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대학 등에서 후학 양성, 전주까지 찾아가 이론 습득

 

종이를 곧게 펴고 흔들리지 않게 문진으로 고정한다. 벼루에 물을 넣고 먹을 갈아서 먹물을 만들고 그 먹물의 농담이 적절한지 확인한다. 때로는 진하고 때로는 흐리며 붓에 먹물을 묻힐 때에도 그 양을 조절한다. 선정한 글귀에 적합한 필법을 사용해 시 또는 고어를 써내려간다.
이것은 서예가들이 글귀 하나를 쓸 때마다 반복하는 일상이며 작품을 만들기 위한 마음가짐이다. 이러한 과정을 오랜 세월 한다면 그 글씨는 정성을 표현하는 지극함이 묻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광양에서 37년 동안 서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운(志雲) 김선우 선생은 75세의 연세에도 글씨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김선우 서예가를 만나 수 십년을 정진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배움에는 끝이 없다
“서예는 단순히 미적 기교를 뽐내기 보다는 삶의 이치를 일깨우고 심신을 수양하는 품격 높은 예술입니다. 한 점 한 점 짙은 듯 연한 농담으로 표현된 지극한 정신은 옛 선조의 기상까지 엿볼 수 있으며 붓을 따라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김선우 선생은 서예의 본질을 알아야 서예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광양농협 주부대학과 광양향교 여성유도회에서 20년 가까이 서예를 지도하며 수강생들을 가르쳐왔지만 아직도 배우기를 갈망하며 글씨에 힘이 실리기를 바라고 있다.
서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기초적인 서예기법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수강생들이 글을 쓰다 질문을 하면 막힘없이 답을 해야 하며, 글 쓰는 것에만 열중하지 않고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선생의 전언이다.
선생은 전문적인 붓글씨를 배우기 위해 광주를 오가는가 하면 글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전주 강암서예관을 매주 한 번씩 방문해 이론을 배웠다고 한다.
또 2009년에는 순천대학교 평생교육관에서 논어 및 맹자강독을 공부하고 순천시건강문화센터에서 ‘한문으로 배우는 고전’을 수강하기도 했다.

■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수상
그녀의 이러한 열정으로 지금의 지운 김선우 서예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무등미술대전, 대한민국서예전람회, 호남미술대전 등에서 대상과 특선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7년에는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제36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서예부문 특선에 입상했다. 당시 지운 선생이 응모한 작품은 ‘봉효직상(逢孝直喪)’으로 조선조 문관이자 유학자인 박상의 시로 ‘효직 조광조의 상을 당하여’라는 부제를 담고 있다. 
이 상을 계기로 김선우 선생은 현재 서예 국가 심사위원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호 ‘지운(志雲)’은 1986년 운아 길덕남 선생이 백운산의 정기를 이어 받아 뜻을 펼치라는 뜻으로 지어주었다.
김선우 선생은 “아직도 쓴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며, “지운(志雲)이라는 호처럼 백운산의 정기를 통해 붓을 들 힘이 다할 때 까지 끝까지 노력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예는 붓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정성을 다하지 못한 시간은 언젠가는 또 시간을 내어 할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재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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