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자신만의 특색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공간에 존재하는 인공물을 통해 도시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공물은 건축물, 교통시설, 보도, 도로, 공원, 표지판, 간판 등 모든 공공의 시설과 공간이 포함된다.

이것은 수많은 도시들이 공공디자인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공디자인이 도시이미지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할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이제 도시이미지 창출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 되었다. 이로 인해 각 도시들은 공공의 디자인을 이용해 도시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이 도시이미지 창출에 있어 새롭게 떠오르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도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로부터 우리는 그 도시는 참 아름답다거나 소박하다거나 평범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 도시를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 도시가 공통적으로 내뿜는 색채가 있어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이것은 도시의 어는 한 부분만 봐서는 도시의 이미지를 다르게 느낄 수 있어도 도시 전체를 보면 공통적인 색깔이 보여진다는 것을 뜻한다. 

도시의 통일되고 공통된 색채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비슷한 이미지를 남기기에 도시이미지가 얼마나 힘이 있고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더구나 한번 형성된 도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이미지를 만든다는 욕심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건축물을 짓거나 단장해서는 결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없다. 자본을 투자해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도시의 정체성도 찾아 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만의 개성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도시정체성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이고 지엽적인 하나의 요소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도시의 삶의 내용이 투사되어 있는 유형자산과 더불어 무형의 문화 요소들의 융합이 있어야 한다.

 

전라북도 남서부에 위치한 정읍시는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문화, 예술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으로 담겨져 있다.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내장산이 맞닿아 있으며 내장산 서래봉 자락아래 내장호수와 잘 어우러진 자리에 위치한 조각공원에는 국내4대 미술전 대상 수상 작가 16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유일하게 현재까지 전해오고 있는 백제 노래로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속악의 가사로 불리어졌던 정읍사의 고장이며, 근대화를 연 갑오동학 농민혁명의 발상지다. 

여기에 전봉준장군 고택, 가사문학의 효시 상춘곡, 호남우도농악의 발상지 등 국보급 역사와 문화유산이 있어 살아 숨 쉬는 문화 예술의 도시로 통한다.

하지만 정읍시는 문화유산과 역사 스토리가 풍부했지만 도시브랜딩과 대외적인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화컨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때 26만에 육박했던 인구가 12만이 채 되지 않으니 고민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정읍시 도시재생과 최은진 주무관은 “정읍은 역사와 문화유산이 풍부한 도시였지만 그 문화유산과 도시 공간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할 수 있는 계획이 없어 전략적 수단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정읍은 도시이미지를 형성하는 각 요소들 간의 디자인적 상호 연계성이 부족했으며, 정읍이 지향하는 도시이미지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 간 일치성도 미흡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디자인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디자인 공모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정읍시는 2013년부터 역사, 문화, 관광중심 도시로 재도약하고자 공공디자인을 통한 도시이미지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최 주무관은 “지역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활용하면서 정읍만의 조화롭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디자인이 꼭 필요했으며, 정읍사문화의 거리가 그 첫 번째 사례에 해당 된다”고 밝혔다.

정읍사문화의 거리는 정읍고등학교에서 전북과학대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1.2km 거리에 총 사업비 6억9천만 원을 투입하여 문화와 휴식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언제나 쉴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정읍사문화의 거리 내에는 우도농악전수관, 전북과학대학교, 청소년수련관, 예술회관, 국악원, 정읍시립미술관, 정읍사 문화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정읍사 문화공원은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를 주제로 조성된 공원으로 행상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정읍사 망부석과 정읍사 노래비, 정읍사 여인의 제례를 지내는 사우 등이 건립되어 있다. 

정읍시립미술관은 기존의 시립도서관을 리모델링하여 2015년 10월 24일 개관한 것인데, 지하 1층 지상2층 건물로 총 3개의 전시실과 수장고, 야외 전시공간, 뮤지엄 교육실, 상상버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미술관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지역예술인들에게는 창작의 공간으로 다양한 기획전시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소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역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읍사 문화의 거리는 자연경관과 지역자원을 활용한 공공디자인이 시민들을 문화휴식으로 이끌어 생활형 공공디자인 명품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시내 인근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 관람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도 있지만 정읍시립미술관과 예술회관, 정읍사 오솔길이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문화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읍사 여인을 주 테마로 부부연인 사이의 천년 사랑을 스토리텔링하여 조성된 테마형 숲길인 정읍사 오솔길에서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읍은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문헌에 정읍의 토산품으로 차가 기록되어 전해져 올 만큼 차 문화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정읍 도심 중심지(정읍 경찰서~정읍세무서)에는 쌍화차 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 거리는 서울의 인사동처럼 전통 찻집이 줄지어 있으며, 현재 17개소의 쌍화탕 찻집이 남아 있어 골목길을 따라 발길을 돌리다보면 쌍화탕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해 그냥 지나갈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최은진 주무관은 “쌍화차 거리는 특화거리 사업이 아닌 쌍화차를 주 메뉴로 하는 찻집이 새암로를 따라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인데, 시는 이 거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쌍화차거리 입구에 ‘전설의 쌍화차거리’라는 표지간판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읍시는 올해에도 내장동과 상동 미소거리 일대를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6월 말까지 보도블록, 화단벤치, 거리조명 등 다양한 조경 식재를 통해 보행자 중심의 걷기 편한 거리로 대폭 변화시킬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도시의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수의 전문가와 협력하여 도시이미지를 도시공간환경 속에서 효과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재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