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진 곤(수필가)
고대 태국 왕들은 신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진귀한 ‘흰 코끼리’를 선물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코끼리가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신하는 이 귀중한 코끼리를 하사 받고 감격해서 정성을 다하여 키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재산만 축내면서 서서히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그렇다고 국왕의 선물을 버리거나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에는 가산을 탕진하고 파멸한다. 신하는 선물이 아니라 징벌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흰 코끼리’는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돈만 많이 들고 실속이 없는 애물단지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애물단지가 주인을 잃으면 흉물이 되면서 결국에는 괴물이 된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위정자들은 표심을 쫓아서 공약을 남발한 나머지 미래에 대한 대책도 없이 각종 시설물들을 무분별하게 설치하였다. 개인의 돈이라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小) 지역주의 영향으로 앞 뒤 재지 않고 무조건 우리 동네에 유리한 것을 주장하다보니 주민들 간의 갈등은 물론, 전혀 엉뚱한 곳에 시설물들이 들어서는 시행착오도 많이 했다. 상부 기관의 지원이 끊기고, 자체적으로 유지, 보수가 되지 않으면  바로 ‘흰 코끼리’가 된다.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수 억, 수 십 억 짜리 ‘흰 코끼리’들이 무용지물로 있는 것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참에, 규모가 있는 정책 사업들은 외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맡기자고 주장하고 싶다. 주민들은 자기지역의 당위성만 밝히고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뜩이나 인구 절벽 현상으로 지역소멸이 대두되는 마당에, 지역 간의 반목과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 지방의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구 늘리기 운동이 한창이다. 분위기 안 좋은 동네는 귀농 귀촌인도 꺼리기 마련이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의 예를 보면, 주민 자치의 판단으로 흥망이 확연히 갈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판단을 잘하면 그 지역은 존재하고 잘못하면 소멸되는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이다. 순간적인 선택이 백년을 좌우 한다. 
지금부터라도 한 마리의 ‘흰 코끼리’도 만들지 말자. 그것이 바로 지방소멸을 막는 방법 중의 하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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