楓菊爭艶(풍국쟁염)
                                     叙光 張喜久

    국화 단풍 감상하며 석양을 희롱터니
    늦가을 황홀함에 취했었던 고향 생각
    쇠잔한 삼라만상이 서리 고절 칭송해.
    賞菊丹楓弄夕陽    晩秋恍惚醉思鄕
    상국단풍농석양    만추황홀취사향
    傲霜孤節藝人頌    萬象衰哉感慨長
    오상고절예인송    만상쇠재감개장

상국단풍 감상 희롱 늦가을에 취했던가, 
서리 고절 칭송하며 감개 더욱 길어지네

흔히 가을을 ‘풍국의 계절’이라 한다. 단풍이 풍성한 옷을 입더니만 찬바람을 만나면 낙엽한 줌을 남기고 자취를 감춘다. 국화는 여름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무럭 크다가 꽃봉우리를 맺기 시작하면서 가을의 귀한 손님답게 갖가지 색깔의 꽃을 터뜨린다. 가을이 한 줌 가져다 준 선물이다. 단풍과 국화란 두 손님이 가을의 고운 자태를 다툰다.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을 손님인지 자태가 위엄하다. 시인은 국화와 단풍을 감상하고 석양을 희롱하니, 늦가을 황홀한 고향생각에 취하고 말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국화의 고절만은 고금에도 계속 장식하고 있었네(楓菊爭艶)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국화와 단풍을 감상하고 석양을 희롱했더니 / 늦가을 황홀한 고향 생각에 그만 취하고 말았네 // 서리의 고절은 예술인을 칭송해주었고 / 삼라만상이 쇠잔해 가고 있으니 감개 더욱 길어지네]라는 시상이다.서문격 여덟 줄 초입문장은 이 글의 요점이자 가이던스가 된다. ‘상국단풍 감상 희롱 늦가을에 취했던가, 서리 고절 칭송하며 감개 더욱 길어지네’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단풍과 국화가 고움을 다투면서]로 의역된다. 가을이 되면 설악산의 단풍이 산 봉우리부터 아름다운 물감으로 색칠한다. 차가운 바람과 기온을 따라 누가 먼지 남쪽으로 골인할 것인가 달리기 경주라도 할 참이다. 국화도 북의 파주에서 손님 역할을 톡톡할 모양이다. 파주시에서는 그래서 국화 전시회를 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풍과 국화가 누가 먼지 남을 향하여 달리기를 잘할 지 경주할 태세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단풍이 일등을 했던 것이 상례였다. 국화의 느릿한 걸음이 두 번째 골인이다.
위는 단풍과 국화의 시샘 다툼 경주의 결과가 어찌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심리를 갖는 시인의 상상이다. 이런 상상을 등에 업은 시인은 국화와 단풍을 감상하고 석양을 희롱했더니, 늦가을 황홀한 고향생각에 취하고 말았다는 시상을 이끌어냈다. 선경의 시상 주머니가 넉넉하면 단풍이 줄행랑치는 모습이 다소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을 것이다.
화자의 후정은 행복한 웃음 한 마당을 자아내도록 했음을 알게 한다. 국화의 고고한 절개를 통하여 삼라만상의 푸르름을 일구어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서리가 고절을 거만히 하여 예술인을 칭송했고, 삼라만상이 쇠잔해가니  감개가 길어진다고 했다. 단풍과 국화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일구어 낸 가을의 작품이다.
【한자와 어구】
賞菊: 국화를 감상하다. 丹楓: 단풍을 감상하다. 弄夕陽: 석양을 희롱하다. 晩秋: 만추. 늦가을. 恍惚: 황홀하다. 醉思鄕: 고향 생각에 취하다. // 傲霜: 서리를 거만하게 하다. 孤節: 고고한 절개. 藝人頌: 예술인들을 칭송하다. 萬象: 삼라만상 衰哉: 쇠잔해 가다. 感慨長: 감개가 길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