冷麵(냉면) 
                                     叙光 張喜久

    허리로 휘저으며 가는 버들 춤사위에
    까치들 조잘거려 벗을 불러 흥취롭네
    냉면의 향기와 별미 오그랐다 다시 펴네.
    汗暑妙舞柳腰纖   鵲噪朋來興事兼
    한서묘무류요섬   작조붕래흥사겸
    着水器椀盤縮緖   奇香別味一倍添
    착수기완반축서   기향별미일배첨

버들허리 춤을 추고 까치들은 벗 부르며, 
냉면 그릇 수축 속에 향기 별미 갑절 더해

 

여름에 냉면을 먹는가 하면, 겨울에 먹는 냉면도 그 진수를 맛본다. 1849년에 쓰인 《동국세시기엔 "겨울철 제철음식으로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냉면이 있다"고 했고, 1896년에 쓰여진 《규곤요람》에는 "싱거운 무 김치국에다 화청(和淸)해서 국수를 말고 돼지고기를 잘 삶아 넣고 배,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저며 넣고 잣을 떨어낸다"라고 기록 되어 있다. 시인은 땀을 흘린 더위인데 가는 버들 허리에 춤추고, 까치들 조잘거리며 벗을 불어 흥미롭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물을 담았던 주발 그릇에서 오그라들고 펴지니(冷麵)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땀을 흘린 더위인데 가는 버들이 허리로 춤을 추고 / 까치들은 조잘거리며 벗을 부르면서 흥미롭다네 // 물을 담았던 주발 그릇에서 오그라들고 펴지니 / 기이한 향기와 별미 갑절쯤은 더하겠네]라는 시상이다. 시상 주머니를 열면서 시인과 대화하듯이 시심의 세계를 들춘다. ‘버들허리 춤을 추고 까치들은 벗 부르며, 냉면 그릇 수축 속에 향기 별미 갑절 더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여름엔 냉면이 제맛이로세]로 의역된다. 냉면은 육수에 따라 물냉면과 비빔냉면으로 분류된다. 물냉면은 보통 위의 재료가 차가운 육수(보통 소고기 육수)에 담겨 나오는 형태를 말한다. 물냉면은 육수 제조법이나, 들어가는 고기나 야채의 종류에 따라 그 종류가 세분화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주종을 이루지만 전통적인 [진주 냉면]이 별미를 이룬다. 위 냉면들은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인은 이런 냉면에 대한 선지식을 가슴으로 담더니만 냉면을 먹는 전통의 꼬리를 살며시 담아 보인다. 땀을 흘린 더위가 가는 버들 허리에서 춤을 추고, 까치들이 조잘거리며 벗을 불어 흥미롭다고 했다. 냉면이 사발에서 ‘어서 먹어 달라’고 춤을 추는 듯한 그런 모습을 그려보는 시인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냉면이 담겨진 사발을 앞에 놓고 마냥 침을 꼴깍꼴깍 삼켰던 시인은 화자의 입을 심정을 노정해 보이는 후정을 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임을 보인다. 물을 담은 주발 그릇에서 면발이 오그라들고 펴지니, 기이한 향기와 별미가 갑절이나 더하였다고 했다. 자장면이나 냉면을 앞에 놓으면 버물게 되면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방안에 진동했던 것도 우리는 경험했던 터다.

【한자와 어구】
汗暑: 땀을 흘리는 더위. 妙舞: 묘하게 춤추다. 柳腰纖: 가는 버들허리로 춤추다. 鵲噪: 까치들이 조잘거리다. 朋來: 벗을 부르다. 興事兼: 흥미로운 일이 겸하다. // 着水: 물을 담다. 器椀: 그릇. 盤縮緖: 그릇이 오그라들었다 폈다 하다. 奇香: 기이한 향기. 別味: 별미. 一倍添: 갑절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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