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景(춘경)
                                     叙光 張喜久

비온 뒤 강변에는 버들 사이 시끄럽고
봄이 오는 근역에는 살아서 돌아온 풀
빈 하늘 기러기 손님만 새벽 정원 꾸미고.
雨後江邊鬧柳間   春來槿域草生還
우후강변료류간   춘래근역초생환
天空雁客更飛遠   曉到林園淚鳥閒
천공안객갱비원   효도임원누조한
 
버들 사이 시끄럽고 근역에는 풀이 살아, 
기러기 손 날아가고 새벽정원 한가롭네
 
봄이 돌아오면 온 대지가 새롭다. 겨우내 얼부픈 대지가 기지개를 쭉 펴는 느낌까지도 받는다. 
새싹들은 제가 더 많이 자랐다고 자랑하면서 어서 싹을 틔우겠다는 듯이 제 키 자랑을 한다. 
땅속에서 곤하게 잠을 자던 개구리들은 벌써 꿈틀거리기 시작한단다. 사람들도 두툼한 외투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들이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가 봄의 소묘를 그리는 대지의 모습을 본다. 
시인은 비온 뒤의 강변엔 버들 사이가 시끄럽고, 봄이 오는 근역에는 풀이 살아 돌아오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새벽 정원엔 눈물 흘리는 새 한가롭기만 하네(春景)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비온 뒤의 강변에는 버들 사이가 시끄럽고 / 봄이 오는 근역에는 풀이 살아서 돌아오네 // 빈 하늘에는 기러기 손님이 더욱 멀리 날아가고 / 새벽 정원에는 눈물 흘리고 있는 새 한가롭기만 하네]라는 시상이다. 
시상 주머니를 열면서 시인과 대화하듯이 시심의 세계를 들춘다. ‘버들 사이 시끄럽고 근역에는 풀이 살아, 기러기 손 날아가고 새벽정원 한가롭네’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봄을 그리는 경치]로 의역된다. 봄은 계절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한 해를 여는 첫단추가 봄을 몰 오는 짙은 향을 보낸다. 따스한 봄기운을 타고 우리의 가슴 가슴을 포근하게 적시는가 하면, 봄비 한 줌이 내리면 소곤거리는 다정스런 소리를 듣는다. 어서 싹을 틔우라는 큰 격려를 보내는 기분을 느낀다. 싱그러운 봄이 눈송이 밟고 선 매향을 흔들어 깨우게 되면 봄꽃을 틔우는 만개의 느낌을 받든다.
시인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봄의 소묘를 그려낼 준비를 서두른 것 같다. 그리고 시주머니에 꼭꼭 집어 놓아서 담을 시어詩語들을 고르고 있는 중이겠다. 비온 뒤의 강변엔 버들 사이가 시끄럽고, 봄이 오는 근역에는 풀이 살아서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다른 이름을 근역이라 했다. 무궁화 꽃이 피는 삼천리금수강산이라고 했다. 작년에 훌쩍 떠났던 봄이 돌아왔다는 뜻이리라.
화자는 먼 하늘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자연과 살며시 대화 나누는 진한 모습을 보게 된다. 빈 하늘에 기러기가 손님 더욱 멀리 날아가고, 새벽의 정원에는 눈물을 흘리는 새(鳥)만이 한가롭다고 했다. 나무에 살며시 내려앉았던 이슬을 주둥이로 비비면서 묻었던 흔적이 눈물로 보였을 것이란 가정 하에 쓰여진 작품으로 보이는 시상이 훤히 보인다.
 
【한자와 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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