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色(추색)
                                     叙光 張喜久

구름이 흩어지고 가을 빛 온 산하에
근역의 가을 풍경 화폭인 듯 아름답고
가을신 덕을 펴시네, 산하 색깔 감싸며.
散雲稀雨闢淸天   秋色山河錦繡連
산운희우벽청천   추색산하금수연
槿域商光如畵幅   蓐收布德遂安全
근역상광여화폭   욕수포덕수안전

비가 개니 맑은 하늘 온 산하가 비단 수예, 

가을 풍경 화폭 같고 덕을 받아 편안하네

가을의 정취에 마냥 취해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 묵객들은 온 산야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색칠을 했다고 말하면서 시상들을 이끌어 냈다. 곱게 색칠한 가을의 정취를 시 속에도 가을이 묻어나게 글을 쓰면서 도안도 해냈다. 

선현들은 가을의 정취에 마음껏 취해서 추색도 그려놓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었다. 

‘남간추색도’ ‘계산추색도’를 비롯해서 짙어가는 가을의 색을 마음껏 풀어놓았다. 시인은 구름 흩어지고 비 드물어 맑은 하늘 열리고, 가을빛 온 산하를 비단으로 수놓아 이어진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근역의 가을풍경은 화폭 같이 아름다운데(秋色)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구름이 흩어지고 비가 드물어 맑은 하늘이 열리고 / 가을빛은 온 산하를 비단으로 수놓아 이어지네 // 근역의 가을풍경은 화폭 같이 아름답기만 한데 / 가을신이 덕을 펴시니 드디어 편안하고 온전하네]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 시인과 대화하듯이 시상의 요약을 간추린다. ‘비가 개니 맑은 하늘 온 산하가 비단 수예, 가을 풍경 화폭 같고 덕을 받아 편안하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었네]로 의역된다. 육당 최남선은 가을의 색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추색秋色1, 2, 3을 출간했다. 거기에는 추공, 추석, 추석에 납북인 생각, 추야秋夜, 추의秋意, 추풍秋風, 추회秋懷, 추흥秋興 등 가을과 가을색에 관련된 시문이 대종을 이루었다. 가을과 대비되는 봄의 정경도 곱게 그러놓기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단다. 춘색春色, 춘심春心, 춘수春愁와 같은 시상들이다. 

육당에만 한정할 수가 있겠는가. 많은 시인들이 그랬다.

시인은 곱게 물든 가을색에 취해 있음이 시상의 곳곳에 잘 녹아 있다. 굳이 육당의 가을색을 인용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선현들이 봄보다는 가을을 좋아했다. 구름이 흩어지고 비가 드무니 맑은 하늘이 열리고, 가을빛은 온 산하를 비단으로 수놓으면서 계속 이어진다고 했다.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나물바구니 옆에 끼고 봄나물을 캐러가는 여인들도 가을을 좋아했음을 보인다.

선경에 흠뻑 취했던 화자가 그려볼 수 있는 색감이 다 떨어지고, 파렛트에는 물감이 바닥을 드러냈음도 시상 속에 묻어나온다. 

근역의 가을풍경은 화폭과 같이도 아름다운데, 가을신 덕을 펴니 드디어 편안하고 온전하다는 자기합리화의 한 모습만 그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상들은 직설적으로 그 대상물만 보곤 했다.

 

【한자와 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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