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溪濯足(청계탁족)
                                     叙光 張喜久

    한가히 돌에 앉아 푸른 창 청계탁족
    맑은 물 발 씻으니 전신 피로 풀어지고
    편안한 즐거움 생기니 가슴 빈 속 살찌네.
    淸溪濯足繼吾邦   閒坐完然作綠窓
    청계탁족계오방   한좌완연작록창
    頻見尋凉逃澗鰿   斯間逸樂䑋胸腔
    빈견심량도간적   사간일락양흉강

 

청계탁족 이어지고 푸른 창을 띠고 있네, 
서늘한 곳 붕어 뛰고 가슴 빈속 살찌우네

청계탁족(淸溪濯足)은 선인들이 즐기던 피서 방법이다. 맑은 물에 발을 씻고 나면 전신이 시원하다. 여름철에 즐길 수 있는 놀이의 하나로도 탁족(濯足)의 의미는 도타웠다. 맑은 물을 찾아 발을 씻고 논 것이다. 세족(洗足)이라고도 한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모여서 즐기게 되는 모임이이라고 이름하였기에 이를 탁족회(濯足會)라고 하였다. 맑은 물에 발을 감그기 위해 청간옥수(淸澗玉水)를 찾는다. 시인은 청계탁족 전통은 우리나라에 이어지고, 완연히 한가하게 앉아 푸른 창을 띠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요즈음 편안하게 즐기니 가슴 빈속을 살찌겠네(淸溪濯足)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청계탁족 전통은 우리나라에 이어지고 / 완연히 한가하게 앉아 푸른 창을 띠고 있네 // 자주 서늘한 곳을 찾으니 계곡에서는 붕어가 뛰고 / 요즈음에도 편안하게 즐기니 가슴 빈속 살찌네]라는 시상이다. 시인과 따스한 대화 한마디는 평설의 요체임을 알면서 간추린다. ‘청계탁족 이어지고 푸른 창을 띠고 있네, 서늘한 곳 붕어 뛰고 가슴 빈속 살찌우네’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맑은 시내에서 발을 씻으니]로 의역된다. 딱히 탁족을 위해 맑은 시냇물을 찾는다기 보다는 산을 오르다 보면 맑은 물이 보이고, 시냇가 주변 바위에 앉아 물에 자연스럽게 앉아 탁족을 하는 것은 천하풍월의 한 장이었다. 이런 놀이는 남자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의 한 소절이었다. 탁족을 굳이 놀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발바닥 관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하겠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탁족일망정 전신을 맑게 하는 기본이 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재고의 여지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시인은 청계탁족 전통은 우리나라에 이어지고 있는데,  완연히 한가하게 앉아 푸른 창을 띠고 있다고 했다. ‘푸른 창’은 탁족하는 시간에 주위에 펼쳐지는 각종 나무를 비롯해서 푸른 여름의 아름다움을 뜻하고 있다고 하겠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오늘 맑은 물이 하는 탁족의 의미와 맑은 기상을 담아 자연에 귀의하고 싶은 욕망을 내비친다. 자주 서늘한 곳 찾으니 계곡에서는 붕어가 뛰고, 요즈음 편안히 즐기니 가슴의 빈속에서는 살이 찔 것 같다는 시상을 일구어 낸다. 후정을 일구었다기보다는 탁죽을 빌미삼아 건강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옮겨놓은 시상 주머니는 넉넉해 보인다. 
【한자와 어구】
淸溪: 맑은 시내. 濯足: 발을 씻다. 繼吾邦: 우리나라에 이어진다. 閒坐: 한가하게 앉다. 完然: 완연하게. 作綠窓: 푸른 창을 짓는다. // 頻見L 자주 보다. 尋凉: 서늘함을 찾는다. 逃澗鰿: 계곡에서 붕어가 뛰다. 斯間: 이 사이에. 逸樂: 편안하게 즐기다. 䑋胸腔: 빈 가슴이 살이 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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