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교육청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기리고 역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내 친일잔재를 청산키로 하고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사전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지난 2월말 역사 전공 교수와 역사·음악 교원, 민족문제연구소 등 전문가 그룹으로 T/F를 구성해 전수조사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달  한 달 동안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해 학교 상징인 교훈, 교목 등과 교가, 석물, 학생생활 규정 등에 대한 친일잔재를 판단하고 청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친일 음악가가 작사·작곡한 교가 현황을 파악하고 희망학교를 대상으로 작곡과 편곡을 지원하는 한편, 친일 관련 석물(표지석, 흉상 등) 존치 여부를 조사해 교육적으로 활용하거나 이전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것. 학창시절 들었던 지리한 교장선생님의 훈화나 치사 등과 같은 훈도문화, 두발·복장 검사 등도 학교 내 일제 잔재 문화이다. 교육현장의 일재잔재 청산이 광복후 74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은 해방공간에서 친일세력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역사가 남긴 생채기라 할 것이다.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잔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당공원에 소재한 친일인사의 비석들이다. 유당공원에 소재한 선정비(善政碑), 불망비(不忘碑), 애민비(愛民碑) 등이 그것들이다. 사전적인 정의에 따르면, 선정비는 선정을 베푼 관원의 덕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비석이고, 불망비는 후세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어떠한 역사적 사실을 적어서 세우는 비석이며, 애민비 역시 백성을 사랑하는 관원을 칭송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라는 점에서 선정비의 다른 말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비석은 그 사람의 공적을 알리기 위해 말 그대로 백성들이 뜻을 모아 세운 것으로 치부되지만 탐관오리가 극성을 부리던 조선조 말의 이러한 비석은 사실왜곡의 수단이었다. 학정을 일삼던 고을의 수령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 강제로 세우다보니 오죽하면 아이들의 놀이에 비석치기라는 놀이문화까지 생겨났을까?  
유당공원의 비석군 중에는 ‘관찰사이공근호청덕애민비’가 있다. 비석의 주인공인 이근호는 을사오적의 한명인 군부대신 이근택의 아우로 일제가 한일병합의 공로로 조선귀족령에 따라 75명에게 서훈할 때 남작의 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나라를 팔아넘긴 작자가 청덕을 베풀었을리 없고, 백성을 사랑했을 리 없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근호의 덕을 칭송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를 펼쳤다는 비석이 광양의 대표적인 공원에 버젓이 서있다. 이근호의 비석과 함께 주목을 끄는 비석은 이근호가 전라도 관찰사를 지내던 시기에 광양군수를 지낸 조예석의 비석이다. ‘행군수조후예석휼민선정비’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 이 비석의 주인공 조예석은 일제치하에서 판사를 지낸 인물이다. 이런 인사들의 비석에는 이들의 친일행적을 기록한 간단한 안내판이 있지만, 이러한 안내판만으로 친일의 잔재를 청산했다고 할 수 있을까? 
 
친일인사들의 비석과 함께 친일인사들이 작사와 작곡을 한 것으로 알려진 광양시가 문제도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광양시가는 친일문인인 미당 서정주의 시에 역시 친일 음악가로 분류되는 작곡가 김동진이 곡을 붙였다. 1989년 동광양시 태동 당시부터 사용되어 온 광양시를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그리고 시승격 30주년을 맞는 올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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