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高馬肥2(천고마비)
                                     叙光 張喜久

하늘 높고 말이 살쪄 훈기가 묻어나고
귓가를 휘 젖고 간 울어대는 귀뚜라미
이슬이 고루 적셨구나, 풍년 해를 외치며.
天高肥馬自生薰   此際蛩聲耳側聞
천고비마자생훈   차제공성이측문
玉露均霑山嬈彩   詩心發發熟年云
옥로균점산요채   시심발발숙년운
 
하늘 높고 말이 살쪄 귀뚜라미 귓전에서,
 이슬 적셔 예쁜 색칠 시심방동 풍년들고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한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다. ‘가을 하늘 공활空豁한데 높고 구름 없이’로 시작되는 애국가 3절의 ‘공활’이란 낱말에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공空은 ‘비다’는 뜻이고, 활豁은 ‘뚫리다 혹은 ’통하다‘는 뜻으로 쓰인 한자로 공활은 [텅 비고 넓다]는 뜻이다. 가을 하늘이 높고 텅 비어있음은 가을 하늘의 한 축일 것이라 생각된다. 시인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니 스스로 훈기가 나고, 이즈음 귀뚜라미가 소리를 내어 귓가에 들린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슬이 고르게 적시어 산을 예쁘게 채색하네(天高馬肥)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니 스스로 훈기가 나고 / 이즈음 귀뚜라미가 소리를 내어 귓가에 들리네 // 이슬이 고르게 적시어 산을 예쁘게 채색하여 / 시심이 발동하여 풍년의 해라고 말하려하네]라는 시상이다. 시상에 몰입하는 것이 평설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정리해 본다. ‘하늘 높고 말이 살쪄 귀뚜라미 귓전에서, 이슬 적셔 예쁜 색칠 시심방동 풍년들고’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철에]로 의역된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다는 뜻으로 맑고 풍요로운 가을의 맑은 날씨를 비유하는 말이다. 두심언이란 사람이 증소미도란 시에서 참군으로 북쪽 변방에 나가 있는 친구 소미도가 하루빨리 장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은 시란다. 이 시에 나오는 ‘추심새마비(秋深塞馬肥)’에서 ‘추고마비(秋高馬肥)’가 나왔으며 이 ‘추고마비’가 ‘천고마비’가 되었다고 전한 성어다.
시인은 이와 같은 어휘의 진실을 알고나 있는 듯이 천고마비의 가을 하늘에 한껏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니 스스로 훈기를 내고, 이즈음 귀뚜라미가 소리를 내어 귓가에 들리고 있다는 선경의 시상을 떡 주므르듯이 해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보다 활기찬 이래를 설계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화자는 더 이상 가을이란 계절의 진미만을 맛볼 수 없음을 시상의 머리 위에 얹어 놓는다. 그래서 이슬이 고르게 적시어 산을 예쁘게 채색하니, 시심이 발동하여 풍년의 해라고 말하려고 한다고 했다. 시심은 누가 갖다 주어서 발동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 동화되고 감정이 풍부했을 때 발동하고 이런 시어들을 차곡차곡 엮는 과정에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창이 되어 묵은 감정이 이입되고 새로워진다.
 
【한자와 어구】
天高肥馬: 천고마비. 自生薰: 스스로 훈기가 생기다. 此際: 이런 때에. 蛩聲: 귀뚜라미 소리. 耳側聞: 귓가에 들리다. // 玉露L 이슬. 均霑: 고르게 적시다. 山嬈彩: 산을 곱게 두르다. 詩心: 시심. 發發: 발동하다. 발발하다. 熟年云: 풍년의 해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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