酷寒(혹한)
                                     叙光 張喜久

겨울신 권세 등등 혹한을 몰고 와서
일월이 방에 앉아 본심을 발동하군
명년엔 풍작 보전하리 해충 전멸 될지니.
玄冥權勢酷寒元   子月臨來始發源
현명권세혹한원   자월임래시발원
汝德害蟲全滅裏   明年豊作可能存
여덕해충전멸리   명년풍작가능존
 
 
겨울신 권세 혹독하여 일원 근원 바라네, 
자네 덕택 해충 전멸 명년 풍작 보전되리
 
혹독한 추위가 올수록 명년은 풍년이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눈이 많이 오면 또 비를 자주 뿌려 풍년이 들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굳이 이분법으로 계산하는 사람도 있다. 추위는 따뜻함으로, 눈이 오는 것은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네 습성이었다. 어촌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섣달 그믐날 바람이 심하게 불면 태풍이 없을 것이라는 정반합 적인 믿음도 우리네 습성이었다. 시인은 자네 덕택에 해충이 전멸할 것만 같으니, 명년에는 풍작이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겨울신이 권세가 등등하게 혹독한 추위 으뜸인데(酷寒)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겨울신이 권세가 등등하게 혹독한 추위 으뜸인데 / 일월이 와 임하니 비로소 근원을 발하네 // 자네 덕택에 해충이 전멸할 것만 같으니 / 명년에는 풍작이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 보네]라는 시상이다. 상상력은 시상의 밑바탕이 된다. 정리해 본 시주머니를 펼친다. ‘겨울신 권세 혹독하여 일원 근원 바라네, 자네 덕택 해충 전멸 명년 풍작 보전되리’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어느 해 혹독한 추위]로 의역된다. 흔히 가혹한 추위라고도 한다. 너무 춥다 보면 밖을 나가 활동하기가 그지없이 불편하다. 두터운 옷을 끼어 입고 손을 호주머니에 담기가 민망할 정도로 장갑을 끼고도 그 속에 꼬욱 집어넣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날씨를 혹한이라고도 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해 오면 바깥출입하기가 거북하여 종종 걸음으로 안식처를 찾아 발길을 재촉한다.
시인은 현명(玄冥) 혹은 흑제(黑帝)라고 하는 겨울신이 임하였음을 시상으로 일으키고 있다. 겨울신의 권세가 등등하여 혹독한 추위가 으뜸으로 몰아치는데, 일월인 자월(子月)이 어느새 와서 임하고 있으니 비로소 근원을 발하고 있다고 했다. 신의 조화가 아니고 어찌 가만히 지나갈 혹한이 올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일구어냈다. 어쩌면 신의 조화치고는 매우 고약스러운 심보를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화자는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들 것이란 생각을 했겠다. 겨울신에게 ‘하게’조로 내리면서 긍정적인 의문의 예상을 한다. 자네 덕택에 해충이 전멸할 것 같은 가운데에, 명년에는 풍작이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농본생활을 면했다 할 지라도 농촌에선 풍년이 들어야 온 나라가 편안하다는 생각이 스며있을 것이다.
 
【한자와 어구】
玄冥: 현명. 겨울신. 權勢: 권세. 곧 세력. 酷寒 : 혹한. 元: 으뜸. 子月: 1월. 臨來: 임하여 오다. 始發源: 시발의 근원. //汝德: 자네의 덕택에. 害蟲: 해충. 병충. 全滅裏: 전멸할 것이라는 생각에. 明年: 명년. 내년. 豊作: 풍작이 들다. 可能存: 가히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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