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舊正有感(구정유감)
                                     叙光 張喜久

명절의 아침 해가 어김없이 찾아 들어
성묫길 조상 숭배 가세 더욱 넉넉해라
도소주 서로 권하며 근심 걱정 뒷길로.
無違名節迓元朝    歲暮故鄕如我招
무위명절아원조    세모고향여아초
省墓崇先家勢足    屠蘇相勸萬愁消
성묘숭선가세족    도소상권만수소
 
새 아침의 명절 맞아 고향 품이 나를 불러, 
선조 숭상 가세 넉넉 도소주로 서로 권해
 
[구정(舊正)]을 우리 명절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구정이라야만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전통적인 민족 인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신정보다는 구정만 되면 널따란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전파를 타고 오는 소리에 고향 길을 쉬임 없이 재촉한다. 현대판 세시명절의 한 풍속도다. 옛날처럼 때때옷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추억이 어린 그것엔 향수와 아련한 추억이 있었다. 시인은 어김없이 갑오년 새 아침을 맞이하니, 명절이 돌아오니 고향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성묘하며 선조를 숭상하니 가세 더욱 넉넉하고(舊正有感)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어김없이 명절의 새 아침 을 맞이하여 / 명절이 돌아오니 고향이 나를 부르네 // 성묘하며 선조를 숭상하니 가세 더욱 넉넉하고 / 도소주 마시면서 서로가 권하니 모든 근심 사라지네]라는 시상이다. 풍부한 상상은 시를 살찌게 한다. 시인의 상상력 주머니를 본다. ‘새 아침의 명절 맞아 고향 품이 나를 불러, 선조 숭상 가세 넉넉 도소주로 서로 권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구정의 아침을 맞이하면서]로 의역된다. 고향에 가면 내가 태어나고 자란 추억의 터전이 있다. 동구밖에 나가 팽이치기 재기차기를 하면서 놀던 아련한 추억덩이들이 덩실덩실 붙어있다. 연날리기를 했던 곳이 선하고, 보름날이면 논둑에 불을 놓고 내 더위를 팔았던 그곳도 선하다. 할아버지 앞에 서서 선산을 찾아 성묘를 했던 추억의 오솔길도 선하다. 이런 추억을 담기 위해 시달리는 성묫길을 재촉한다.
우리들이 고향에서 얽힌 일들은 대단히 많다. 이것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추억덩이들이라고 한다. 시인은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의 새 아침을 맞이하여서 명절이 돌아오니 세모를 맞아하여 고향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는 선경의 시상을 일으키고 있다. 명절을 재촉하는 고향을 그리는 향수가 우리를 동여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지나간 오랜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화자의 후정은 고향을 또올리면서 조상에 대한 성묘의 경건함을 떠올리고 있다. 성묘를 하면서 선조를 숭상하니 가세가 더욱 넉넉해지겠고, 친지들과 만나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며 서로 권하니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고 했다. 도소주는 초백주와 함께 세주로 쓰이며, 괴질과 악귀를 물리친다고 여기면서 명절이면 마치 귀볼기 술처럼 마셨다.
 
【한자와 어구】
無違: 어김없다. 名節: 명절. 迓元朝: 새아침을 맞이하다. 歲暮: 세모. 故鄕: 고향. 如我招: 나를 부르는 것 같다. // 省墓: 성묘를 하다. 崇先: 선조를 숭모하다. 家勢足: 가세가 넉넉하다. 屠蘇: 술의 이름. ‘도소주’. 相勸: 서로 권하다. 萬愁消: 모든 근심이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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