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북부 농촌지역인 만토바시에 위치한 농가레스토랑 트레 폰티 전경. 농장 한켠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모든 식재료를 직접 재배한 것이나 인근 농부들이 재배한 것들만 사용한다.

농업자원 자체의 다양한 활용방안 보여주며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

사회적농업은 농업이 단순한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도시에 비해 공공서비스가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농업자원 자체가 보육과 교육에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실증해 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일부 농장들은 보육원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특별히 지정된 공간을 통해 농장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먹거리교육과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농장은 1천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농촌지역에서 농장이 운영하는 보육원(agri-asilo)들은 농촌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이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들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와 농업간의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농촌 개발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원은 농업을 통한 보육과 사회적농장 내에서의 보육 공급 확산을 촉진했다. 정부는 농장의 교육 및 보육시설 인증을 위해 법으로 그 자격을 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 지역에 소재한 농장이 운영하는 Fattoria Casa Mia 내의 농촌 보육의 사례도 주목된다.
2007년부터 농장보육을 시작한 이 농장은 복숭아 과수원과 다기능 농장으로 약 3㏊ 규모이다. 이 농장은 최대 18명의 어린이를 수용할 수 있으며, 07:30부터 16:00까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 보육원인 패토리아 까사미아를 이용하는 부모들은 풀 타임으로 며칠 동안 아이들을 농장에 맡길 수도 있다. 농장주는 이러한 보육경험을 바탕으로 9개월에서 3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이러한 공적서비스 대체영역을 확대해 새로운 사회적농업활동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활동에는 장애인을 위한 활동과 특정 보육 서비스가 있는 농장에서의 휴일보내기, 원예 및 동물 치료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의 확대는 농장과 민간 및 공공 기관 간 새로운 협력이 촉진 될 뿐 아니라 농촌과 도시간의 유대 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대체하는 사회적 농업
 
사회적농업 활동은 인구 고령화, 가족 구조의 변화, 도시화 사회에서 농촌 생활의 재평가, 이주자의 높은 유입 및 만성 질환자 증가 등 사회의 변화에 따라 나타난 것으로 제도화 된 사회 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 할 수 없는 현실적 요구에 대한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농장의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취약계층의 자립을 촉진시켜 사회 경제적 복지에 기여할 수 있으며, 여성 농업인의 위상을 강화해 줄 수 있다.
즉, 여성이 농장에서 직접 교육과 보육, 건강관리, 치유 등 전문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촌지역에 새로운 수입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농장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서비스는 농촌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의 사회적 농업은 두가지 측면에서 혁신적이다.
그 하나는 휴대 전화에 의존하는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이나 , 자폐아 등 장애아동의 예술 치료와 같은 치유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업을 통한 사회, 경제, 건강 관리, 교육, 관광 및 지역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민간과 공공부문의 파트너쉽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서비스 수혜자 점차 확대 추세
 
▲ 트레 폰티의 메뉴는 작물의 생산시기에 따라 항상 바뀐다. 별도의 메뉴판이 없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을 내올 때마다 해당 식재료와 조리과정을 손님들에게 설명해 준다.잔니 발리씨의 딸 파사씨가 음식에 대해 설명해 주는 모습.
농업을 통한 보육과 교육, 간병 서비스의 도입은 농촌지역의 새로운 혁신모델이 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농촌인구의 이탈과 고령화 등이 진행되어 온 유럽지역의 농업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은 인건비 부담이다. 이러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 가족 기반의 농업을 하고 있으며, 사회적농업을 실천하는 농장들의 일반적인 형태가 협동조합이지만 가족기반의 농장에서도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농장은 가족 구성원이 노인이나 알콜중독을 비롯한 약물중독자들을 보살필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사회적농업 초창기 보육 농장에서 지원하는 주요 대상 그룹은 지적 장애 또는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최근에는 고령자, 마약 및 알코올 남용에서 회복한 사람들, 장기 실직자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농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성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부는 주로 여성이라고 한다. 재원 조달과 관련, 대부분의 간병 농장은 여러 자금원을 이용할 수 있는데, 60% 이상이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일반 의료 보험을 통해 특별 의료비를 지불받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2005년 조사에 따르면 간병 농장의 약 50%가 간병 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연간 수입이 농업 수입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농장과 이탈리아의 농업 현실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잔니 발리씨. 사진 뒷쪽은 소와 닭, 오리 등을 사육하는 축사의 모습이다. 잔니씨의 농장에서는 이러한 가축은 물론 무화과 등 5~6종의 과일과 각종 야채 등을 재배하고 있다.
 
