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용(변호사)
국어사전에서 「정치」라는 단어를 찾으면 이렇게 쓰여 있다.
1. 통치자가 국민들의 이해관계의 대립을 조정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 또는 정당을 기반으로 하여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기 위하여 벌이는 여러 가지 활동
2.<속>사회생활을 하면서 윗사람에게 잘 보이거나 비위를 잘 맞추거나 함으로써 어떤 이익을 도모하려고 하는 행동
 
국어사전마저 원래적 의미와 함께 속어로서 사용되는 의미를 함께 소개한다는 것은 우리사회 일반에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그만큼 만연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선거제도와 관련되어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을 정하여두고 이 기간 외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을 금지한다. 그리고 선거운동기간 동안에도 선거운동방법에 여러 가지 제한을 가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 아닌 정치신인은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다수 정치지망생들은 지역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장에 찾아가 일일이 인사를 하거나 썩 친하지 않은 사람의 애경사에 찾아가야 한다.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가지 않아도 되었을 상갓집이나 결혼식에 가야하고, 남의 상갓집 접객실에서 볼썽사납게 문상 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돌리거나 악수를 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뻔뻔하고 낯 두꺼운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낯 두껍고 뻔뻔한 사람, 출세욕이 강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만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거나 정치를 하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결과 이러한 어려움을 감수할 만큼 ‘자리’에 대한 욕망이 강하지 않으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하게 된다. 가령 아파트 생활 폐기물 배출방식이나 농촌지역 대중교통 운영시스템에 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되어 시에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방식도 건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을 한 사람이 “시의원이 돼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라고 결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동기로 시작하기에 정치는 너무 어렵고 힘들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분석력이 아주 뛰어나거나 지역현안에 대한 식견이 탁월한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좋은 정치의 필요를 느껴 정치를 시작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보니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에 ‘전투적 의지’가 필요하고, 정치판이 험악해지게 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면 된다.
언론이 지역현안에 대한 토론의 장을 자주 열어 정치신인들의 참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백운산 국립공원화 문제나 세풍산단 개발, 목질계 화력발전소 건립, 포스코 노조 설립, 도시재생사업 등 다양한 지역이슈에 관하여 토론회를 열고 이를 그대로 화면이나 지면을 통해 중계하면, 시민들은 이를 통해 지역의 이슈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토론자들의 식견을 알게 된다.
 
누가 그 문제를 더 깊이 연구하여 알고 있는지, 누구의 대안이 더 현실적인지, 누가 더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현안을 대하는지 구별한다. 그리고 그렇게 토론의 장에서 돋보이는 사람은 시민들로부터 정치참여를 권유받게 된다.
‘그렇게 하면 말 잘하는 사람만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과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현안에 대해 깊이 천착하는 사람들은 구별된다. 한 두 번의 토론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으나, 토론의 장이 일상화되면 시민들은 예리한 눈으로 사람을 구별해 낸다.
 
이것이 좋은 정치, 생활정치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제안이다. 언론이 현직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이미 저명해져 버린 정치인의 동정이나 싣고 있으면 정치가 변하지 않는다. 언론의 비판기능을 통해서 뿐 아니라 언론이 여는 토론의 장을 통해 발굴되는 정치신인들에 의해서도 정치는 바꾸어진다,
「광양만신문」이 지속적으로 우리 동네 이슈에 관한 중구난방 토론회를 열고, 그 내용을 꾸준히 지면에 소개해 주길 기대한다.
 
 
서동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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