鶯歌(앵가)
                                     叙光 張喜久

앉아진 꽃 보다가 술 단지 쳐다보네
꽃에게 물어보나 말하지 않더구먼
꾀꼬리 안녕! 가거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空坐見花又見樽   問花何去亦無言
공좌견화우견준   문화하거역무언
鶯歌到耳不知曲   好去倉庚莫作喧
앵가도이부지곡   호거창경막작훤
 
꽃을 보다 술단지 보며 물어도 말하지 않네, 
꾀꼬리 노래 무슨 노랜지 잘 가거라 꾀꼬리야!
 
사람은 자연과 벗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자연에 몸을 의지하며 살아가면서, 상호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자연이 없으면 단 한 시도 지탱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어찌보면 자연이 없으면 단 한 시도 살아갈 수 없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곱디 고운 꽃과도 대화하고, 산에 올라 자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과의 끊임없는 존중의 대화를 나누게 되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부질없이 앉아 지는 꽃보다가 술단지 보면서, 꽃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도 말하지를 않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잘 가거라 꾀꼬리야! 너무 시끄럽게만 하지 말라(鶯歌)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부질없이 앉아 지는 꽃 보다가 술단지 보면서 / 꽃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도 말하지를 않네 // 꾀꼬리 노래가 귀에 들리나 무슨 곡인지 몰라 / 잘 가거라, 꾀꼬리야! 너무 시끄럽게 말고]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면 감상적 평설문을 통해서 시인의 시상을 요약해 본다. ‘꽃을 보다 술단지 보며 물어도 말하지 않네, 꾀꼬리 노래 무슨 노랜지 잘 가거라 꾀꼬리야!’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꾀꼬리가 울다 / 꾀꼬리의 노래]로 의역해 본다. 꾀꼬리는 울음소리가 맑고 고우며 모양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시가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는 유리왕이 지은 [황조가]가 전하는데 유리왕은 자기의 고독한 처지를 암수의 꾀꼬리가 의좋게 노는 것에 비유하면서 노래했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꾀꼬리는 자웅의 정의가 두터운 새로도 알려진다.
시인은 부지런히 일을 하다가 우두커니 꽃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에게 자기의 생각 한 모서리를 토하고 만다. 부질없이 앉아서 지는 꽃을 보다가 멀리 있는 술단지를 보면서 꽃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꽃에게 물어도 말하지는 않지만, 자연과 시도해 보려는 한 마디 대화이겠지만 마음으로만 스칠 뿐 대화는 전혀 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자는 한 줌의 대화를 시도하더니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는 자기의 진실을 토로해 본다. 꾀꼬리 노래 소리가 귀에는 들리지만 무슨 곡인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제는 시인의 부탁 한 가지만을 남긴다. [잘 가거라, 꾀꼬리야! 너무 시끄럽게 말고]라는 한 마디를 중얼거린다. 
자연과 시도해 보련 대화이지만, 그래도 한 마디쯤은 남기려는 속셈을 읽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한자와 어구】
空: 공연히 부질없이. 坐: 앉다. 見花: 꽃을 보다. 又: 또한. 見樽: 술단지를 보다. 問花: 꽃에게 묻다. 何去: 어디로 가는가. 亦無言: 또한 말이 없다. // 鶯歌: 꼬꾀리 노래. 到耳: 귀에 닿다. 不知曲: 곡을 알지 못하다. 好去: ‘잘 가거라’. 倉庚: 꾀꼬리. 莫作喧: 너무 시끄럽게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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