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국사 마을에서 천연염색 체험교실 운영하며 전통기법 홍보
푸른 바다나 청명한 하늘을 표현할 때 우리는 ‘쪽빛’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쪽’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로 한자명은 남(藍)이며, 중국이 원산지다. 쪽잎에는 푸른 색소가 대량 함유되어 있어 남색의 염료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쪽빛바다’, ‘쪽빛하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쪽’은 한해살이풀로 일 년 농사를 지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천연 염료이며, 쪽 염색을 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복잡해 천연염색 중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쪽빛나들이 박성애 대표는 여린 초록잎 속에 시리도록 푸른 염료를 찾기 위해 복잡한 공정을 마다하지 않고 매일 같이 쪽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박성애(50) 대표를 만나 천연염색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 쪽 염색 과정
“쪽의 재배는 3월 중순쯤 파종한 다음 5월이 되어 15㎝ 가량 자랐을 때 비옥하고 수분이 많은 밭에 옮겨 심습니다. 7월 말이나 8월 초가 되면 꽃이 쪽대에서 조금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쪽을 베어야 합니다. 꽃이 너무 피면 꽃으로 염료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 전이 좋습니다.”
박성애 쪽빛나들이 대표는 쪽을 심어서 베는 과정을 가장 먼저 설명했다. 쪽이 일년생으로 정성을 들이지 않고서는 재료조차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쪽 잎을 적당한 양을 덜어서 항아리 물에 담그는데 보통 3~4일 정도 두며, 항아리 물이 파랗게 우러나와 있으면 그때 항아리 속에 들어 있는 쪽풀을 천천히 건져낸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물을 가지고 불순물을 가라앉히는 작업을 해줘야 하며, 석회가루를 물에 넣고 저어주고, 그 다음날 윗물은 따라 버린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색소 앙금에다 잿물을 넣고 거기에다가 막걸리나 매실식초를 넣은 다음 10일 정도 두면 천천히 발효가 된다. 습도나 온도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쪽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쪽물을 물들이면 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또, 쪽물을 얼마나 여러 번 반복하느냐에 따라서 색의 농노가 달라진다.
쪽물을 한번 들이면 연한 하늘색이며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할수록 점점 어두워지게 된다. 30번 정도 반복하면 진한 남색이 나오기에 쪽 염색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전통염색을 배우기 위해
박 대표가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환경과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농업기술센터에 천연염색에 대해 문의했지만 그 시절 광양에서 천연염색을 교육하는 곳은 없었다. 2년 정도 집에서 홀로 연구하기를 반복했지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박 대표는 “이후 나주에 있는 동신대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천연 염색을 배우고 순천대 대학원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옷감과 재질을 배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천연염색중 최고는 쪽 염색이라는 것을 알고 벌교의 한광석 선생으로부터 쪽 염색에 대해 가르침을 하사 받는다.
박 대표는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채취되는 색소로 염색을 하기 때문에 자연을 보는 것과 같은 자연스런 색감을 얻을 수 있다”며, “눈을 피로하게 하지도 않으며 차분한 정서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환경 친화적이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인체에도 유익하며 세상에서 유일한 제품을 완성하게 되면 그 기쁨은 배가 된다는 게 박 대표의 전언이다.
박 대표는 현재 옥룡면 도선국사마을에서 쪽빛나들이를 운영하고 있다. 1주일에 2~3일은 체험교실을 운영하면서 건강에 좋은 자연의 색과,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천연염색이 갈수록 더 힘들어 지겠지만 많은 가족들과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싶으며, 기회가되면 인도나 남미쪽에 가서 세계의 천연염색을 배워오고 싶다”고 밝혔다.
전통에 대한 우직한 고집으로 자연의 색의 명맥을 잇는 그녀가 있기에 오늘의 하늘은 쪽빛이다.
양재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