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笥採藥-梅福(옥사채약-매복)[1]

                                      매천 황현
포탁의 세월 보내 슬프게 노래하니
명산의 약초 캐서 무엇을 하려는가
찰포엔 수명 연장 효과 재기함을 보련데.
抱柝悲歌歲月遲   名山採藥問何爲
포탁비가세월지   명산채약문하위
菖蒲定有延年力   要見劉宗再起時
창포정유연년력   요견류종재기시
 
세월 보내 슬픈 노래 명산 약초 무엇하나, 
수명 연장 창포 효과 재기함을 보려한가
 
본 시제는 병오고(丙午稿: 병오년 원고-1906年) 제병화십절(題屛畵十絶: 병풍 그림에 제하다) 첫 번째다. 매복(梅福)은 한나라의 고사(高士)다. [상서]와 [춘추곡량전]에 밝아 군의 문학이 되었으나,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돌아갔다. 왕망이 한나라를 찬탈하자 처자를 버리고 구강 지방으로 간 뒤 종적이 묘연했다. 회계지방에서 매복을 본 사람이 있었는데, 성명을 바꿔 오나라 시장의 문을 지키는 병졸이 되었단다. 시인은 포탁으로 세월을 보낸 것을 슬프게 노래하니, 묻겠노라! 명산 약초 캐서 무엇 하려 하는가 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묻겠노라! 명산 약초 캐서 무엇 하려 하는가(玉笥採藥-梅福)으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포탁으로 세월을 보낸 것을 슬프게 노래하니 / 묻겠노라! 명산 약초 캐서 무엇 하려 하는가 / 창포엔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 있으니 / 유종이 재기함을 더 보려 함이던가]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세월 보내 슬픈 노래 명산 약초 무엇하나, 수명 연장 창포 효과 재기함을 보려한가’ 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옥사산에서 약초를 캐다-매복]로 의역해 본다. 시어로 나온 ‘포탁(抱柝)’은 포관격탁(抱關擊柝)의 준말로, 관문을 지키고 딱따기를 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모두 직위가 낮은 관리의 직업인데, 매복은 마지못해서 벼슬을 했다고 한다. 벼슬에 욕심이 없는 현자(賢者)가 집이 가난하여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벼슬을 할 경우에는 이런 직책이나 맡았다. 다음은 ‘유종(劉宗)’으로 유씨 성을 가진 한나라의 종통을 두루 말하고 있다. 한나라는 평제의 아들 유영 때에 이르러 왕망에 의해 망한 후에, 유수가 다시 후한을 건국하였던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일이다.
산에서 자라는 식물들 중에서 독초(毒草)가 아니면, 거의 모두가 약초(藥草)가 된다고 한다. 시적 상관자가 산에 가서 약초를 캤던 사실을 들어서 알고나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시인은 포탁으로 세월을 보냈던 것을 이렇게 슬프게 노래를 하니 ‘묻겠노라!’ 명산에서 약초 캐서 무엇 하려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약초의 효용성을 은근하게 묻고 있다.
약초는 몸을 더 보강하여 건강을 유지하려는 선인(先人)들의 몸부림이리라. 이런 점을 감안한 화자는 창포에는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유종이 재기함을 더 보려함이던가를 은근슬쩍 따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보인다. 옥사산은 중국에서 알려진 명산이다.
【한자와 어구】
抱柝: 신분이 낮은 관리(문지기와 야경). 悲歌: 슬픈 노래를 하다. 歲月遲: 세월이 더디다. 名山: 이름 있는 산. 採藥: 약을 캐다. 問何爲: 무엇을 하려는가. // 菖蒲: 창포. 定有: ~이 있다. 延年力: 수명을 연장하다. 要見: 보려고 하다. 劉宗: 유종. 再起時: 다시 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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