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회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축구를 연상한다. 하지만 월드컵대회는 여러 종목이 있기 마련인데, 당구에도 월드컵대회가 있다. 
세계3쿠션당구월드컵은 많은 당구 동호인 및 프로선수에 있어서 꿈의 무대로 통하는데, 홀로 연습하여 프로가 되고, 세계 3쿠션당구월드컵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또다시 구슬땀을 흘리는 이가 있다. 정승호(43) 프로를 만나본다.
 
회사 부도가 프로 입문 이끌어
 
정승호 프로는 현재 국제식 대대 40점을 치는 프로 선수다. 국제식 대대 40점이면 흔히 일반인이 치는 중대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2천점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결국 끝판왕인 셈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정 프로는 늦은 나이에 당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저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당구를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프로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것이지만 비록 늦게 시작했어도 남들보다 강한 승부욕이 있어 실력이 빠르게 늘었던 것 같습니다.”
정 프로는 대학교 2학년 시절 400점까지 실력이 상승했고 이듬해 군대에 입대하게 되면서 당구를 잠시 손 놓게 된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당구는 취미생활이 됐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결정적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난 것이다. 그러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는 게 정 프로의 전언이다.
“갈 곳 없는 저에게 당구장은 심신을 치료하는 병원 같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또 다른 신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정 프로가 28살이 되던 그때, 국제식 대대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 
정 프로는 “국제식 대대는 중대와는 다르게 훨씬 어려웠다. 그 때문인지 더 오기가 생겼고, 지쳐있던 마음도 다스릴 만큼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집중하고 연습한 결과 1년여 만에 프로 입단 테스트를 통과하게 됐다.
 
생계 위해 직장 다니며 선수 활동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식 대대에서 30점을 0.8에버리지 내로 치면 합격하는데, 37번의 기회 안에 30개를 해결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프로 입단 테스트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정 프로는 이런 입단 테스트를 통과하기까지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이 없이 혼자 연습하고 터득했다.
“제가 소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타고난 승부욕과 집중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정 프로는 정식 프로선수가 되면서 여러 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되는데, 2016년 전남 당구연맹 통합 회장배 3쿠션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와 다르게 많은 대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유는 현재도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란 것.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2박 3일에서 7박 8일간 시간이 필요한데 직장을 다니면서 대회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광양지역 4곳에서 레슨
정 프로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광양읍 2곳과 중마동 2곳에서 당구에 관심있는 동호인에게 레슨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하루가 바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프로는 하루 목표 연습량을 정했다. 시간이 부족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지만 감각을 위해서라도 1시간 이상씩은 꼭 연습하기로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는 것.
이탈리아의 마르코 자네티 선수를 닮고 싶다는 정 프로는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당구를      치고 싶다며 오늘도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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