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2(만추)
                                     叙光 張喜久

    가을 밤 남새 빛에 푸른 옷 익숙했나
    등불 밑 독서삼매 절서 혼자 순환하고
    산야가 단풍을 다스려 황홀함도 어기고.
    秋夜嵐光翠習衣   親燈三昧熱心肥
    추야람광취습의   친등삼매열심비
    循環節序豊饒裡   山野風治恍惚違
    순환절서풍요이   산야풍치황홀위

가을밤에 푸른 옷을 독서삼매 마음 살쪄, 
순환절서 풍요하니 산야 단풍 황홀함이

한시의 ‘시제’와는 알맞으나, ‘소재’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화제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만추晚秋(Late Autumn)]를 인용해 보이며 음미한다. 1966년 ‘동명’이란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현빈(한국인)과 탕웨이(중국인)가 주연이다. 중국에선 2012년 3월에 개봉해 첫 주 4410만 위안(한화 약 77억원), 최종 박스오피스 6686만 위안(한화 약 117억원)을 기록한 한국 영화 중 역대 최다란다. 시인은 가을 밤 남새 빛 푸른 옷으로 익숙했는데, 등불과 친해 독서삼매를 하니 마음이 살찐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산야는 단풍을 다스려 황홀함을 어기고 있네(晩秋2)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가을 밤 남새 빛 푸른 옷으로 익숙했었는데 / 등불과 친해 독서삼매에 빠지니 마음이 살찌고 있네 // 사계절을 정교히 순환하고 절서가 풍요한 가운데에 / 산야는 단풍을 다스려 황홀함을 어기고 있네]라는 ‘시인과 대화하려면 평설을 보라!’ 평설의 진수를 요약했더니만… ‘가을밤에 푸른 옷을 독서삼매 마음 살쪄, 순환절서 풍요하니 산야 단풍 황홀함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어느 한 해의 늦가을2]로 의역된다. [만추晩秋1]에서 인용했던 내용을 주섬주섬 담는다. 시애틀 행 버스에서 운명적으로 옆자리에 앉은 남자는 ‘훈’이란 한국남자였다. 서로의 아픈 사연과 현실을 살고 있는 두 남녀는 어느새 상대에 빠져든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겪은 둘은 애나가 출소하는 날 다시 만나길 기약한다는 짧은 내용이다. 1981년의 만추와 2011년의 만추는 배경은 다르지만 인간적인 표현만은 같았다.
시인은 만추에 떨어지는 가을을 만끽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좁혀 보려는 욕망을 느낀다. 가을 밤 남새 빛 푸른 옷으로 익숙했는데, 등불과 친해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니 마음이 살찐다고 했다. 한 켠으로 도망가면서 숨어버린 가을을 가장 적절하게 가정 현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는 심정을 노출하는 매력에 감동하게 된다.
화자는 가을이 정교하게 물러가는 마당에 [만추晩秋2]에서 보이려는 시상의 매력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음이 보인다. 아니다. 오히려 정요했을지도 모른다. 사계절 정교히 순환하고 절서가 풍요하는 가운데 산야는 단풍을 다스려서 황홀함을 어기고 있다고 했다. 1981년 만추에서 탈랜트 김혜자가 보인 연기, 2011년 만추에서 탕웨이가 보인 연기의 질과 배경은 달랐지만 질곡의 삶을 사는 인간적인 면은 모두 같았다.
【한자와 어구】
秋夜: 가을 밤. 嵐光: 남새빛. 翠習衣: 푸른 옷. 親燈: 등잔불과 친하게 하다. 三昧: 삼매경. 熱心肥: 열심히 하여 살찌다.// 循環: 순환하다. 節序: 절서. 豊饒裡: 풍요로운 가운데. 山野: 온 산야. 모든 산. 風治: 바람을 다스리다. ‘風致’와 같이 쓰였음. 恍惚違: 황홀함을 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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