사의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농업을 배우고, 농촌에 살면서 필요한 공동체 생활의 가치를 터득하도록 해 농업·농촌 정착을 돕는 것을 농장의 설립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젊은협업농장은 비닐하우스 8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쌈채소를 재배하는데, 예비 귀농 귀촌인들이 교육생으로 농장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교육생들은 오후 4시가 넘으면 주변 마을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거나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데, 인근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강사를 하는 이도 있고, 외부 방문객을 대상으로 가이드 역할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젊은 협업농장 구성원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귀촌인의 날 행사 참석차 자리를 모두 비운 상태였다.
 
▲ 충남홍성군에 소재한 행복농장은 오래전부터 사회적농업을 실천해 왔다. 행복농장은 영농활동을 통해 만성정신질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농업을 통한 만성정신질환 치료 
귀농귀촌인을 위한 교육장 역할을 하는 젊은 협업농장 인근에 위치한 행복농장은 사회적농업 실천농장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행복농장은 복지관 또는 기관에 소속된 만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농업 활동을 체험하고 농사 기술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행복농장은 올해 정부의 사회적농업 시범농장으로 선정되었는데, 시범사업을 통해 ‘행복농장’은 충남에 거주하는 만성 정신질환자 대상 직업재활 프로그램(‘자연구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행복농장은 일일단위 농사체험을 시작으로, 4박5일 과정의 농장 일상생활 체험 및 마을행사 참여 등 마을주민과 소통하는 시간 갖기, 심화과정으로 2~3주간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하며 사회복귀훈련을 하게 되고, 이 중 일부는 3~6개월 인턴, 장기적으로는 고용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장애인들은 농장의 비장애인들과 함께 허브․쌈채소 등 비교적 장애인들이 다루기 쉬운 농작물을 재배하게 되며, 마을행사에도 참여하면서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등 자립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이와 병행해 행복농장은 인근 금마중학교 특수학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농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장애학생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것은 물론, 졸업 후 취업을 하기 어려운 장애학생들이 지역에서 농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구상이다.
젊은 협업농장이나 사회적농업 시범농장으로 선정된 행복농장은 이미 사회적농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사실상의 사회적농업을 실천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범농장 선정을 통한 사업추진 성과가 주목된다.
 
도농직거래로 주민소득 향상 지원
올해 사회적농업 시범농장으로 선정된 전북 임실군 운암면에 소재한 선거웰빙푸드영농조합법인(대표 박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선거웰빙푸드는 시골교회 목사인 남편을 따라 이 마을에 정착한 박미 대표가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돕기위해 시작한 일종의 도농직거래에서 시작한다. 13년전, 선거마을에 정착한 박 대표는 주민들이 힘들게 지은 농산물들이 너무 헐값으로 팔려 나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에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목사인 남편의 직업과 연계해 박 대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서울의 대형교회와 연계해 판매를 주선했다. 
도농직거래를 통해 판로를 확보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도 좋아하고, 또 도시 교회에서 선교활동 하러 온 사람들이 마을의 농산물을 제값을 주고 사주면서 도농직거래가 일정부분 뿌리를 내리게 됐다.
 
▲ 야생화를 이용한 보존화 작품. 보존화 제작과 판매는 영농소득보다 수입이 좋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용돈벌이 보존화 제작
별다른 조직없이 마을에서 생산한 잡곡류 등을 도시소비자와 연계해 판매해 주다 지난 2013년 마을기업 육성을 위한 공고를 보고 박 대표는 도농직거래를 보다 체계화해보자는 생각에 마을주민들과 힘을 모아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선거웰빙푸드영농조합이 본격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그렇지만, 잡곡류 등을 도농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마을주민들의 소득향상에는 기여했지만, 기대한 것 만큼의 소득을 올릴 수는 없었다.
대학에서 원예치료를 전공한 박 대표는 자신이 가진 재능과 지역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소득원 창출에 나섰다.
프리즈버드로 불리는 보존화 제작과 판매가 그것이었다. 보존화란 꽃을 가공해 장기간 원형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녀는 보존화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미와 같이 잘 알려진 화훼로 만드는 보존화는 값싼 중국산이 대거 수입되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 박 대표가 선택한 것은 마을의 고령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한 야생화 보존화였다. 마을 인근 섬진강변에는 수자원공사가 보유한 3만여평이 삼각주 형태의 초원을 이루고 있는데 이곳은 야생화의 천국이었다.
“어르신들의 용돈벌이를 모색하다가 들꽃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강아지 풀, 냉이꽃 등 들꽃을 활용해 작품만들기를 진행해 기존의 보존화와 차별화를 했습니다.”
보존화 만들기는 잡곡판매보다 수익이 좋았으며,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로 연계됐다.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보존화만들기를 도입한 박 대표는 한국원예복지협동조합을 결성한다. 이 협동조합은 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농원과 농촌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의 강사는 일생을 농사 일에 종사해 온 마을의 어르신들이 맡는다.
농가와 연계해 진행하는 아로니아 따기 체험, 고구마 캐기 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은 아이들과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활용한 바른 먹거리 교육으로 구성된다.
 
▲ 행복농장은 충북 홍성군 장곡면의 오누이권역에 위치해 있다. 오누이권역에는 행복농장과 함께 귀농·귀촌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영농교육을 지원하는 젊은 협업농장이 위치해 있다. 오누이권역 안내도.
마을 어르신이 강사로 참여
박미 대표는 “어르신들이 강사가 되어 운영하는 구도”라며, “5~60년 농사일에 종사한 분들이 전문강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르신들의 지식을 활용한 전문교육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이러한 노력과 함께 박 대표는 원예치료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살려 범죄 등 각종 폭력피해 여성들을 위한 사회적응 훈련과 직업훈련을 진행했다.
2014년부터 전주법원 범죄피해지원센터의 보호를 받고 있는 여성 및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진행해 온 박 대표는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을 통해 이를 더욱 체계화시킬 구상이다.
또, 2014년부터 임실마을가꾸기협의회 및 임실시니어클럽과 연계해 독거어르신을 위한 원예치료 및 한글교실, 영어교실, 수학교실 등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이 역시 사회적농업의 틀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을 통해 ‘가정폭력․성폭력 등 범죄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 및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범죄 피해가족과 마을 노인들이 함께 2만평 규모의 농지에서 야생화, 산야초, 아로니아를 재배하고, 보존화 등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라는 것.
 
▲ 신선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전북 임실군 운암면 선거리 인근에는 섬진강이 빚어낸 광활한 초원이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수자원공사와 이 초원의 사용계약을 체결한 선거웰빙푸드영농조합법인은 이곳에 자생하고 있는 강아지풀과 쇠뜨기 등 야생화와 야생초를 채취해 보존화를 만들어 어르신들의 용돈벌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사회적농업 정착에 대한 우려 높아
그렇지만, 정부의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에 대한 지원방향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다.
박미 대표는 “1년짜리 단기 프로그램과 사회적 농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8월에 시작한 사업을 11월에 마무리한다면 정들려 할 때 끝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원되는 돈이 헛돈이 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수혜자들에 대한 적응훈련을 시키는데는 지속적인 관리와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체계적인 정착여건 마련도 필요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사회적농업의 정착 및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사업을 진행하는 시범단체 관계자들이나 이를 지원하는 행정기관 담당자들도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임실군 농업정책팀의 황성수 주무관은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사회적농업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사회적농업협의체를 구성할 때 행정공무원을 함께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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