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열린 실업태권도 최강전 경기장에서의 김영훈 회장.

“태권도를 누가 국기(國技)로 생각하는가?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도 위태롭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공천포전지훈련센터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19 한국실업최강전 전국태권도대회를 마친 김영훈 한국실업태권도연맹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태권도인 전체가 하나가 돼 투명한 행정과 미래지향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진정한 국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인 태권도는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전파됐지만 정작 국내는 불협화음으로 시끄럽다. 파벌과 기득권 싸움,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은 만성적인 문제이다. 일부 지역태권도협회에서는 승부조작, 심사부정, 회비 부장징수 및 부당사용, 협회 사조직화 등 윤리의식 부재와 방만 경영을 둘러싼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경기인 출신’인 김 회장은 올해 초 대한태권도협회 대의원총회에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해 최근 5년간 회의록, 국고 지원현황 등 자료를 요구하면서 행정 개혁을 주장했다. 
김 회장은 “태권도는 타 종목과 다르게 심사비라는 독특한 수익구조가 있기에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게 비리의 단초가 됐다. 행정 등 여러 면에서 세대교체를 해야 하지만 한 번 잡은 일부 세력이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하기에 태권도 전체가 고령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태권도계에 젊고 유능한 인재가 많다. 이들이 개혁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는데 집안싸움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 여전히 일선 지도자는 심사비를 걷는 다단계 업자 취급을 받고 있다. 하루빨리 이를 깨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태권도인이 단합을 해야 한다. 내년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가 개혁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실업연맹 4대 회장에 당선된 김회장은 학연, 지연을 타파한 인사와 투명한 재정 관리로 산하 단체 중 가장 내실 있는 단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특히 실업연맹이 연중 주최하는 회장기대회와 한국실업최강전 대회를 지자체와 협력해 열고 있다. 실업연맹은 타 단체, 타 종목과 비교해 대회 출전자가 200명 안팎이고 기간도 짧은 편이어서 지자체에서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편인데, 김 회장은 지난해 강원도 철원군(회장기)과 3년, 제주 서귀포시(실업최강전)와 5년 개최지 협약을 맺으면서 안정적인 대회 개최 기틀을 닦았다. 
여기에 개최지역으로 사전 전지훈련을 떠나는 팀에 100만 원 훈련비를 지원하고 올해부터 입상팀에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곧 팀마다 개최지에 더 오래 머물면서 지역 경제에 환원하게 되고, 여러 태권도인과 교류하는 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업연맹의 이같은 행정에 올해 철원군청과 중랑구청, 김해시청 등이 태권도팀을 창단하는 등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진정으로 우리가 개혁하고 거듭나려면 각 지역 태권도인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대회를 치르면서 지도자나 여러 태권도 관계자가 유대관계를 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업연맹은 하반기 일선 태권도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 도장에 속한 4단 이상 지도자를 위촉, 목소리를 듣는 ‘마스터스 태권도단’ 출범을 계획 중이며, 내년에는 전국 태권도장 및 동호인이 참여하는 경연대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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