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炎(복염)
                                     叙光 張喜久

    중복의 뜨거운 햇볕 기운 더 등등하고
    훈풍에 수영하니 서늘한 기운일세
    시 한 수 읊고 났더니 서린 땀이 안녕히.
    中伏炎陽暑氣豪   衆禽棲谷或淸皐
    중복염양서기호   중금서곡혹청고
    熏風泳海生凉氣   陰下詩吟消汗勞
    훈풍영해생량기   음하시음소한노

중복 햇볕 더운 기운 등등하게 계곡 지나, 

훈풍은 서늘하고 시 한 수에 어린 땀 가셔

‘심한 더위’라는 뜻은 같지만 폭염이 있는가 하면 복염도 있다. ‘폭염(暴炎)’은 매우 심한 더위다. 우리나라는 장마가 끝난 후 북태평양 기단의 가장자리에 드는 시기에 고온 다습한 날씨가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계속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주로 이때의 더위로 폭염이 발생한다. ‘복염(伏炎)’은 음력 6월을 달리 부르는 말로, 삼복의 무더위가 반드시 있다는 말로 쓰인데서 연유한다. 시인은 중복의 뜨거운 햇볕에 더운 기운 이 등등하고, 많은 짐승들이 깃드는 계곡이 맑은 언덕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늘 아래 시 한 수 읊어 어린 땀 사라지네(伏炎)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중복의 뜨거운 햇볕에 더운 기운 이 등등하고 / 많은 짐승들이 깃드는 계곡이 맑은 언덕이라네 // 훈풍에 수영을 하니 서늘한 기운이 생기고 / 그늘 아래에서 시 한 수 읊으니 어린 땀이 사라지네]라는 시상이다.감상적 평설을 통해서 시인의 입장과 화자의 입장을 비교한다. ‘중복 햇볕 더운 기운 등등하게 계곡 지나, 훈풍은 서늘하고 시 한 수에 어린 땀 가셔’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삼복 무렵의 심한 더위]로 의역된다. 한자로는 [복염伏炎]이라 쓰지만, 순 우리말로 읽기는 [폭염暴炎]으로 읽는다. 흔히 초복 중복 말복을 삼복이라고 했다. 이 무렵이 가장 덥다. 이럴 때일수록 동음이의어로 쓰인 초복, 중복, 말복을 아우르는 [삼복(三伏)]이 있는가 하면, 불교에서의 세 가지 공덕으로 [삼복(三福)]인 세복, 계복, 행복을 말하기도 한다. 신중할 수 있도록 세 번 되풀이한다는 [삼복(三復)]이 있는가 하면, 고려와 조선 시대, 형법의 하나로 사형에 해당하는 죄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세 번 심리(審理)한다고 했던 [(삼복三覆)]도 있다. 동음이의어가 쓰일수록 한자교육의 중요성이 새로워진다.

시인은 삼복 중에서 가장 덥다는 중복의 등등한 기세를 떠올린다. 중복의 뜨거운 햇볕 더운 기운이 등등하고, 많은 짐승들이 깃드는 계곡이 맑은 언덕이라고 했다. 더운 여름이 마음껏 뛰어노는 계곡을 언덕이라고 생각해낸 시상을 만나게 된다.

화자의 비유적인 시상은 시의 얼개에 그 잔잔함을 더해 내고 있다. 훈풍에 수영을 하니 서늘한 기운이 생기고, 그늘 아래에서 시 한 수 읊어 내니 어리었던 땀이 사라진다고 했다. 시는 누구나 쓰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느끼고 시적인 분위기에 도취했을 때 가능하다는 큰 시사(示唆)점을 준다고 하겠다.

 

【한자와 어구】

中伏: 중북. 炎陽: 염량. 더운 햇볕. 暑氣豪: 더운 기운의 기세가 등등하다. 衆禽: 많은 짐승들. 棲谷: 사는 곳. 或: 혹은. 淸皐: 맑은 언덕. // 熏風: 선선한 바람. 泳海: 수영 하다. 生凉氣: 서늘한 기운이 생기다. 陰下: 그늘하에. 詩吟: 시를 읊다. 消汗勞: 땀이 사라지는 수고로움. 땀이 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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