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景(설경)
                                     叙光 張喜久

    근역 땅 눈이 내려 찬 경치 밝게 비춰
    소금을 뿌린 듯이 설신님 은혜입고
    시심이 발로 되었나 정서 펴기 바쁘군.
    雪飛槿域是冬初   寒景明明散鹵如
    설비근역시동초   한경명명산로여
    騰六施恩淸潔際   詩心發露抒情舒
    등육시은청결제   시심발로서정서

근역 땅에 겨울 오니 소금을 뿌린 것 같고, 
설신 은혜 가득하니 시심 발로 정서 펴네

 

시인들 시심은 설신(雪神)의 조화에 따라서 눈이 내렸다는 시상을 친구삼아 일구어 내곤 했다. 눈은 소리치고 내리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감쪽같이 눈이 내려 온 산하를 뒤덮는다. 하룻밤 사이에 하얀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흔히 백두에서 한라까지 백의민족의 기상처럼 백의의 세상이 되었다는 시상들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눈이 많이 내리면 교통사고도 빈번하기는 하지만. 시인은 설신이 은혜를 베푸니 환영한 뜻 가득하고, 시심이 발로되어 정서 펴기에 충분할 것만 같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차가운 경치 밝고 밝아 마치 소금 뿌린 것 같네(雪景)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눈이 날려 근역 땅에 겨울의 처음이 되었는데 / 차가운 경치 밝고 밝아 마치 소금을 뿌린 것 같네 // 설신이 은혜를 베푸니 환영한 뜻 가득하고 / 시심이 발로되어 정서 펴기에 충분할 것만 같네]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맨 위 요약문 2줄은 번역문 전체의 ‘요약의 요약’이 된다.. ‘근역 땅에 겨울 오니 소금을 뿌린 것 같고, 설신 은혜 가득하니 시심 발로 정서 펴네’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하얀 세상을 만든 눈의 경치]로 의역된다. 봄이면 봄이 좋아서, 가을이면 가을이 좋아서 자연을 즐긴다. 여름은 여름대로 그 맛이 달콤하고, 겨울은 스키를 타거나 설경에 취하는 ‘하이얀 사람’들이 제법 많다. 곧 겨울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설경에 취해 ‘신의 조화가 저리 큰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금을 뿌리는 것 같기도 하고, 구름을 흩뿌리는 조화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여지없이 토로한다.
시인은 ‘근역, 삼한’ 등으로 알려진 한국 땅에 눈이 날려 포근하게 감싸는 모양에 흠뻑 취하는 시상의 그늘에 숨더니만 살며시 매만진다. 눈이 날려 근역 땅에 겨울의 처음 되었는데, 차가운 경치는 밝고 밝아 마치 소금을 뿌린 것 같다고 했다. 솜사탕을 발라놓은 듯한 느낌, 구름신의 조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시는 상상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힌다.
시인은 화자의 입을 빌어 설경(雪景)이란 모든 조화를 설신(雪神)의 공으로 돌리는 시상을 꼬기작거리더니만, 시심 한 줌의 발로로 귀착시키고 만다. 설신이 은혜 베풀었으니 환영한 뜻이 온 대지에 가득하고, 마침내 시심이 발로되어 정서 펴기에 충분할 것 같다고 했으리라. 시심은 누가 주어서 일구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취하다 보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다.

【한자와 어구】
雪飛: 눈이 날리다. 槿域: 근역, 우리 나라. 是冬初: 겨울의 처음이다. 寒景: 차가운 경치. 明明: 밝고 밝다. 散鹵如: 소금을 뿌리는것 같다. // 騰六: 설신을 뜻함. 施恩: 은혜를 베풀다. 淸潔際: 맑고 깨꿋할 즈음에. 詩心: 시심. 發露: 발로되다. 抒情舒: 정서를 펴다. 곧 ‘서정성’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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