臘月三白(납월삼백)
                                     叙光 張喜久

    섣달에 내린 눈이 적당한 시기 찾아
    풍년을 관여하려 느린 걸음 뒤뚱거려
    논밭엔 물대기 이롭지, 경작 어찌 어려워.
    臘中藤六適時還   白雪紛紛熟歲關
    납중등육적시환   백설분분숙세관
    賴此水源田灌利   農夫耕作有何艱
    뢰차수원전관리   농부경작유하간

 

섣달 눈이 내리는데 풍년 관여 할 수 있네, 
물 대기는 이롭겠고 풍년경작 있으리라

 

‘납월(臘月)’은 음력 섣달을 뜻한 이칭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가평월(嘉平月)’이라고 한다. 섣달이 돌아오면 세상은 폐장(閉藏)의 시기가 도래하여 만물은 생장을 멈춘다. 그렇지만 이 시기가 좋다고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 있으니 북쪽으로 날아갔던 기러기다. 한반도는 기러기 천지가 된다. 섣달은 다음해를 준비하는 긴 장고(長考)가 시작된다. 말없는 자연도 쉬는 시간을 주어야 성장할 수 있단다. 시인은 이에 의지한 수원은 논밭 물대기 이롭고, 농부들 경작하는 데 어찌 어려움이 있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백설이 분분하여서 풍년을 관여할 수 있겠네(臘月三白)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섣달에 눈이 적당한 시기에 내렸으니 / 백설이 분분하여서 풍년을 관여할 수 있겠네 // 이에 의지하던 수원은 논밭에 물대기가 이롭겠고 / 농부들이 벼 경작하는 데 어찌 어려움이 있으리오]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 시인과 대화하듯이 시상의 요약을 간추린다. ‘섣달 눈이 내리는데 풍년 관여 할 수 있네, 물 대기는 이롭겠고 풍년경작 있으리라’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섣달에 자주 내리는 눈]으로 의역된다. 흔히 납월홍매라고 했다. 낙안읍성을 거쳐 금전산 중턱에 자리잡은 금둔사가 보이면 사찰이 사람을 마중 나온 듯하다. 금둔사 대웅전을 지나 왼쪽으로 들어서니 활짝 핀 홍매화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홍매, 청매, 설매 등 토종 매화 100여 그루가 있다. 여기서 '납(臘)'이란 음력 12월을 말한다. 그러니까 음력 12월에 피는 홍매화다. 섣달이 돌아오면 흰눈이 내린다. 이를 흔히 삼백이라고 표현했던 선인들의 지혜가 있었다.
시인은 이와 같이 매화가 남쪽을 중심으로 하여 전국에 퍼져 피는 계절에 대한 찬미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시인은 섣달에 눈이 적당한 시기에 돌아와 내렸으니, 백설이 분분하여 풍년을 관여할 수야 있을 것이라는 시상을 이끌어냈다. 매화와 함께 하얀 눈이 내리는 섣달에 온 천지가 하얀 세상이 되는 것에 대한 찬미의 노래는 무엇보다도 반가웠을 것이다.
화자는 섣달이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해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을 잘 알고 있어 보인 후정의 시상이 더욱 넉넉해 보인다. 삼백이라는 눈의 의지한 수원(水源)은 논밭에 물대기가 이롭겠고, 농부들은 경작하는 데 어찌 어려움이 있을 것인가라는 시주머니를 털어내고 만다. 농사와 물대기는 긴밀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와 어구】
臘中: 음력 섣달. 藤六: 눈의 이칭. 適時還: 적당한 시기가 돌아오다. 白雪: 흰 눈. 紛紛분분하게 내리다. 熟歲關: 풍년을 관여하다. // 賴此: 이에 의지하다. 水源: 수원. 田灌利: 논밭에 물대기가 이론다. 農夫: 농부들. 耕作: 경작하다. 有何艱: 어찌 어려움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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