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 (필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시조시인 / 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閔輔國永煥(민보국영환)[7]
/ 매천 황현

찬 하늘 별이 반짝 연꽃 봉 잘 비추고
내 듣기론 지난 날 용사의 난 때에는
동래부 먼저 함락 되어 노략질을 당하고.
寒旻轉星日   照此蓮花鍔
한민전성일   조차련화악
聞昔龍蛇役   萊府首鋒惡
문석용사역   래부수봉악
 
찬 하늘에 별이 돋아 연꽃 봉이 비추리라, 
지난 용사 난리 때는 노략질에 동래부가
 
민영환은 과거 급제 이후 쾌속 승진으로 중앙 경직(京職)만 맡았기 때문에 실제로 민중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부군수 조병갑 경우) 탐관오리 짓을 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매관매직 등의 부정부패에 연루되었던 정황이 있다는 말도 있으나, 그보다는 명성황후를 비롯한 민씨 외척 세력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컸고, 그가 민씨 일가 세도정치의 대표 격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지목되었다고 보일 법도 했다. 시인은 내 듣기로 지난날 용사의 난리 때에는 동래부가 제일 먼저 노략질을 당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찬 하늘에 별이 다시 돌아오는 날 되면(閔輔國永煥7)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배율이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찬 하늘에 별이 다시 돌아오는 날이 되면 / 이 연꽃의 봉오리를 잘 비추어 주리라 // 내 듣기로는 지난날 용사의 난리 때에는 / 동래부가 제일 먼저 노략질을 당했었지]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찬 하늘에 별이 돋아 연꽃 봉이 비추리라, 지난 용사 난리 때는 노략질에 동래부가’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민영환의 자결을 슬퍼하며7]로 번역된다. 일본을 신뢰하지 않았던 충정공은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 친하게 지내면 이들의 침략을 막기 어려우니, 멀리 있는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온건 친러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으며, 갑오개혁으로 친일파 관료 세력이 대두한 후 이완용, 송병준, 이용구 등 친일파 대신 및 일진회 회원들과 늘 각을 세워 대립했다. 이완용은 초기에는 민영환과 같은 친러파였지만 이후에 친미파, 친일파로 뱃길을 갈아탔다. 그만큼 그는 시세를 읽는 능력은 뛰어났다고 보겠다.
이런 점을 깊이 생각했던 시인은 시적 상관자인 충정공에 대한 자기 애정의 손짓을 보내게 된다. 
찬 하늘에 별이 다시 돌아오는 날이 되면, 이 연약한 연꽃의 봉오리를 충정공이 잘 비추어 주리라고 믿는 시인 매천의 갖는 애국심이 자리하게 되는 선경은 두툼하기만 하다. 
그리고 간곡한 시인의 한 마음을 담아내는 슬기를 보인다.
화자는 일본이 침략할 때 대마도에서 전열을 갖춘 다음에 부산포인 동래로 침략의 깃발을 꽂았다. 그래서 시인이 듣기로는 지난날 용사의 난리 때에는 동래부가 제일 먼저 노략질을 당했었다고 피를 토하는 한 마디를 던지고 만다. ‘용사의 난’은 용과 뱀의 난리라는 뜻으로 일본 침략을 뜻한다. 임진년과 계사년을 아우르는 말이다.
 
【한자와 어구】
寒旻: 찬 하늘. 轉星日: 별이 다시 돌아오는 날. 照此: 이곳을 비추다. 蓮花鍔: 연꽃 봉우리를 비추다. // 聞: 듣기론, 昔龍蛇役: 지난 날 용사의 난리 때. 萊府: 동래부(지금의 부산시 동래구). 首鋒惡: 제일 먼저 노략질을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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