농가레스토랑 운영하며 지역과 소통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만토바시의 론코페라로에 소재한 농가레스토랑 트레 폰티를 운영하는 농부 잔니 발리씨의 농장 역시 가족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농장이다. 트레 폰티는 농업인들을 지원하는 아그리 아미가(agri amiga)라는 협회의 인증을 얻은 농가 레스토랑으로 발리씨는 부모와 딸 부부 등 3대가 함께 농장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 일요일 3일만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2004년 문을 열었다고 한다. 농장 주변에 위치한 식당건물 옆에는 닭과 오리, 소 등을 기르는 축사가 있고, 농장은 바로 식당에 연접해 있다.
이 식당에서 판매되는 음식의 재료는 모두 발리씨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거나 반경 10㎞이내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이라고 한다. 재료를 다른 농장에서 구입해 오더라도 햄이나 치즈 등의 가공은 직접 농가에서 만들어 사용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말에는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발리씨의 딸 파사와 사위 미켈레가 레스토랑을 찾아와 일손을 보탠다.
건축을 전공하고 아내와 같이 도시에서 건물 리모델링일을 하는 미켈레씨는 “주중에 일을 하고, 주말에 농장 일을 돕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공기가 좋고 친환경적으로 일할 수 있어 즐겁다”며,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만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라 자부심도 크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 사용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의 메뉴는 항상 바뀐다고 한다. 제철에 생산되는 농산물 위주로 식단을 꾸리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와인도 100% 지역내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것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인근 농가와 자연스레 교류가 이뤄진다는 것이 딸 파사씨의 설명이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을 내올 때마다 그 음식이 어떤 재료로 어떤 과정을 통해 조리되었는지 일일이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준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발리씨의 농장에서는 10여마리의 소와 닭과 오리, 공작새의 일종인 파고니 등 200여마리의 조류를 키우고 있는데 소와 조류의 사료도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다고 한다.
발리씨는 “소 자료의 경우 콩을 직접 재배하지 않기 때문에 콩만 구입해 사용하고 모든 사료는 직접 생산해 제조해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발리씨의 농장에서는 레스토랑 운영과 함께 가족단위의 체험농장도 같이 운영하는데 이러한 체험농장 운영이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황망기  기자
 
 
농가 레스토랑 운영 잔니 발리씨
 
농업의 미래는 긍정적,
농업의 지속성은 의문
 
농부의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실현 안돼
 
 “농업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농업의 지속성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농사 일은 힘들고,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그만큼 소득이 따르지 않습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탈리아 농업이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농촌지역에서 농가레스토랑은 운영하는 잔니 발리씨는 이탈리아에서의 농업여건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농업은 희망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농업의 주체인 농부들에게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 발리씨의 말이다.
비록 기계화가 되었다 하더라도 농작업은 기본적으로 육체노동이 주가 된다. 이탈리아 등 유럽의 농부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이러한 노력들은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발리씨의 생각이다.
“우리는 질을 중시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물량 위주의 저렴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이러한 값싼 농산물과 경쟁해야 합니다. 마트 등과 계약을 해서 농사를 지으면 판로는 보장이 되지만 돈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고요.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면 돈은 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주업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발리 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농업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농장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는 사회적농장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시설 리모델링 비용 및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농업 현실에 대해 “노력에 비해 경제적 보답이 적어 농부들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발리 씨의 말에서 농촌의 문제는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 농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망기  기자
 
이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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