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歲暮有感(세모유감)
                                     叙光 張喜久

찬 기운 최고인데 바람 소리 시끄럽고
문풍지 어지럽게 세모를 몰고 오네
환영해 마저 않습니다, 국민 화합 환영을.
冬風颯颯最寒氣   歲暮亂聲窓紙聞
동풍삽삽최한기   세모란성창지문
積雪至今謀畢事   芝蘭和合總歡欣
적설지금모필사   지란화합총환흔
 
겨울 바람 찬 기운에 창지 소리 어지럽게, 
하는 일을 마쳤으니 국민 화합 기대하며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착잡하다. 지난해 정월 초하룻날 세웠던 계획을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이 초라하다. 한 해의 설계가 비록 틀렸을지라도 세모가 되면 무슨 무슨 일들을 계산해 놓는다. 그리고 우선순위도 세워가면서 계획을 세운다. 그것이 실천이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긴 안목으로 차분하게 계획을 세운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고, 직장에도 충실하게 다녀야겠다. 시인은 눈이 쌓이며 지금 하는 일 도모해 마쳤으니, 모든 국민이 화합하기를 모두 환영하며 기뻐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세모에 문풍지(창지)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오네(歲暮有感)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겨울바람 소리 내어 찬 기운 최고인데 / 세모에 문풍지(창지) 소리 어지럽게 들려오네 // 눈이 쌓이며 지금 하는 일 도모해 마쳤으니 / 모든 국민이 화합하길 다 환영하며 기뻐하네]라는 시상이다.평설은 감상을 앞선다. 시인과 대화하면서 가만히 시상을 들춘다. ‘겨울 바람 찬 기운에 창지 소리 어지럽게, 하는 일을 마쳤으니 국민 화합 기대하며’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섣달 그믐날 한 생각에 취해서]로 의역된다. 한 해를 보내면서 온갖 느낌이 많았던 모양이다. 요즈음도 그렇지만 우리 선현들도 연월일시(年月日時)라는 사주(四柱)와 사시(四時)와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살았다. 금년도의 햇머리와 달과 날짜가 지나감이란 태음력과 태양력의 조화는 물론 시간에 대한 개념도 철두철미하게 지각(知覺)하면서 살았다. 한 해가 지나고 또 다른 한 해를 헐어야 하는 또 다른 순간 앞에 서있다.
시인은 착잡한 또 하나의 설계를 해야 할 판다. 지난해를 반성하고 다른 한 해를 설계하는 일이 그것이다. 선경으로 가져온 시상은 주머니 끈이 너무 짧았음이 은근하게 비춰보인다. 세모를 맞이하여 겨울바람이 소리를 내어 불어서 찬 기운이 최고조인데, 봉창문에 봍여 놓은 문풍지 소리만이 어지럽게 들린다고 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세모를 혼자 보내는 마음이 착잡했음을 알게 한다.
화자는 눈 내리는 시기가 되면 금년의 일을 모두 마치고 비록 반복이기는 하겠지만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해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눈이 쌓이면 지금 하는 일 을 도모해 마쳤으니, 이제 모든 국민이 화합하길 환영하며 기뻐한다고 했다. 세모는 그렇게 꼬리를 감추는 지난 해와 은근하게 엉덩이를 내미는 새해의 길목에 서있음을 알게 한다.
 
【한자와 어구】
冬風: 겨울 바람. 颯颯: 삽삽하다. 바람 소리. 最寒氣: 최고의 찬 기운. 歲暮: 세모. 亂聲: 어지러운 소리. 窓紙聞L 청지에 들린다. // 積雪: 눈이 쌓이다. 至今: 지금. 謀畢事: 도모하는 일을 마치다. 芝蘭: 지란. 국민을 뜻함. 和合: 화합하다. 總歡欣: 모두 기뻐서 환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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