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농촌공동체연구소, 청년·귀촌인·귀농희망자 위한 교육농장 운영통해 사회적농업 실천

▲ 제천농촌공동체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월악두레교육농장 전경. 수수는 제천지역의 특산 작목이라고 한다.
올해 사회적농업 시범단체로 선정된 충북 제천의 사단법인 농촌공동체연구소(대표 이태수)는 제천시 덕산면에 소재하고 있다.
농촌공동체연구소는 농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촌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며, 농촌에서 사람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 사회적농업을 총괄하고 있는 한석주 농촌공동체연구소 상임이사.
이 연구소의 상임이사이자 덕산전통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석주씨는 제천이 추구하는 사회적농업의 목표를 “사람이 들어와 정착하는 농촌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계화 등으로 농업여건이 변하면서 협동이 필요 없는 농촌으로 변하는데, 그 동안 연구소는 협동이 필요한 농촌으로 만드는 활동을 해왔다”는 한 이사장은 원래 서울 강남의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교사였다.
현직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입시 위주의 교육에 회의를 느꼈던 한 이사장은 “학생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역사교육모임’ 등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공교육의 문제점을 고민하던 그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에서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학교에 사표를 내고, 성미산학교 교사추진위원장으로 갔다.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제천에 소재한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개설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자 제천으로 와 3년과정인 제천 간디학교를 6년과정으로 변경하는 설계를 직접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는 아이들이 자기 방식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하는 교육을 고민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도시에서 데려와 대안학교에서 6년을 살게 하고 다시 경쟁위주의 도시로 보네는 것이 가능한가를 고민하다가 지난 2007년에 학교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와서 보니 지역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시골학교에 보내면 자식에게 죄를 짓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젊은 부부와 아동들이 도시로 유출되고 남은 가정은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도시로 진학할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뿐이었지요.”
무너지는 농촌 현실을 보면서 한 이사장은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농촌 사람들이 시골에 사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못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지역에 사는 것이 혜택이라는 것을 학생이나 주민들이 알도록 하는 것,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정착하려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평범하지 않은 교사였던 그가 교육계를 떠나 농촌운동에 몸을 던지게 된 것이다.
제천에서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농촌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그는 정작 제천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다. 경남 진주 태생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강남의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그는 공교육의 현실에 회의를 느껴 대안학교로 옮겼고, 대안학교에서 가르치던 제자들의 미래를 고민하다 다시 농촌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 사회적농업을 실천할 월악두레교육농장은 논농사와 밭농사는 물론 시설농업까지 체험할 수 있는 체험농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를 그만 둔 후 그는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생각에 퇴직금을 털어 기능이 폐지된 보건지소를 리모델링해 면단위에서는 전국 최초로 누리어울림센터를 설치했다.
“당시 덕산면에는 결혼이주여성이 30명 정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기에 살고, 자녀들도 여기에 살 것입니다. 결혼이주여성 입장에서는 큰 결단을 하고 온 것입니다. 팔려온 것이 아니라 대단한 결단을 한 능력있는 사람들이고, 지역의 새로운 자원으로 보아야 합니다.”
다문화여성들이 엄마로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주자는 생각으로 센터를 설치한 한 이사장은 20여명의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 정착에 필요하거나 자기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시키며 전통시장 살리기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 이주여성과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설한 누리마을 빵카페는 최고의 식재료만을 사용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하면서 한 이사장은 이들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빵카페를 열었다.
농촌공동체연구소가 직영하는 이 빵카페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식재료만을 사용한다. 농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가장 좋은 것은 도시로 팔려나가고, 정작 농부들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직접 소비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덕산면에 소재한 누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빵카페는 유기농 농산물과 우리밀 등 가장 신선하고 좋은 농산물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빵은 물론 수제맥주와 파스타, 커피류와 쥬스류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에서 이 빵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간디교육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이주여성들을 위한 사업을 펼치던 한 이사장은 이주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따라 2011년, 농촌공동체연구소를 설립한다.
이주민과 원주민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농촌인구의 유출은 젊은 사람이 빠져나가기 때문인데, 빠져나가는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구유출은 결국 농촌의 소멸로 연결될 수 있고요. 지역에서 아이들 기르는 것이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한 이사장은 학교에서 나온 후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만들었는데, 이 공부방은 지역아동센터로 발전했고, 외부에서 펀드 받아와 지역 초등학교의 프로그램을 지원한 결과 덕산면에 소재한 초등학교가 2015년에는 충북 최초의 행복씨앗학교(혁신학교)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농촌학교가 도시보다 교육환경이 좋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농촌생활은 도시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하지만, 문화적혜택을 제대로 못 누린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다.
 
농촌공동체연구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동아리를 만들었다. 2011년, 동네사람들로 조직한 밴드는 2012년부터 공연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데, 현재 덕산면내에는 25개의 동아리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농촌에 대한 투자가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 셈이다.
기본적으로 농업은 돈이 안된다는 인식이 많다. 1년에 1~2회 생산하는 농산물은 분초단위로 생산하는 공산품과 경쟁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농업이 돈이 안된다고 농업의 가치가 무시되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농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것이다.
기계화 등 농업현실의 변화는 농업에서 더 이상 협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협동이 필요없는 농업에는 경쟁만 남겨질 뿐이다. 협동이 없는 농촌공동체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마을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적인 의식과 생활조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 이사장은 “농업이 상품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극복하고, 농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 도시인들이 농촌에 정착하는 것 등이 사회적으로 안내되어야 하고, 그들이 어울려 살도록 해야 한다”며, “농촌의 관계망 속에서 도시인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연구소는 이를 위해 월악두레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실천의 모태가 된 농장이다.
“농촌의 핵심은 땅이고, 청년문제의 핵심이 취업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기를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청년들을 농촌으로 데려오려면 그러한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연구소는 지난 2013년부터 공유지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땅의 소유권 대신 자식에게는 이용권만 넘기자는 취지로 전개한 이 운동을 통해 현재까지 3천평의 공유지를 확보했는데, 1차적으로 1만평까지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공유지는 논 1천평, 하우스 200평, 밭 1800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유지는 덕산에 들어온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활력요소가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빵카페 열에 설치된 이 냉장고는 일종의 로컬푸드 매장이다. 농부는 필요한 사람이 구입해 가도록 자산이 수확한 농산물을 넣어두면 된다.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지역에 남고, 원래 들어온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통해 사람이 선순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농장에서는 귀촌자를 위한 교육, 정착자를 위한 교육, 졸업생들이 정착하도록 하는 교육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농장에는 10명정도가 숙식할 수 있는 숙소도 마련해 두고 있는데, 귀농이나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6개월 정도 머무르며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익히도록 하고 있으며, 청년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인문학프로그램 10월부터 할 계획인데, 청년들이 농촌에 사는 힘을 주는 교육, 삶에 대한 철학, 전통적인 동양사상에서 농촌에 사는 의미를 다시 알려주는 내용과 왜 농촌에 마을공동체가 필요한지, 농촌의 삶과 사회적 경제 등을 가르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농촌공동체연구소는 사회적농업을 통해 귀촌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정착 희망자들을 위한 농부 프로그램, 제천 간디학교 학생들을 위한 사회적농부 프로그램, 지역내 초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농사체험 프로그램 및 사회적농업 인식 확산을 위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지역내 고령 여성농을 위한 텃밭 농산물 판매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황망기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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