荒徑松菊-陶潛(황경송국-도잠)[4]

                                      매천 황현
천고에 상심하며 술의 노래 불렀다네
묻겠네, 당시 왕사 하 많은 무리들은
진 나라 재상 자리에 대단한가 그 누가.
孤松五柳碧嵯峨   千載傷心述酒歌
고송오류벽차아   천재상심술주가
爲問當時王謝輩   晉朝宰輔孰云多
위문당시왕사배   진조재보숙운다
 
한창 푸른 버들 다섯 천고 상심 술의 노래, 
당시 왕사 모든 무리 재상 자리 대단한가
 
본 시제는 병오고(丙午稿: 병오년 원고-1906年) 제병화십절(題屛十絶: 병풍 그림에 제하다) 네 번째다. 도잠(陶潛)은 진나라 때의 시인이다. 호는 연명(淵明), 자는 원량(元亮)이다. [음주]라는 시에서 스스로,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고 유유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하였고, 주돈이가 ‘애련설’에서, “진나라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좋아하였다.”라고 했으니 국화 일화로 유명하였다. 시인 솔 한 그루에 버들 다섯 그루가 한창 푸른데, 천고에 상심하면서 술의 노래를 불렀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진나라 재상 자리 누가 대단하다 하던가(荒徑松菊-陶潛4)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솔 한 그루에 버들 다섯 그루가 한창 푸른데 / 천고에 상심하면서 술의 노래를 불렀다네 // 묻겠노라! 당시 왕사들의 모든 무리들여 / 진나라 재상 자리 누가 대단하다 하던가]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한창 푸른 버들 다섯 천고 상심 술의 노래, 당시 왕사 모든 무리 재상 자리 대단한가’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거친 샛길의 솔과 국화4-도잠]으로 의역해 본다. 술주가(述酒歌: 술 노래를 불렀네)는 도잠이 술과 관련된 시인으로 [음주(飮酒)] 20수를 지었던 것을 말하고 있다. 다음 이어진 시어인 ‘왕사’는 동진의 대표적인 귀족으로, 승상을 지낸 왕도와 사안을 가리키고 있다. 모두 오의항(烏衣巷)이란 곳에서 살면서 한껏 부귀를 누렸으므로, 후세에는 부귀한 집안의 자제들을 가리킬 때, 흔히 ‘오의자제(烏衣子弟)’ 또는 ‘오의랑(烏衣郞)’이라고 하였다고도 전한다. 부귀의 대표적인 이름을 갖고 있으니 왕사의 이름만 들어도 그러한 정황을 느끼거나 입언저리에 이야기를 많이들 했다.
시인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시적 대상자인 도잠에 대한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솔 한 그루에 버들 다섯 그루가 한창 푸르기만 한데, 천고에 상심하면서 술의 노래를 불렀다는 선경의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소나무와 버들은 도잠의 시상을 일구는 시적 대상물의 으뜸이었음도 알게 한다. 시적 대상물에 따라서 시상의 정도는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이렇게 시적대상물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후정이란 도톰한 뜻을 담아놓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묻겠노라!’라고 하면서 당시 왕사들의 모든 무리들을 부르짖으며 진나라 재상 자리 누가 대단하다하던가 라고 묻는다. 갈파하려는 간곡한 뜻을 담는다.
 
【한자와 어구】
孤松: 솔 한 그루, 五柳: 버들 다섯 그루. 碧嵯峨: 한 창 푸르다. 千載: 천년. 傷心: 상심하다. 述酒歌: 술의 노래를 부르다. // 爲問: 묻겠다. 當時: 당시. 王謝輩: 왕사들의 무리. 晉朝宰輔: 진나라 조정의 재상 자리. 孰云多: 누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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