仲秋節(중추절) 
                                    叙光 張喜久

    추석절 좋은 계절 바꿔진 맑은 하늘
    과곡이 익어가니 가득한 이웃 정서
    만사가 태평하여라, 조상숭배 화목이.
    仲秋佳節換淸旻   果穀離離迓吉辰
    중추가절환청민   과곡이이아길신
    崇祖交隣情緖滿   家和萬事太平伸
    숭조교린정서만   가화만사태평신

 

좋은 계절 맑은 하늘 과일 곡식 익어간 때, 
조상 숭배 이웃 사랑 가정 행복 만사 태평

 

중추절은 가을 3개월이라고 하는 삼추三秋의 중간에 드는 세시명절로 여긴 [추석]이다. 중추절을 가배·가위·한가위로도 불렀다. 이때는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에 있어 봄에서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을 거두는 계절이 되었고, 1년 중 가장 큰 만월 날을 맞이하였으니 즐겁고 풍족했을 것이다. 중추절이 되면 여름처럼은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알맞은 절기다. 시인은 추석의 좋은 계절 맑은 하늘로 바꿔지고, 과일과 곡식 알알이 익어 좋은 때 만났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가정이 화목해 만사를 태평하게 펼 수 있겠네(仲秋節)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추석의 좋은 계절이 맑은 하늘로 바꿔지고 / 과일과 곡식이 알알이 익어 좋은 때 만났네 // 조상을 숭상하고 이웃과 사귀니 정서가 가득하고 / 가정이 화목해 만사가 태평하게 펴질 수 있겠네]라는 시상이다. 시상에 몰입하는 것이 평설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정리해 본다. ‘좋은 계절 맑은 하늘 과일 곡식 익어간 때, 조상 숭배 이웃 사랑 가정 행복 만사 태평’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중추절을 맞이하면서]로 의역된다. 중추절을 두고 우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전한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이미 삼국시대 초기이었으니,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 삼기를 하였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불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같은 추석의 의미는 선현들이 전해 오는 미덕이겠지만, 조상숭배의 아름다움까지를 꼭 끌어안는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어 보인다. 그래서 시인은 추석의 좋은 계절에 맑은 하늘로 바꿔어지고, 과일과 곡식이 알알이 익어 좋은 때를 맞이했다고 했다. 중추절인 추석을 맞아하여 과곡(果穀)이 익어가고 너른 들판에서 누런 곡식을 수화해야 하는 가운데 격양가를 불런 선현의 고운 숨결이 은은히 들리는듯하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의 심회는 중추절의 깊은 의미에 후정을 쏟아담을 모양새를 갖춘다. 조상을 숭상하고 이웃과 다정하게 사귀니 정서가 가득하고, 가정이 화목하고 만사가 태평하니 덕을 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누어 배려하면 ‘두레’의 협동의식으로 잘 사는 농촌을 만들었던 지혜다.

【한자와 어구
仲秋佳節: 중추가절. 음력 8월 보름. 換淸旻: 맑은 하늘로 바뀌다. 果穀: 과일과 곡식. 離離: 알알이 익다. 迓吉辰: 좋은 때를 맞이하다. // 崇祖: 조상을 숭배하다. 交隣: 이웃과 사귀다. 情緖滿: 정서가 가득하다. 家和: 가정이 화목하다. 萬事太平伸: 만사가 태평하게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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