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元(상원)
                                     叙光 張喜久

대보름 산과 들은 근역땅을 고루 비춰
오곡밥 겸하면서 귀밝기 술 나눠 먹네
전해온 아름다운 풍속 어짊 한 짐 본받고.
上元玉鏡映山郊   不變輝煌槿域包
상원옥경영산교   불변휘황근역포
五穀飯兼分聰酒   傳來美俗欲仁敎
오곡반겸분총주   전래미속욕인교
 
초당 집에 세 그루 보수 제일 가는 선재 경번, 
티끌 세상 오래 못남아 부용 처량 월상 흔적
 
상원이란 중원(中元 : 음력 7월 15일)과 하원(下元 : 음력 10월 15일)에 대칭이 되는 말로서 모두는 처음에는 도교적인 명칭이다. 이날 우리 세시풍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로 설날만큼 비중이 컸다. 세시풍속에서 달(月)이 차지하는 비중은 태양(日)의 비중이 문제되지 않을 만큼 컸다. 실제 농경을 위해서는 음력이 한 달씩이나 자연계절 때문에 계절이 정확한 태양력적 요소인 24절기를 주로 썼다. 시인은 정월 대보름 달이 산과 들을 비추니, 변하지 아니한 휘황찬란함 근역을 포함하였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오곡밥 겸하여 귀 밝은 술 나누어 먹었더니(上元)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정월 대보름 달이 산과 들을 환하게 비추니 / 변하지 아니한 휘황찬란함이 근역을 포함하였네 // 오곡밥을 겸하여서 귀 밝은 술을 나누어 먹으니 / 전해온 아름다운 풍습 어짊을 본받고자 한다네]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대보름달 환히 비춰 휘황찬란 근역 하늘, 오곡밥에 귀밝은 술 풍습 어짊 본받고자’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만월이구나! 대보름날이니]로 의역된다. 대보름날의 뜻을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면에서 보면, 그것은 ‘달-여신-대지’의 음성원리 또는 풍요원리를 기본으로 했다. 태양이 양(陽)이며 남성으로 인격화되는 데 대해서, 달은 음(陰)이며 여성으로 인격화했다. 그래서 달의 상징구조는 ‘여성·출산력·물·식물’들과 연결된다. 여신은 대지와 결합되며, 만물을 낳는 지모신으로 출산력을 가진다고 했단다.
시인은 이런 상원의 의미를 모두 포괄적으로 간직할 이상(理想)을 가슴에 품는 모양새를 보인다. 정월 대보름날의 달이 산과 들을 밝게 비추니, 변하지 아니한 휘황찬란함이 근역을 포함한다고 했다. 선경이외엔 또 다른 정구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어지는 후정에서는 시인의 감정을 듬뿍 담아낼 양으로 생각과 이상을 실현해 보이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화자는 정월 대보름날이면 어김없이 먹었던 풍습으로 잡곡밥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다. 오곡밥을 겸하여 귀 밝은 술을 나누어 먹으니, 전해온 아름다운 풍습이 어짊을 본받고자 한다고 했다. 쌀·보리·조·콩·기장 등의 다섯 가지 곡식을 이른다. 오곡밥은 정월 대보름 전날 저녁에 지어서 아홉 가지 나물과 함께 보름 명절의 음식으로 삼아왔다. 오곡밥에는 그 해의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
 
【한자와 어구】
上元: 상원 대보름. 玉鏡: 구슬거울. 映山郊: 산과 들에 비추다. 不變: 변하지 않는다. 輝煌: 휘황찬란하다. 槿域包: 근역땅을 포함하다. // 五穀: 오곡을 먹다. 飯兼: 겸하여 먹다. 分聰酒: 귀밝은 술을 나누어 먹다. 傳來美俗: 미풍이 전해온다. 欲仁敎: 어짊을 가르치고자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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