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節(춘절)
                                     叙光 張喜久
 
봄철이 떠나면서 작별을 고하련데
꽃 보고 한 잔하니 눈썹이 붉게 취해
홀연히 떠난 봄철아, 다시 만날 내년앨랑.
春節瞬間作別中   坐花一酌醉眉紅
춘절순간작별중   좌화일작취미홍
無情春節忽然去   好去來年相返逢
무정춘절홀연거   호거내년상반봉
 
심회를 담고 보니 바구니엔 철철 넘친 시가 상당한 수 있었다. 천정에 매달려 있는 등과 물에 어린 창이 반사하고 있는 두 개의 등을 제시한다. 자신이 누워 있는 자리에는 두 개의 불빛이 다 못 미친다.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감옥이란 공간을 생각해보면 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도의 길을 걸어가야 했지만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인 것을 발견하는 모습이다. 
시인은 두 눈은 아무래도 잘 보이지 않고 희미한데, ‘선승(禪僧)입네’ 소리쳤던 내가 되려 부끄럽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봄철아 잘 거라! 내년에 돌아와 다시 만날 때까지(春節)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봄철이 어느새 떠나면서 작별을 고하고 있는데 / 꽃을 보고 한 잔하니 눈썹이 붉게 취하네 // 무정한 봄철이 홀연하게 이리 떠나가니 / 봄철아 잘 거라! 내년에 돌아와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봄철 작별 고하고서 눈썹 붉게 취했었네, 봄철 홀연 떠나가니 내년 다시 만나고자’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봄아 잘 가거라]로 의역된다. 봄은 돌아옴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봄이 인간에게 안겨주는 선물은 크고 많다. 봄에 씨를 뿌리는 선물을 주더니만, 움추렸던 어깨를 활짝 펴게 하는 선물까지도 한 아름 주었다. 향기를 듬뿍 가지고 찾아온 봄이 주는 선물은 사랑과 웃음을 가득히 안겨주었다. 봄의 소묘에 취할 수 있을 만큼 짭짤한 시상의 멋과 맛까지 아낌없이 안겨준 것이다.
 
봄철 작별 고하고서 눈썹 붉게 취했었네, 
봄철 홀연 떠나가니 내년 다시 만나고자
 
시인은 가슴 벅찬 봄을 영원한 나의 소유인 양 어루만지고만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는 다음을 기약하면서 보내 주어야 할 엄숙한 순간에 어찌 시 한 수가 없으리. 봄철이 어느새 작별을 고하고 있는데, 꽃을 보면서 한 잔을 하니 눈썹이 붉게 취한다고 했다. 얼굴이 취한 것이 아니라 얼굴의 상징적인 눈썹이 붉게 취한다는 비유법을 쓰고 있다.
화자는 누구보다도 봄을 만끽하기에 분주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씨도 뿌리고 아지랑이 한 줌을 부여잡고 떠나지 말라고 애원도 했으리라. 무정한 봄철은 홀연하게 이리도 쉽게 떠나가니, ‘봄철아 잘 거라. 내년에 돌아와 다시 만날 때까지’라고 했다. 
더위의 뒷덜미에 밀려 은근슬쩍 떠나가는 봄을 부여잡기엔 힘의 한계가 있었으리라는 역설적인 시상 앞에 그저 멍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시 명년에 올 기약을 하면서 곱게 보내주어야 한다.
 
한자와 어구
春節: 봄철. 瞬間: 순간에, 순식간에. 作別中: 작별을 하고 있는 중. 坐花: 꽃을 앉아서 보다. 一酌: 한 잔. 醉眉紅: 눈썹이 붉게 취하다. // 無情: 정이 없다. 春節: 춘절. 忽然去: 홀연히 가다. 순식간에 가다. 好去: 잘 가거라(인삿말). 來年: 내년. 相返逢: 서로 다시 만나자.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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