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망기 발행인
사전적인 의미로 명인(名人)은 어떤 분야에서 기술과 재주가 뛰어나서 이름이 난 사람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명인은 특정 분야에 전 생애를 바치는 진정한 장인들에게 주는 영예로운 칭호일 수 있다. 우리 지역에도 몇몇 분야의 명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기에 매실 명인 홍쌍리여사, 장도장 박종군씨, 궁시장 김기씨와 같은 이들에게 명인의 칭호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전통문화 부문에는 이들에 더해 광양버꾸놀이의 북 명인 양향진씨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 전 생애를 바치며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한 끝에 이러한 영예로운 호칭을 받았다. 명인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기에 이들에게는 명인이라는 칭호와 더불어 사람들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하게 된다.
 
얼마 전 광양만신문을 통해 광양지역 최초의 풍물명인으로 소개한 이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사전적 의미를 적용한다면, 풍물명인이라면 풍물분야에서 기술과 재주가 뛰어나서 이름이 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당시 소개된 인사 역시 오랫동안 풍물분야에서 다양한 종류의 풍물들을 익혀왔다고 한다. 그리고, 광양지역 최초로 풍물명인 칭호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풍물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 풍물명인의 칭호를 얻었다는 것이 일반의 시각에서는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문제는 풍물이 단순한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내는 전통문화의 한 부류라는 점이다. 이는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다시 사전적 의미를 차용하자면, 풍물은 농촌에서 농부들이 나팔, 징, 꽹과리, 북 따위를 치거나 불며 하는 우리 고유의 음악이라고 한다. 통칭 풍물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풍물은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다. 그리고, 광양을 대표하는 풍물이 광양버꾸놀이라는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풍물명인은 구례의 잔수농악 명인이나 광양의 버꾸농악 명인, 곡성농악 명인과 같이 지역의 전통에 기반한 명인이어야 하는데, 당시 기사에 소개된 풍물명인에게는 특정 지역을 대표할만한 풍물의 특징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의 주장이었다. 국외자들이 볼 때 우리 전통 풍물의 리듬이나 형식은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을 지역적 특성이 어느 분야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풍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향토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상 대대로 이어 온 자기 지역만의 고유한 풍물가락을 전수받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지역의 농악만 해도 평생을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 전통 풍물이라고 한다. 풍물굿, 풍물, 농악, 매구, 풍장은 사실상의 동의어이며, 이를 통칭 풍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풍물에는 음악과 춤, 진법 등 가무악 전체가 내재되어 있고, 각각의 차이들이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게 만든다. 따라서 풍물은 세습을 하면서 대물림을 하더라도 다  해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언제부턴지 광양에는 광양과는 전혀 상관없는 풍물가락들이 마치 광양 고유의 가락인 것처럼 여러 평생학습기관들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전수되고 있고, 광양고유의 풍물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지역 주민자치센터와 같은 평생학습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이 광양과는 무관한 풍물을 가르치고 있어 광양버꾸놀이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설자리가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전통문화를 가르친다면서 다른 지역의 전통문화를 이식시키고 고유의 문화는 소멸시키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한국국악교육원이라는 민간단체로부터 ‘풍물명인’ 칭호를 받았다는 사람이 전국 각지의 농악을 섭렵했다는 기사와 관련, 지역농악인들이 실소를 보내는 것도 이러한 현상과 맞닿아 있다. 이 단체는 민요, 판소리, 시조, 풍물, 탈춤 등 무려 17개 종목에 걸쳐 명인 자격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수백년 이어 온 정신문화의 정수에 대해 감히 ‘명인’이라는 칭호를 부여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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