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間敎授-家鉉翁(하간교수-가현옹)[7]

                                      매천 황현
문산은 못 돌아와 첩산은 죽었으니
노인네 무슨 마음 첩산은 죽었는가
아미산 봄눈 녹인 물에 신하 눈물 보탤까.
文山不返疊山亡   老子何心戀故鄕
문산불반첩산망   노자하심연고향
歲歲岷峨春雪水   誰添臣淚到錢塘
세세민아춘설수   수첨신루도전당
 
첨산 죽고 문산 못봐 무슨 마음 고향 그려, 
민산 봄눈 녹은 물에 신하 눈물 전당강에
 
본 시제는 병오고(丙午稿: 병오년 원고-1906年) 제병화십절(題屛畵十絶: 병풍 그림에 제하다) 일곱 번째다. ‘가현옹(家鉉翁)’은 음직으로 벼슬에 올라 여러 벼슬을 거쳐 단명전 학사를 지냈다. 원나라의 대군이 차츰 밀려들자 승상 오견과 가여경 등이 수령들에게 격문을 보내 항복하게 하였는데, 가현옹만은 항복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춘추(春秋)’에 조예가 깊어 하간에서 제자들을 길렀으며, 성종이 즉위하자 석방됐다. 시인 문산은 돌아오지 못하고 첩산은 죽었으니, 노인네, 무슨 마음으로 고향을 그린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누가 신하의 눈물 보태 전당강 이르게 할까(河間敎授-家鉉翁7)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 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문산은 돌아오지 못하고 첩산은 죽었으니 / 노인네, 무슨 마음으로 고향을 그리는가 // 해마다 민산 아미산 봄눈 녹은 물에 / 누가 신하의 눈물 보태 전당강 이르게 할까]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첨산 죽고 문산 못봐 무슨 마음 고향 그려, 민산 봄눈 녹은 물에 신하 눈물 전당강에’ 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하간의 교수7-사공도]로 의역해 본다. 시어로 나온 ‘문산(文山)’은 송나라 말엽의 승상이자 애국지사인 충열공 문천상(文天祥, 1236~12 82)의 아호다. 온갖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정기가(正氣歌)’를 지어 자신의 충절을 나타내고 죽었다 한다. 다음 시어 ‘첩산(疊山)’은 송나라 말엽의 문장가이자 애국지사인 사방득(謝枋得, 1226~1289)의 아호다. 직언을 좋아하여 가사도에게 미움을 받아 쫓겨났다가 1267년에 사면되었다. 송나라가 망한 뒤, 원나라 조정에서 누차 출사를 권했으나 굳게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원나라 지방관이 억지로 호송하여 북경에 억류했으나, 굴복하지 않고 단식하다가 죽었다.
시인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의기를 높아 사면서 시적인 대상자로 선정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려운 시기에 문산은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첩산은 죽었다고 했으니, 노인네들은 무슨 마음으로 고향을 그리는 것인가를 엄히 묻는다. 문천산의 외로운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마디마디 어려운 처지에 놓은 나라를 두고 화자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움만 더해가는 시기적인 고달픔을 가슴에 안게 된다. 그래서 해마다 민산 아미산의 봄눈이 녹은 물일진대 누가 감히 신하의 눈물 보태 전당강 이르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계절이 바뀌어도 떠난 사람을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닐까.
【한자와 어구】
文山: 문산. 不返: 돌아오지 못하다. 疊山亡: 첩산은 죽다. 老子: 노인들. 何心: 어떤 마음. 戀故鄕: 고향을 그리다. // 歲歲: 해마다. 岷峨: 민산 아미산. 春雪水: 봄 물. 誰添臣淚: 누가 신하의 눈물을 더하다. 到錢塘: 전당에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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