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이 완료되기도 전에 임대사업자가 임대사업자나 임차인이 아닌 개인에게 공공임대주택을 매각하고, 이 과정에서 법으로 금지된 부기등기까지 말소한 것으로 드러나 임차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분양전환 아파트는 송보5차아파트를 비롯, 현재 분양전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태안노블리안, 광양읍 덕진 광양의 봄 아파트 등이다.
이들 아파트 중 송보 5차아파트의 일부 세대에 대해 부기등기가 말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기등기란 임차인의 임대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주택법과 그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립하는 아파트는 분양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부기등기를 유지해야 한다. 또, 이러한 부기등기는 임대사업자가 바뀌더라도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주택의 등기부에는 금지사항으로 ‘이 주택은 국민주택기금을 위한 제한물권 설정을 제외하고는 임차인의 동의 없이는 제한물권을 설정하거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 소유권에 제한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적시되어 있다.
부기등기의 설정 취지는 임차인의 임대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 송보 5차아파트의 일부 세대의 경우 임차인이 임대사업자로부터 분양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주택이 제3자에게 매도되고, 이 과정에서 부기등기가 말소된 사실이 확인됐다. 부기등기가 말소되면 해당 주택은 담보제공이 가능해져 해당주택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관련 법에서는 부기등기를 분양전환 전까지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태주택법에서는 분양전환의 개념에 대해 ‘분양전환이란 임대주택을 임대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매각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사업자가 제3의 임대사업자에게 임대주택을 매도하더라도 부기등기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
송보5차아파트의 경우 송보건설에서 임대사업자인 정기산업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분양전환이 진행되면서 우선분양대상자가 아닌 주택의 경우 다시 정기산업이 제3의 임대사업자에게 소유권을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부기등기가 말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기등기가 말소됨에 따라 해당 주택에 살고 있는 임차인은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이 안돼 법적으로 임대보증금을 보장받을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임대사업자들이 법 규정의 허점을 노려 부기등기를 말소한 이유는 기존 임차인이 아닌 제3자에게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기등기가 있으면 매입 임대업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매각을 쉽게 할 수 없는데, 이를 말소하면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쉽게 매입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보5차아파트의 경우 기존 임차인들의 임대보증금 1억3백만원이다.
제3의 임대사업자가 기존 임대사업자인 정기산업과 1억8천만원에 해당 주택을 매입키로 하면서 2억2천만원으로 업등기를 하면 은행에서 7천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임대사업자는 은행권 대출 7천만원과 기존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1억3백만원을 더해 1억73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개인임대사업자는 등기비용 250만원을 감안하더라고 자기 돈 1천만원만 있으면 해당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관련 법에서는 부기등기를 말소할 경우 기존 임차인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절차는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보5차임차인대표회의의 한 관계자는 “부기등기가 무단 말소된 주택이 100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임차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지만, 개인임대사업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것”이라며. 일부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기등기가 말소된 주택의 경우 깡통전세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부기등기 무단 말소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광양시는 태안노블리안이나 덕진 광양의 봄 아파트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광양등기소에 협조공문을 보내 ‘신규 임대사업자는 기존 임대사업자의 지위를 포괄 승계하므로 해당 주택은 여전히 임대주택법을 적용받는 바, 신규임대사업자가 소유권 보존등기를 마친 임대주택은 구 임대주택법 제18조2항과 동일한 내용의 부기등기를 즉시 신청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분양전환 시기를 넘기고도 분양전환에 임대사업자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송보 7차아파트의 경우임차인들이 분양전환을 신청했으나 사업자의 비협조로 진전이 없자 광양시는 이를 직권으로 승인해 주기로 했다. 임대사업자인 정기산업 측은 분양전환을 위한 분양가 산정 등에는 협조하지 않으면서 분양전환 전 임대보증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송보7차아파트의 경우 임차인이 부담하고 있는 임대보증금은 35평형 기준 1억2,700만원으로 국민주택기금 5,640만원을 더하면 1억8340만원이다. 송보 5차 및 6차의 우선분양가를 감안할 경우 우선분양대상자에게는 임대사업자가 세대당 2천만원 이상을 오히려 내주어야 함에도 임대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임대보증금에 금융권 대출이 있는 세대의 경우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출기간 연장 등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상요구에 응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주민은 “집없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법의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운영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자들은 임대사업자 뿐”이라며, “임차인의 임대보증금을 보호하고, 분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제도의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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