霖雨(임우)
                                    叙光 張喜久

    장맛비 해동 천국 연이어 내려오니
    그 쓰임 무궁하여 가치를 측정 못해
    재앙을 면해야겠지, 치산시수 본받아.
    連霏霖雨海東齊   用度無窮價不低
    연비임우해동제   용도무궁가불저
    禹帝治山治水效   免災盛世樂群黎
    우제치산치수효   면재성세락군여

 

장마비가 연이어서 가치 낮다 할 수 없네, 
치산치수 본받아서 재앙 면한 성세 백성

 주우(澍雨)는 가뭄에 한 줌 내리는 단비를 뜻하며, ‘임우(霖雨)’는 장마가 들어 그치지 않고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두 어휘는 반대 개념이다. 우리나라 여름철 우기는 장마와 늦장마로 구분되며, 장마철의 강수는 주로 동부아시아를 동서로 가로질러 정체하는 장마전선에 의하여 나타난다. 장마전선에 의하여 발생하는 우기가 장마이며,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 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라 했다. 시인은 장마가 우리나라에 연이서 일제히 내리니, 그 쓰임이 무궁해 가치 낮다 할 수는 없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재앙을 면하는 성세에 많은 백성 즐겁게 해야지(霖雨)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장마가 우리나라에 연이서 일제히 내리고 있으니 / 그 쓰임이 무궁하여 가치 낮다 할 수는 없겠네 // 우임금 시절 치산치수를 잘했던 점 본받아서 / 재앙 면하는 성세 많은 백성 즐겁게 해야겠네]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과 같지 않아 시인과 독자의 교량적 역할로 정리한다. ‘장마비가 연이어서 가치 낮다 할 수 없네, 치산치수 본받아서 재앙 면한 성세 백성’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장마가 시작되었네]로 의역된다. 여름철에 집중하는 강우량은 하천의 범람을 가져와 빈번한 수해를 일으킨다. 요즈음엔 하천에 다목적 댐을 축조하여 하천수의 많고 적음을 조절한다. 우리 속담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마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경험을 잘 보여준다. 홍수 때는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야기된다. 이 말은 장마가 한국민의 환경 지각에 얼마나 깊이 인식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예라 하겠다.
시인은 가뭄의 피해도 크지만, 이와는 반대로 나구 쏟아지는 장마의  피해도 마찬가지로 크다는 잠재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래서 장마비가 우리나라에 연이서 일제히 내리니, 그 쓰임 무궁해 가치가 낮다고는 할 수는 없겠다고 했다. 처음 내린 장맛비가 단비가 되어 수리시설은 물론 논농사에도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적 시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장마의 큰 역할이 우리 땅에 충분하게 미치어 논농사의 적절한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냈던 후정의 시상이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화자는 우임금 시절에 치산치수를 잘했던 점 본받아서, 장마의 재앙을 면하는 성세에 많은 백성들을 즐겁게 해야겠다는 자기 의지를 밝힌다. 장마를 통한 반면교사의 뜻이겠다.
【한자와 어구】
連霏: 비가 연이어 내리다. 霖雨: 장마비. 海東齊: 우리나라 동쪽. 用度: 쓰임. 용도. 無窮: 무궁하다. 價不低: 가치가 작다고 할 수 없다. // 禹帝: 우임금. 治山治水效: 치산치수의 효험. 免災: 재앙을 면하다. 盛世: 성한 세상. 樂群黎: 많은 백성들을 즐겁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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